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비동의 강간죄 ‘낮은 형량’ 허점에…총리 “용서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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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없는 성관계는 모두 성폭력으로 규정하는 입법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스페인에서 총리가 관련 법에 심각한 허점이 있다며 사과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16일(현지시각) 성범죄 처벌을 강화한 역사적인 법에 허점이 발견돼 성범죄자들의 형량이 되레 낮아지기도 하는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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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없는 성관계는 모두 성폭력으로 규정하는 입법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스페인에서 총리가 관련 법에 심각한 허점이 있다며 사과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16일(현지시각) 성범죄 처벌을 강화한 역사적인 법에 허점이 발견돼 성범죄자들의 형량이 되레 낮아지기도 하는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해 10월 전국민적 관심 속에서 성폭력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을 했다. 이 법은 명백한 동의가 없는 성관계는 폭행과 협박이 없더라도 성폭행으로 처벌하는 ‘비동의 간음죄’를 도입했다. 법은 ‘예스(동의)만이 예스일 뿐’이라는 별칭으로 널리 알려졌다. 동의는 “본인의 희망을 명백하게 표현하는 행동들을 통해서 자유롭게 명시돼야 한다”고 규정해 침묵은 동의라고 보지 않았다.
문제는 이 법이 성범죄의 최소.최대 형량을 줄였다는 점에 있었다. 이 법은 상대적으로 경미한 범죄인 ‘성적 학대’와 중한 처벌이 필요한 ‘성폭행’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법으로 처벌했다. 성범죄자들은 법에 규정된 최소 형량이 줄었다는 점을 악용해 재심을 청구해 실제로 형량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스페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최소 성범죄자 104명이 석방되고 978명이 형량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스페인에서는 개정된 법에 피고인에게 유리한 조항이 있으면, 법 개정 전에 범죄를 저지른 이라도 유리한 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이런 바람직하지 않은 일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했다”며 “이 법을 반대한 의원들을 포함해 어떠한 의원들도 성범죄자들의 형량이 낮아지는 것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고 <엘 코레로> 신문과의 회견에서 말했다. 산체스의 좌파 정부는 성범죄 처벌 강화법의 허점을 고치는 개정안을 검토 중이다.
‘예스만이 예스일 뿐’ 법은 지난 2016년 남성 5명이 18살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이른바 ‘승냥이떼 성폭행 사건’의 여파로 제정됐다. 당시 법원은 ‘성적 학대’ 혐의에는 유죄를 선고했으나, 피해자가 명백히 반대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폭행’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 뒤 전국민적 분노가 일었고,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피고 남성들에게 성폭행 혐의를 적용해 징역 5~15년을 선고했다. 피고 남성 중 1명의 변호인은 ‘예스(동의)만이 예스일 뿐’ 법 조항을 활용해 의뢰인 형량을 줄이는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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