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업 사유지도 통행로로 사용됐다면 재산세 면제”

통행로에 부과된 재산세 1억여 원 면제

법원 로고. 법원행정처 제공.

기업이 보유한 사유지도 일반 시민이 자유롭게 통행하는 보행로로 쓰였다면 재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단독 김정웅 판사는 중소기업은행(현 IBK기업은행)이 서울 중구청장을 상대로 낸 재산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 중구청은 2018년 9월 기업은행이 소유한 본사 건물 및 IBK파이낸스타워 등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인근 등 토지에 재산세와 지방교육세를 합쳐 약 17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IBK기업은행은 과세 대상이 된 토지 중 일부가 시민을 위한 보행로로 쓰이는 만큼 과세 대상이 아니라며 조세 심판을 청구했다. 지방세법상 ‘일반인의 자유로운 통행을 위해 제공할 목적으로 개설한 사설 도로’는 비과세 대상이라는 주장이었다.

조세심판원은 일부 토지를 사설 도로로 인정하면서도 일부 통로에 대해선 IBK기업은행이 소유건물의 개방감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고객을 유치하려는 목적 등으로 사용·수익하고 있다면서 재산세를 16억3000만원 납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대지가 불특정 다수인이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통행로라는 IBK기업은행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였다. 주변에 고층 건물, 지하철 역 등이 있어 보행자들이 공도(보행로)만을 이용하여 통행하는 것은 현저히 곤란하므로 다수 보행자가 공도에 인접한 IBK기업은행 소유 부지를 통행하는 이상 과세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김 판사는 통행로로 이용되는 부분을 제외, 재산세를 15억6000여 만원으로 조정했다.

김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