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테러’ 용의자 묵비권 행사…기시다 지지율 급상승

이윤정 기자 2023. 4. 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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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인정하는지 등 질문에 대답 안해
흉기도 준비…다양한 방법 습격 시도
선거 유세 중이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향해 폭발물을 투척한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 기무라 류지가 17일 경찰차를 타고 호송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선거 유세 중이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향해 폭발물을 투척한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 기무라 류지(24)가 17일 검찰에 송치됐다. 용의자는 현재까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동기가 오리무중인 가운데, 이번 사건 후 자민당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자작극’이라는 근거없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대비해 경비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아사히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위력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된 기무라는 이날 오전 와카야마니시 경찰서에서 와카야마 지방검찰청으로 신병이 인도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는지 등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경찰은 효고현 가와니시에 있는 기무라의 자택을 조사해 화약으로 추정되는 분말과 공구류, 금속제 파이프 등을 압수했다. 기무라가 메고 있던 배낭에서는 칼과 라이터를 확보했다. 현지 언론은 기무라가 폭발물 이외의 흉기도 준비했던 점으로 미뤄 현장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기시다 총리를 습격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용의자가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범행 동기를 두고 음모론이 SNS에서 퍼지고 있다. 앞서 지난 15일 참정당 소속 정치인 다나카 요시히토는 트위터에 “이런 사건이 있어도 총리가 연설 일정을 그대로 소화했다. 사건 자체가 지지율 상승을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는 사람은 나뿐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이 비판에 휩싸이자 그는 16일 사과하고 글을 삭제했다. 하지만 여전히 SNS에서는 이번 사건이 자민당 지지율 상승을 위한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크게 올랐다. ANN방송은 지난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45.3%로 나타나 지난달보다 10.2%포인트나 상승했다고 17일 밝혔다. 자민당은 지난 9일 실시된 일본 통일지방선거에서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에 의석을 다수 빼앗기면서 ‘위기론’에 휩싸였다. 오는 23일 지방선거 후반전과 보궐선거를 앞두고 일어난 이번 사건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번 사건 후 G7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고 있는 나가노현 가루이자와 일부 지역의 경비를 한층 강화했다. 제복을 입은 경찰이 약 30m 간격으로 배치됐고, 행사장으로 향하는 길에 울타리를 설치했다. 출입 차량에 대한 검문도 강화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다음달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차질이 없도록 경비에 더욱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정상회의가 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이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쓰노 장관은 사고 이후 기시다 총리가 가두연설을 중지하지 않은 것에는 문제가 없었다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선거 기간에 폭력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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