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두산과 옛날 LG, 요즘 두산과 요즘 LG[안승호의 PM 6:29]
이승엽 두산 감독은 “넓은 잠실구장 외야를 고려한 기용”이라고 했다. “LG에 빠른 선수가 많아 수비 쪽을 감안했다”고도 했다. 두산 지휘봉을 쥐고 맞은 첫 시즌, 첫 잠실 라이벌전이었다. 첫 2경기는 마음에 들 리 없었다.
두산은 첫 경기에서 실책 4개, 두 번째 경기에서는 실책 2개로 자멸하듯 무너졌다. 이 감독은 “경기를 하면서 짜임새가 좋아져야 한다. 지금은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봐달라”고도 했다.
지난 16일 잠실 3연전 중 최종전에서 이승엽 감독은 라인업에 손을 댔다. 두산은 옆구리가 살짝 불편한 3루수 허경민 자리를 안재석으로 대체하고, 외야에는 팀내 야수 가운데 가장 빠른 조수행을 투입했다. 외야수 김재환은 지명타자로 돌리고, 아직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호세 로하스는 벤치에 앉혔다.
일종의 ‘학습효과’로 보였다. 이날 대결을 앞두고, 앞선 2경기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이랬다. 양팀 맞대결에서 두산이 옛날 LG처럼 경기를 내주고, 반대로 LG는 옛날 두산처럼 경기를 지배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옛날이라면, 두산이 LG를 압도했던 2018년 즈음이다. 두 팀간 대결은, 지난 2년을 기점으로는 LG 우세로 돌아서는 흐름을 타고 있다. 지난해에는 LG가 두산에 10승6패로 앞섰다.
2018년은 두산이 LG를 맞대결 전적 15승1패로 밀어붙인 시즌이다. LG는 시즌 최종 대결에서야 전패를 저지했다. 그해 두팀의 맞대결 흐름은, 올해 3연전 첫 2경기와는 정반대였다. LG는 두산과 16차전 중 실책을 14개 기록했다. 11차례 도루 시도에서 50%를 살짝 넘는 6차례만 성공했다. 두산은 LG와 16차례 경기에서 실책은 3개만 기록한 가운데 21차례 도루를 시도해 16차례(76.2%) 성공했다.
그해에는 LG가 두산전 평균자책 7.15를 기록하고, 두산은 LG전 평균자책 3.93을 기록하며 기본적인 힘 싸움에서 차이를 보인 것을 떠나 수비와 주루 등 세밀함에서 두 팀의 기울기가 명확히 나타났다.
지난 16일 두 팀의 이번 시즌 3번째 경기에서 이승엽 감독은 선발 라인업 구성에 대해 설명하며 잠실구장 사이즈와 LG 주자들의 움직임을 시야에 뒀다. 앞서 2경기를 교재 삼아 속도의 열세와 수비 범위의 아쉬움을 보완하려는 것으로 풀이됐다.
어쩌면 이 대목은, 염경엽 LG 감독과 이승엽 감독이 앞으로 치를 올시즌 두 팀 대결의 관전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두 팀 맞대결에서 가장 도드라진 이름은, LG가 최근 몇년 사이 키운 문성주와 문보경 등 젊은 야수들이었다. 이들은 겁 없이 치고 달렸고, 두산 야수들은 이들을 쫓아가지 못했다. 과거에 두산 허경민이, 또 정수빈이 LG전에 그랬던 모습과도 흡사해 보이기도 했다.
두산이 16일 3번째 대결에서 ‘무기’를 바꿔 나온 배경이었다. 두산의 전략은 성공과 실패의 경계를 오갔지만,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됐다. 1회 1사 1·2루에서 2루주자 조수행이 3루 도루를 시도하다 횡사한 것은, 일면 과도한 의욕으로 보였다. 볼카운트 2-2였지만, 타석에 김재환이 서 있던 상황. 바로 이어 양의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두산은 전술의 변화로 승리의 틈을 찾았다. 8회 2사에서 5-4로 리드를 잡은 뒤 안재석의 도루가 비디오판독 끝에 아웃에서 세이프로 정정된 뒤에 무려 5점을 추가했다. 이날은 LG 야수진이 결정적인 순간이면 흔들렸다.
시대별로 두 팀이 대결에는 패턴이 있었다. 또 최근 몇년 사이에도 두 팀의 대결에는 흐름이 있었다. 올해는 이제 막 싸움을 시작했다. 흐름의 연장선에 있을지 전환점이 생길지 아직 모른다. 두팀은 30경기 같은 3경기를 치렀지만, 시기적으로는 이제 막 방향점을 만들어갈 때다. 다음 만남은 오는 5월5일 시작되는 ‘어린이날 시리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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