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장비 써” 건설현장서 집회 열어 공사 방해하고 15억 뜯어내

권상은 기자 2023. 4. 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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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로고. /뉴스1

건설현장에서 자신들이 소속된 노동조합의 장비를 써달라고 요구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집회를 열어 공사를 방해한 노조 간부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공동공갈 및 업무방해 혐의로 대한건설산업노조 로더 총괄본부 본부장 A씨 등 집행부 3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 등은 2020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초공사가 진행 중인 전국의 공사현장 10여곳을 대상으로 노조 소속 장비를 임차해 사용하도록 공사업체에 강요하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집회를 열어 공사를 방해하는 수법으로 15억원 상당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개 짖는 소리, 아기 울음소리, 총소리 등의 음향을 반복 재생해 공사현장 근로자들이 일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소음을 견디지 못한 주민들의 민원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업체를 압박했다. 다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정한 소음 기준치를 넘지 않게 음량을 조절해 법규 위반을 피했다. 일부 노조원은 공사차량의 운행을 저지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이 공사 현장을 대상으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피해업체들은 기존 장비 임대료보다 더 비싼 돈을 로더 노조에 내고 장비를 빌리거나, 심지어 사용하지도 않은 장비 임대료를 지급해야 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집회만 전담하는 노조원을 따로 고용하고, 대규모 집회가 필요하면 일당직 용역을 동원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 등은 경찰에서 “정당한 집회였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일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구속 송치한 A씨 등 3명 외에 다른 노조원 7명을 공범으로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피해 현장이 수십 곳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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