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방재정…기업유치는 도시존립과 직결[지자체, 기업유치붐②]
기사내용 요약
기업유치 성패 따라 지방재정 차이, 도시규모 추월 가능성도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경기도 자치단체장들이 외국까지 나가면서 기업 유치에 나서는 데는 '세수 확보'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다는 표면적 이유가 있다.
하지만 좀 더 사정을 들여다보면 자칫 도시 규모를 역전 당할 수도 있을 정도로 위태로워진 지방재정 형편이 자리잡고 있다. 기업을 유치해야 할 만큼 지방자치단체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뜻이다.
수원시의 경우 지난 1960년대 경기도청이 이전하면서부터 도청 소재지로서 수부도시의 자리를 지켜왔다.
도내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인구 수도 119만2225명으로 가장 많다. 또 일찍부터 향토기업인 삼성전자와 SK케미컬 등 대기업이 터를 잡으며 탄탄한 산업시설 기반을 토대로 지역경제 호황기를 누리기도 했다.
시는 이런 기업들이 내는 넉넉한 세금에 재정안정성을 키워 국가로부터 보통교부세를 지원받지 않는 불교부단체 지위에 올랐다.
그런데 시 재정을 지켜줬던 기업들이 공장을 폐쇄하거나 경기 흐름에 따라 경영에 타격을 입으면서 세수가 감소해 교부단체와 불교부단체 신분을 오가는 실정이다.
반면 인접한 지자체들은 반도체 공장 유치와 첨단기업 조성으로 수원시를 추월하고 있는 모양새다.
같은 특례시이자 이웃 동네인 용인시에는 2019년 SK하이닉스에 이어 올해 3월 삼성전자까지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반도체 사업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게다가 정부까지도 나서 용인시에 여의도 면적(290만㎡)의 2.4배에 달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결정하면서 택지개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향후 반도체 산업을 위한 주거 배후단지 조성 등으로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게 되면 수원시가 용인시보다 인구와 재정 규모 면에서 모두 밀릴 수 있다. 수부도시 지형도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용인시 인구 수는 지난 2월 말 기준 109만1457명이다. 수원시는 122만6938명이다. 재정 규모 역시 지난해부터 용인시가 수원시를 앞질렀다. 올해 본예산만 따지면 용인시가 1427억 원이 많다.
인근 화성시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기반으로 동탄신도시 조성이 이뤄지면서 재정과 인구가 늘었다.
올해 본예산 기준 화성시는 예산 규모가 3조1000억 원으로, 수원시 3조720억 원을 근소하게 제쳤다. 불과 10년 전인 2014년 화성시는 1조2507억 원, 수원시는 1조9619억 원으로 약 7112억 원이 차이가 났다.
화성시 인구도 2013년 53만251명에서 2022년 91만814명으로, 10년 만에 인구가 1.7배(38만 명) 증가했다. 반면 수원시는 같은 기간 117만8509명에서 122만5058명으로 1.03배(4만6549명)에 불과했다.
더욱이 현대차그룹까지 지역 투자에 가세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화성시 우정읍 기아오토랜드에서 윤석열 대통령까지 초청한 가운데 고객 맞춤형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1994년 현대차 아산공장을 기공한 지 29년 만에 국내에 건설하는 완성차 제조공장이자 국내 최초로 신설하는 전기차 전용공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공장에 약 1조원을 투자해 2025년부터 고객 맞춤형 전기차 양산에 들어가게 된다.
화성시 입장에서는 동서 벨트에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뿌리를 내리며 지역경제 견인차 역할은 물론 지방재정에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셈이다.
이런 사정에 경기도 맏형 격인 수원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6·1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이재준 수원시장은 이미 포화된 개발로 인해 향후 부지가 없어 기업을 유치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대학교 캠퍼스까지 개방의 문호를 열려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대학 내 유휴부지 용도 제한규제를 완화해 연구기술 분야 중심의 캠퍼스타운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해 11월 지역사회에 소재한 대학 5곳 대상 총장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올 4월 '상생 발전 업무협약'까지 일사천리로 맺었다.
시화·반월국가산업단지로 상징되는 인근 안산시도 재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산시는 1970~80년대 산업단지 조성을 거쳐 2014년 인구 76만2915명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후 기존 산업단지 시설 노후화와 산업구조 재편 등으로 차츰 인구가 감소해 올해 3월 말 기준 68만8326명까지 떨어졌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상록구 사동 안산사이언스밸리 일대 3.73㎢에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 중이다. 전국 유일의 집적 연구단지인 이곳 부지에는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혁신파크와 경기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200여 중소·벤처기업들과 연구원 46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시장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해 필요한 해외기업 투자 유치에 초점을 맞춰 16일부터 23일까지 독일 출장길에 올랐다.
경기도 본청을 포함한 도내 31개 시·군 재정자립도를 보면 세입과목 개편 전 가장 높은 지자체 1~3위는 과천(63.98%)·성남(62.22%)·화성(58.62%) 등 순이다. 수원시는 48.47%로 8위다.
이는 잉여금, 이월금, 전입금, 예탁·예수금 등 세외수입 금액을 포함한 것이다.
세입과목 개편으로 이를 제외한 기준으로 보면 가장 높은 지자체 1~3위는 성남(62.22%)·화성(58.62%)·도 본청(55.73%) 등 순이다. 수원시는 약 44.19% 수준으로, 도내 7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안산시는 개편 전후 모두 전체 10위에도 못 들었다.
성남시는 판교테크노밸리에 입주한 첨단기업들이 내는 법인 지방소득세가 세수 확보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방재정에서 인구수와 기업은 재산세와 법인 지방소득세 확보와 연결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자치단체장 입장에서 대기업이나 첨단기업 유치는 세수 확보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이어 그로 인해 파생되는 인구 유입효과까지 노릴 수 있는 '일거삼득'인 셈이다.
도내 지자체의 한 예산부서 관계자는 "지방재정 형편이 나아지려면 재산세나 취·등록세도 중요하지만 기업 규모에 따라 법인 지방소득세가 맡는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들이 대기업이나 첨단기업을 유치하려는 이유도 재정 확보와 함께 고용 창출로 인한 미래세대인 청년층까지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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