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유치, 현황과 가능성은?[지자체, 기업유치붐③·끝]

박종대 기자 2023. 4. 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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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지자체마다 유치하려는 업종 비슷, 전략적 접근 필요

[성남=뉴시스] 판교테크노밸리 전경. (사진=성남시 제공) 2023.04.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전문가들은 자치단체장들이 기업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과 다른 지방으로 기업이 이전 또는 투자를 단행할 때는 세제 감면을 해주거나 기업 활동에 지장을 주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는 등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를 풀어줄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중앙정부로, 자치단체장이 행사할 수 있는 행정적 권한은 제한적이다. 그나마 수도권 대도시는 기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만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의 족쇄에 걸린다.

이 법에 따라 과밀억제권역에서 공업지역을 추가하려면 다른 지자체 공업물량을 가져와야 한다.

법인을 설립할 때도 부동산 취득 중과세 등으로 인해 비용이 다른 지역보다 많이 든다. 반면 그 외 지역으로 기업을 이전하면 법인세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시장·군수는 도지사보다 각종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권한도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업을 유치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자치단체장이 기업 유치 욕심에 섣불리 규제를 풀어주면 되레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하태호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게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라며 "그런데 규제는 다 필요가 있어서 들어간 것이다. 그로 인해 나중에 환경사고나 안전사고가 터지면 그 때는 공무원이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지자체가 아쉬우니깐 기업에 규제를 풀어준다고 하는데 중앙과 광역단체가 이를 쥐고 있기 때문에 잘 풀리지도 않는다"며 "기초단체 수준에서는 이를 완화할 수 있는 규제도 사실 많지 않은데 이를 설사 일부 풀었다고 하더라도 사고가 나면 공무원만 다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이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도 있다. 다른 지역으로 회사를 옮기는 데 따르는 직원들의 거주지 이전 및 출·퇴근 문제 등 현실적인 걸림돌이다.

만일 교통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장거리 출·퇴근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따른 직원 불만이나 심지어 이직 사례가 발생하면 경쟁사에 인재를 유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과천시에 현재 조성 중인 지식정보타운은 아직 교통기반 시설이 덜 갖춰진 채 기업들이 이주하면서 직원들이 출·퇴근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오는 2028년까지 이곳에는 코오롱글로벌, 넷마블, KOTITI 시험연구원, 비상교육 등 116개 기업과 2개 대학 산학협력단이 들어올 예정이다.

벤처기업협회 한 관계자는 "기업에서는 회사 입지에 따라 젊은 인재를 유출할 수 있는지와 인프라가 얼마나 갖춰져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서울에 모든 인프라가 집중돼 있는데 기업을 이전하면 직원들까지 다 옮겨와야 한다. 인력 채용에 대한 부분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만일 산업단지 같은 곳에 사옥을 올린다고 하면 토지 매입대금부터 시작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재정이 소요되는데 그 비용 대비 효율성을 따질 수밖에 없다"며 "판교 같은 경우 상당히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지만 경기 북부나 북서부, 북동부 쪽으로 올라가면 사실 그런 부분들이 좀 빈약하다"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기업 또는 첨단기업 유치에만 목을 매는 것도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기업 투자는 중앙정부가 국가 전략 차원에서 대기업의 전폭적인 투자와 연계해 거시적인 지역 개발계획을 수립한다는 점에서 지자체가 적극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 첨단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강소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도시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더 빠르고 효용성이 높을 수 있다.

오히려 기업 유치 공약이 남발됐다가 향후 실현되지 못하면 지역사회 실망감만 커질 수 있다.

권혁성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공약 차원에서 기업 유치가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게 실제로 정책화되기 위해선 여러 가지 부딪히는 것들이 많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지자체가 달려들 일은 아니"라며 "비슷한 업종과 분야를 유치하겠다고 다들 얘기하고 있는데, 지역 산업구조나 정서를 검토해서 이를 특화시키는 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기업 유치는 자치단체장이 할 수 있는 권한 이외에도 법과 제도적인 측면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앙 정책에 대한 고려를 하고 나서 지자체 차원에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시민들도 선거 당시 '기업 유치'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높을 텐데 어떻게 추진되는지 정보 제공도 안 되다가 무산되면 그만큼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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