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셀라 이어 또 고평가 논란” 적자 바이오 에스바이오메딕스, 피어그룹은 돈 버는 제약사

이인아 기자 2023. 4. 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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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비교그룹 제시한 나라셀라 이어 고평가 논란
공모가 부풀리기 지적...기관투자자 “비싸다”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에스바이오메딕스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돈을 못 버는 적자 바이오기업인데도 이익이 발생하는 제약기업을 비교그룹으로 제시해 기업가치를 높였다는 이유에서다. 루이비통을 비교그룹에 포함한 나라셀라에 이어 공모가 거품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강세일 에스바이오메딕스 대표./에스바이오메딕스 제공

에스바이오메딕스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에 투자설명서를 제출했다. 상장 구조는 구주 매출 없이 100% 신주로 총 75만주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공모가 희망밴드는 1만6000~1만8000원으로, 하단 기준 120억원이 모집될 예정이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759억~1979억원이다. 17~18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는 투자 매력도가 낮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희망 공모가를 구하기 위해 주가수익비율(PER) 평가방식을 사용했는데, 흑자를 기록 중인 제약 기업을 비교그룹으로 제시해 몸값을 뻥튀기했다고 보고 있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적자를 내는 바이오 기업이어서 비교그룹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녹십자, 삼진제약, 종근당, HK이노엔, 휴메딕스, 지씨셀 등 9개 기업을 비교그룹으로 제시했다. 9개 기업 모두 2021년, 2022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곳이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9개를 비교 기업으로 세우고, 평균 PER 25배를 산출해 에스바이오메딕스 기업가치를 산출했다. 주당 평균가액은 3만7480원으로, 57.5~ 52.0%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 희망밴드(1만6000~1만8000원)가 나왔다. 여기엔 에스바이오메딕스가 2025년 당기순이익이 314억1800만원을 기록한 것이란 가정도 담겼다.

문제는 에스바이오메딕스가 이익을 내지 못하는 바이오 기업이라는 점이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2021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 46억2600만원, 당기순손실 52억42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영업손실 37억4800만원, 당기순손실 47억5500만원으로 적자 폭을 메우지 못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 상장한 여러 바이오 회사가 원하는 공모가를 만들기 위해 흑자를 내는 제약사를 피어그룹으로 넣곤 한다”며 “주관사에서 밸류에이션을 높이기 위해 진행한 작업이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벤처캐피탈(VC) 보유 물량이 37%에 달하는 점도 투자 매력도를 낮추는 요소다. VC 보유 지분은 상장 후 37% 정도인데, 1개월 이후 의무 보유가 해제돼 오버행(대규모 잠재 매도물량) 부담을 키울 수 있어서다.

미래에쿼티파트너스, NHN인베스트먼트, 지앤텍벤처투자,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레오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 포스코기술투자, HB인베스트먼트, 세종벤처스, 메이플투자파트너스 등이 상장 전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2021년 마지막 지분투자 당시 기업가치는 1320억원으로 인정받아 희망 공모밴드 기준 최소 30% 수익 구간이다.

에스바이오메딕스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증권신고서를 네 번이나 정정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며, 상장하는 데 급급하다는 신호로도 읽힌다”며 “줄기세포로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건 다국적 제약회사에도 어려운 과제인데, VC 자금 회수 의도가 짙은 국내 바이오 회사가 이를 완주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고 의견을 전했다.

한편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줄기세포 기반 신약 연구 개발에 특화한 회사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기반으로 중증하지허혈증, 척수손상, 파킨슨병 등에 대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앞서 2020년 기술특례 방식으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다가 자진 철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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