[리더스칼럼] R&D, 협력 넘어 협동으로

과학기술은 연구·개발(R&D)로 발전한다. 정부와 민간이 연구·개발에 연간 100조 규모로 투자하다 보니 연구·개발투자의 효과가 있는가, 없는가는 중요한 논쟁이다.

연구·개발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효과를 키우기 위해 산·학·연 협력, 협동 연구·개발, 기술이전 및 사업화, 산업기술혁신, 산업융합, 기술창업 등 다양한 정책적 수단과 방법이 연구돼 법, 제도 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연구·개발투자의 효과를 뚜렷하게 말하지 못하고 ‘코리아 패러독스’에 관한 연구는 여전히 중요한 정책연구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연구·개발 단계에서 협력과 협동을 통해 연구·개발을 효율적으로 추진해 연구·개발의 성공과 혁신을 강화하도록 뒷받침하는 제도는 ‘협동연구개발촉진법(협동연구개발법)’과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산학협력법)’이다. 협동연구개발법은 산·학·연 협동 연구를 제도적으로 촉진하기 위해 1994년 제정됐고 산학협력법은 1963년 제정된 산업교육진흥법에 2003년 산학 협력을 추가해 확대, 개정됐다. 산학협력법의 ‘산학연 협력’이 산업체의 수요와 미래의 산업발전에 따르는 인력의 양성, 새로운 지식·기술의 창출 및 확산을 위한 연구개발·사업화, 산업체 등으로의 기술이전과 산업자문 활동으로 산업교육기관과 국가,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 및 산업체 등이 상호 협력하도록 제도화한 것에서 나아가 2011년 인력, 시설장비, 연구·개발정보 등 유형·무형의 보유자원 공동 활용 등이 포함돼 개정됐다.

얼핏 보면 협동연구개발법에 근거한 대학·기업 또는 연구소가 다른 대학·기업·연구소 또는 그에 상응하는 외국의 연구·개발 관련기관과의 동일한 연구·개발과제의 수행에 소요되는 연구·개발비, 연구·개발요원, 연구·개발시설·기자재 및 연구·개발정보 등을 공동으로 제공해 추진하는 ‘협동 연구·개발’과 같은 제도로 보인다.

그러나 산학협력법은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이 협력의 중심이 돼 산업교육기관으로서 호혜적 원칙과 자율적 합의에 따라 국가,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 및 산업체 등과 산학연 협력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일방형 구조를 이루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이 조사, 발표한 ‘대학연구활동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의하면 2021년 대학의 연구·개발비는 7조9771억원으로, 이 중 중앙정부 재원이 74%에 이르렀다. 그리고 민간에서 약 16.8%, 교내 자체 확보가 5.4%, 해외 재원은 0.4%에 그쳐 산학연 협력이 단순히 정부 지원을 수주, 관리하는 제도로 전락한 느낌이다. 이는 연구 주체 간 협력활동을 촉진하는 데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에 협동연구개발법은 연구 주체로서 대학·기업 또는 연구소가 공동의 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하면서 연구·개발의 성공가능성을 향상시키도록 연구·개발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공동으로 제공하는 상호 대응구조이며, 특히 외국 연구기관과 협동을 크게 촉진할 수 있는 확장형 구조다.

기술경쟁이 심화되고 글로벌 미래 지형이 바뀌어 가는 때 놓치지 말아야 할 혁신의 전략은 가용한 혁신자원 활용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이제 일방형 협력을 넘어 연구 주체 간 상호 대응구조의 협동으로 연구·개발 제도 운용의 원칙을 재편해 혁신자원을 확장해가는 고민이 필요하다.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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