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공약 대신 기업유치 나선 자치단체장들[지자체, 기업유치붐①]

박종대 2023. 4. 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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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이재준 수원시장, 제임스 오닐 인테그리스 수석부회장이 현지시각으로 12일 오후 미국 코네티컷주 댄버리에 위치한 인테그리스 댄버리 기술센터에서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수원시 제공) 2023.04.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경기도내 자치단체장들이 지방선거 출마 당시 유권자 표심을 얻기 위해 내걸었던 '기업 유치' 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도시의 실속을 챙기면서 기업에게는 회사를 이전하거나 지역에 투자할 만한 명분과 실리를 안겨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업 유치 욕심에 섣불리 규제를 풀어주면 자칫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 지자체 사이에서 붐처럼 일고 있는 '기업 유치' 흐름과 이를 추진하는 목적과 배경을 비롯해 향후 실현 가능성과 전문가 조언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①토목 공약 대신 기업 유치 나선 자치단체장들
②위기 지방재정 곳간, 도시 존립과 직결된 '기업 유치'
③기업 유치, 실제 가능성은?

과거 지방선거 때마다 실컷 우려낸 사골국물처럼 단골로 등장했던 공약은 '도로 건설'과 같은 토목관련 공약이었다. 도로나 교통수단을 확충해 낙후된 도시 부흥을 이끌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해 유권자 표심을 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각 동네마다 교통망 개선과 이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이동수단도 늘어나면서 '길을 뚫어주겠다'는 공약이 차츰 줄고, 그 자리를 '기업 유치'가 대체하고 있다.

자치단체장 입장에서 보면 기업 유치는 '토목 공약'과 비슷하게 자신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카드다.

이를 통해 세수를 확보해 시민들에게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데다 지역사회 안에서 신규 일자리까지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임기 동안 성과와 명분을 둘 다 잡을 수 있는 '1석 2조' 공약인 셈이다.

지난 6·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들이 코로나19 봉쇄가 풀리면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자 기업 유치를 위한 외국 출장이 잦아지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9일부터 9박 11일간 미국과 일본에서 해외 투자유치, 청년 기회 확대, 혁신 동맹 구축을 목표로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에 나섰다.

김 지사를 단장으로 한 경기도대표단은 이번 방문을 통해 해외 기업 6곳에서 약 32억6000만 달러(한화 약 4조3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예정이다.

이재준 수원시장도 비슷한 시기에 미국과 일본 출장을 떠났다. 지난 11일부터 19일까지 미국 뉴욕과 댄버리, 보스턴 지역에서 바이오 클러스터와 도시재생사업 현장, 스타트업 생태계 등을 살펴본다.

이 시장은 특히 미국 나스닥 상장사이자 반도체 소재기업인 인테그리스와 대규모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인테그리스, 경기도, 수원시 간 3자 협약이다.

이 시장은 먼저 미국으로 출장을 떠났던 김 지사와 현지에서 합류해 공동 협약식을 가졌다. 도지사와 시장이 해외기업 유치를 목표로 의기투합한 셈이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세월호 참사 9주기에 열리는 기억식 추모행사를 앞두고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한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해외 출장을 떠나려다 일정을 조정했다.

이 시장은 당초 15일부터 23일까지 방문단을 꾸려 독일로 떠날 예정이었으나 16일 오전 기억식 참석 이후 떠나는 것으로 조정했다.

이동환 고양시장도 지난 달 5일부터 6박 8일 일정으로 스페인과 독일을 방문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한 기업 유치 및 특화산업 육성을 위한 동향 파악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는 출장 기간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3'를 비롯해 세계 3위 규모 국제전시장인 독일 '메쎄 프랑크푸르트'를 찾아 마이스산업 발전방향을 모색했다.

이외에도 해외로 나가진 않았지만 국내에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자치단체장들의 활발한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민선 7·8기 재선에 성공한 최대호 안양시장은 시의 특색을 살리며 주변 파급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기본구상 수립 연구용역을 추진한다. 또 기존 시청사 부지에 기업을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재선의 김보라 안성시장은 반도체 산업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월과 이달 12일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소부장 산업 특화단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사업'에 잇따라 신청서를 냈다.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용인 시스템반도체 단지 조성계획과 맞물려 바로 인접해 있는 지역으로, 동반 성장효과를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임병택 시흥시장도 K-바이오밸리 조성을 목표로 국가공모사업인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캠퍼스를 비롯해 관련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미 시흥시와 경기도, 서울대학교가 함께 참여하는 '3자간 추진협의체'를 구성해 이를 완수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인구 50만 이상 규모의 한 지자체에서 개발부서 팀장급으로 근무 중인 A공무원은 "수도권의 경우 웬만한 지역에 도로나 교통망 같은 기반시설이 많이 구축된 상태다. 게다가 주민들의 요구대로 도로망을 확충하는 데는 천문학적 숫자의 예산이 필요해 이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그러면서 시민들의 욕구도 동탄이나 판교처럼 대기업이나 첨단산업이 들어와 자족기능을 갖춘 도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자치단체장들도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거는 것 같다"고 말했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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