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부들 ‘윤석열 퇴진’ 두번째 미사…“주인이 해결하자”
조현 2023. 4. 17. 10:30
“윤석열이 집 더럽혀, 주인이 청소해야”
미 도청 논란에 “되레 도둑을 두둔”
미 도청 논란에 “되레 도둑을 두둔”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오후 7시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사거리에서 ‘친일매국 검찰독재정권 퇴진과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미사’를 연다. 지난 10일 서울광장 미사에 이은 2번째 시국미사다.
사제단비대위는 이날 ‘주인이 해야 한다’를 성명을 통해 “부마민주항쟁과 4·19혁명 도화선, 한국 최초의 유혈 민주화운동 3·15의거의 유서 깊은 현장에서 항쟁과 혁명에 대해 생각한다”며 “미국 정보기관이 대통령실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도둑맞은 자가 되레 도둑을 두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란 ‘제 맘대로’ 아니라 ‘나로 말미암아 존엄하다’ 뜻
사제단비대위는 “세들어 사는 사람들이 더럽힌 집을 청소할 이는 오직 주인뿐”이라며 “동료와 ‘경쟁’하지 말고 불의에 맞서 ‘투쟁’하는 청년의 마음을 간직해 주긴 바란다”고 청년들에게 호소했다.
사제단비대위는 마산교구에 이어 △24일 수원교구 △5월1일 광주교구 등으로 순회 기도회를 열어 오는 8월16일 서울에서 마칠 계획이다. 이들의 성명서는 다음과 같다.
주인이 해야 한다
항쟁과 혁명
부마민주항쟁과 4.19혁명의 도화선, 대한민국 최초의 유혈민주화운동 3.15의거의 유서 깊은 현장에서 ‘항쟁’과 ‘혁명’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 역사에서 나라를 망치는 쪽은 대대로 특권을 누려온 지배층이었고, 되살리는 쪽은 한평생 궂은일을 도맡는 민중들이었다. 온갖 수고와 수모를 견뎌주다가 고비가 닥치면 세상의 죄를 정화하고 인간의 본래 품위를 회복시키기 위해 하느님과 연대하는 일꾼은 우리들, 우리 가운데 있는 보통사람들이다. 마산 시민들은 1960년에 “이승만은 하야하라, 일인독재 물러가라!”, 1979년에는 “독재자 박정희 파쑈 물러가라!”고 외쳤다. 이승만 일인독재, 박정희 유신독재가 나라를 더럽히고 나라의 주인들을 못살게 괴롭혔으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 자리에서 시작된 ‘혁명’으로, 이 거리에서 격렬하게 벌어졌던 ‘항쟁’으로 나라도 사람도 말끔해졌으며 그 덕분에 대한민국은 전진할 수 있었다.
자유란 무엇인가?
취임사에서 자유, 자유를 서른 번 넘도록 반복한 사람이 있다. 그가 추종하는 전임자들도 자유를 강조했다. 이승만도, 박정희도, 전두환도 “자유민주주의”를 내걸고 권력을 연장하거나 폭압을 변명하였고, 심지어 학살까지 자행하였다. 대답해 보라! 자유가 무엇인가? 자유自由는 ‘제 맘대로’가 아니라 ‘자기로 말미암아’라는 뜻이다. 나는 나로 말미암아, 너는 너로 말미암아 그래서 존엄하다는 의미다. 자유자재自由自在라고도 한다. “거침없이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나는 나로 말미암아 스스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묻고 싶다. 당신은 자유로운 자유자재의 인간인가?
미국 정보기관이 대통령실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동맹, 혈맹 그 이상으로 믿고 의지해온 미국이 우리 뒤를 캐고 있다니 씁쓸하지만 대통령실의 대응이 가관이다. 시늉으로라도 화를 낼 법한데 “도청 사실은 터무니없는 거짓… 상당 부분 위조가 됐다… 악의적 도청은 없었다… 미국과 협의하겠다”면서 도둑맞은 자가 되레 도둑을 두둔하고 있다. 한술 더 떠서 언론 자유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하라는 훈계를 빠뜨리지 않는다. 이게 어찌된 노릇인가. 여기저기서 죄다 털리고(기밀, 포탄) 혹은 알아서 먼저 갖다 바치고도(제3자 변제안) 납작 엎드리기만 하는 그를 두고 꼿꼿이 떳떳하게 직립하는 자유자재의 인간이라 말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뭐가 무서워서 있는 걸 “있다!”, 없는 걸 “없다!” 그 쉬운 말도 못하는지 나무라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뼛속까지 병든 한 영혼이 지금 대한민국의 운명을 틀어쥐고 있다.
어차피 주인이 해결해야 한다
부활 소식을 듣고도 두려워하던 사람들이 마침내 빗장을 풀고 밖으로 나가던 때가 있었다. ‘자기我相’라는 지상 최대의 장벽을 무너뜨린 사람들이 대거 출현하던 혁명의 그날을 신약성경은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사도 2,1-47 참조). “나는 그를 모르오”(마태 27,43) 하던 사람들이 우리는 남이 아니니 “한마음 한뜻으로 자기 재물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고 모든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사도 4,32)하자며 ‘한살림’을 하기 시작했다. 생명의 실상을 자각한 이후 생겨난 놀라운 변화였다. 하느님과 사람, 나와 너, 사람과 자연이 둘로, 셋으로 가를 수 있는 별개가 아니라 하나에서 나온 하나다.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깨달음은 실로 성령의 불꽃이 지핀 위대한 통찰이었다. 너 따로 나 따로 살던 과거를 부끄러워하는 일이 회개요, 본래부터 하나이니 하나로 더불어 사는 ‘한살림’이 하느님 나라다. 이와 같이 저만 알고 저만 위하는 망상에서 깨어날 때 대한민국은 오늘의 파국에서 탈출할 수 있다.
건강한 사회라면 유력 계층일수록 사회를 보호하는 데 책임감을 느끼고 공익을 중시할 것이다. 소속 사회를 보전함으로써 가장 큰 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1910년 한일병탄 이래 정상사회의 지도층이 갖춰야 할 도덕성을 가벼이 여기고 이기심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풍토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민족의 장래를 스스로 찾아 나갈 지도층을 육성하는 대신 일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협력자 집단을 키워 내는 것이 식민지 교육의 목표였던 바 그 흐름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 어찌할 것인가? 세 들어 사는 사람이 더럽힌 집을 청소할 이는 오직 주인뿐이다. 동네 논밭 다 떠내려가게 생겼을 때, 앞뒤 가리지 않고 뛰쳐나가던 사람들이 결국 나라를 살리고 나라를 지켜왔다는 점을 다시금 생각하자. 우리가 해야 한다. 공정과 상식, 외교, 안보, 경제, 복지, 모든 가치를 무너뜨리는 윤석열의 폭주는 점점 가속될 것이다. 강한 자에게 한없이 비굴해지는 사대事大, 약한 자를 모질게 찌르고 사정없이 구박하는 천대賤待는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 순서만 다를 뿐 우리 모두에게 고통과 불행이 닥칠 것이다.
단결과 연대가 우선이다
당장은 서로 어려움을 알아주고 힘을 합치는 단결과 연대가 우선이다. 여기저기서 얻어맞고 쫓겨나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이다. 우리가 노동자들의 설움과 농민들의 한숨을 남의 일로 여기는 한 윤석열의 무모와 무례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주변을 살피고 어루만지자.
젊은이들에게 호소한다. 동료와 ‘경쟁’하지 말고 불의에 맞서 ‘투쟁’하는 청년의 마음을 간직해 주긴 바란다.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빕니다.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빕니다.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빕니다.”(프란치스코 교종, 2014.8.15. 대전월드컵경기장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
2023년 4월 17일
마산 창동사거리에서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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