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순이삼촌' 통해 누구나 4.3 역사 공감할 수 있길"

제주CBS 박혜진 아나운서 2023. 4. 1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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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제주 수요인터뷰=오페라 순이삼촌 강혜명 예술총감독]
"4년째 맞은 4.3평화재단 공동기획 창작오페라 순이삼촌"
"상징성 있는 순이삼촌 오페라 소재로 제격…현기영 작가 설득해 작업진행"
"초반 작업 작곡가와 거의 5개월 합숙하듯 힘들게 작업"
"관객과 유가족, 순이삼촌 오페라 장르로 재해석 한 것 놀라워 해"
"올 8월 부산 공연 업그레이드 된 순이삼촌 통해 4.3 메시지 전할 것"
4.3창작오페라 순이삼촌 강혜명 예술총감독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방송일시 : 2023년 4월 12일(수) 오후 5시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4.3 창작오페라 순이삼촌 강혜명 예술총감독

◇박혜진> 최근 제주 4.3을 다룬 창작 오페라 순이삼촌이 무대에 올라 뜨거운 관심과 박수를 받았습니다. 제주 4.3을 세상에 알린 현기영 작가의 소설인 순이삼촌을 원작으로 해서 만들어진 창작 오페라죠. '수요인터뷰' 오늘은 이 오페라의 예술총감독을 맡은 성악가 강혜명 씨를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강혜명> 안녕하세요.  

◇박혜진> 성황리에 오페라 순이삼촌 올리셨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강혜명> 첫 번째로 4.3 주간에 올렸던 오페라거든요. 올해 4년차가 됐고요. 더욱 의미 있었던 건 올해가 4.3 75주년을 맞은 해라는 건데요. 오랜 시간 이 오페라를 해오면서 특히 4.3주간에 유족분들과 도민분들과 함께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는 게 저를 비롯한 모든 출연진들과 제작진들이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그렇군요. 오페라 순이삼촌이 무대에 오른 지 벌써 4년이 됐습니다. 이 작품이 처음 만들어질 때 강혜명 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강혜명> 당시 4.3재단 이사장님과 4.3에 관련된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봐야 되지 않겠느냐 이런 소통을 계속 끊임없이 하고 있었어요. 4.3 70주년 때 제가 범국민위원회 문화예술자문위원회였었거든요. 우연치 않게 여순 사건도 70주년이었는데 여순 사건을 모티브로 했던 오페라 '침묵'의 각본과 주역을 제가 맡게 됐었어요. 또 제작 과정에 참여하면서 4.3재단과 4.3범국민회의 관련자 분들을 모셔서 공연을 같이 관람했었거든요. 이후 재단과 좀 더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오페라 작업을 시작하게 됐죠.  
◇박혜진> 그게 시작이 되었군요. 4.3과 관련한 작품 중 순이삼촌으로 정한 건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강혜명> 창작 오페라를 하다 보면 극본과 대본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스토리라인이 굉장히 중요하고 무언가 상징적인 어떤 콘텐츠가 있다면 그것을 다른 장르로 재해석하는 것도 굉장히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순이삼촌밖에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4.3을 처음으로 전국화한 작품이고, 서사문학으로는 가장 상징성이 있는 작품이잖아요. 그래서 무조건 현기영 작가님을 찾아가서 오페라를 만들고 싶다고 제가 졸랐죠.

◇박혜진> 어떤 반응이었어요.

◆강혜명>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여러 가지 더 좋은 무대와 화려한 무대들이 있을 텐데 왜 하필이면 4.3 관련된 예술 작품을 만들려고 하느냐. 이 길은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함부로 뺄 수도 없고 앞으로 굉장히 힘든 일들이 있을 것이다. 그 길을 권하고 싶지 않다"고 하시더군요.

이후 제가 오페라를 한다는 얘기와 여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오페라 '침묵'의 성과를 선생님께서 들으신 거예요. '이 친구가 어떤 마음을 먹으면 끝까지 가는구나'라는 확신을 하셨대요. 결국 세 번째 만남에 한번 해보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김수열 시인님을 소개해주셨죠. 이미 순이삼촌 연극 대본을 쓴 김수열 시인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극을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에 너무 감사한 인연이 됐죠. 기적과 같은 인연이 올 때마다 4.3 영령님들이 도와주지 않고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연극과 오페라는 굉장히 다르잖아요. 작업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떠셨습니까.

◆강혜명> 초반 작업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오페라로 하는 각본 작업이 있어야 하고, 작업을 하면서 작곡가와 긴밀하게 소통을 해야 하고, 초안이 만들어지면 그 역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캐스팅을 해야 하고요. 작업 초반 5개월 정도를 작곡가와 거의 합숙을 하다시피 하면서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박혜진> 오페라 순이삼촌이 무대에 올려졌을 때 보람도 많이 느끼셨을 것 같아요.

◆강혜명> 특히 현기영 작가께서 많은 응원과 격려를 해주셨어요. 특히 "소설로 담아낼 수 없는 예술을 이 오페라를 통해 본 것 같다"면서 "굉장히 훌륭하고 수고했다" 이런 말씀해 주셨거든요. 작년 공연 같은 경우에는 많은 유족과 관객들이 '이 오페라를 통해서 제주도의 아픔을 이해하게 됐다'라고 SNS를 통해 말씀해주셨구요. 아픔이 있는 사람들끼리 아픔을 나누고 치유받고 위로받는 이런 시간이 하나의 예술 작품 안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거는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4.3 유가족으로서 너무 의미 있고 뜻깊은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박혜진> 순이삼촌을 보고 제주 관객들이 느끼는 것과 타 지역 관객들의 느낌과 반응은 다를 것 같은데요.  

◆강혜명> 제주 관객들과 유가족들도 순이삼촌이 과연 오페라라는 장르로 해석될 수 있을까. 그리고 막상 작품이 나왔을 때는 굉장히 놀랍다 이걸 이렇게 담아낼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많으셨던 것 같아요. 앞으로 개선돼야 할 방향성도 제안해 주셨었고요. 저희가 그런 거를 수용하면서 작품에 녹여내면서부터 타 지역 공연을 시작하게 됐거든요.

공연을 보신 분들이 4.3에 많은 아픔이 있는지 몰랐다고 얘기를 하시구요. 4.3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의 반응과 이미 4.3이 너무 익숙하고 4.3의 아픔보다 그 이상을 기대하시는 관객들의 시점을 잘 융합해서 예술 작품으로 수혈하게끔 하는 게 지금 저의 몫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혜진> 오는 8월 순이삼촌이 부산 무대에서 선보인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준비하실 생각이세요.

◆강혜명> 부산으로 정한 건 부산에 제주도민들이 굉장히 많으시잖아요. 또 4.3 유가족들이 계시기 때문에 의미가 있겠다 싶었던 것도 있구요. 제주 공연했던 버전과 그 전에 했던 버전을 조합해서 가게 될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 좀 더 예술성을 높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순이삼촌을 매번 무대에 올릴 때마다 총감독님으로서 늘 고민하시겠군요.

◆강혜명> 늘 작품의 지향점을 맨 마지막 엔딩 메시지로 담거든요. 초연 때는 4.3특별법 개정안의 빠른 국회 통과 촉구를 메시지에 넣었고, 재작년 재연 때는 4.3의 정명 문제를 얘기했었고요. 작년에는 제주도민의 위대함을 알렸습니다. 부산공연도 엔딩 메시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겠죠.

저는 일단 오페라를 보는 관객분들이 조금 더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고 제주 땅이 갖고 있는 이 비극적인 역사에 공감해줬으면 그래서 다시는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 이념 차이로 인한 학살과 아픔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모이면 결국은 그게 평화를 지키고 인권의 소중함을 깨닫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 오페라가 미력하게나마 사람들에게 그런 느낌과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이걸 만드는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뿌듯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혜진> 앞으로도 순이삼촌 잘 이끌어주시길 기대하겠고요. 오늘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강혜명> 네. 감사합니다.

4.3 창작오페라 순이삼촌. 4.3평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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