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 학교폭력 여부 확인 강화” 민간기업 채용도 변화 조짐

‘학폭이력 대입 의무반영’ 지침에 기업들도 변화 조짐
“AI 면접, 평판조회 강화”, “그래도 확인 어려워” 고심도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정부가 2026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모든 정시·수시모집에 학교폭력 가해 이력을 반영키로 한 가운데, 일부 민간 기업들 사이에서도 학폭 문제를 채용에 반영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학폭 가해자에게 취업 시까지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을 반영하고, 향후 있을지 모르는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17일 헤럴드경제가 인터뷰한 국내 유명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향후 임직원 채용 시 지원자의 학교폭력 이력 여부 확인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A기업 관계자는 “지원자들의 스펙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채용 때 인성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봐왔다”며 “대면 면접에서 학교폭력을 저지른 적이 있느냐고 하면 당연히 부정하겠지만, AI 면접에선 공감능력 같은 부분을 더 면밀하게 체크할 수 있어 관련 질문을 보강할 예정”이라고 했다.

B항공사 관계자도 “승무원의 경우 서비스직의 일종이라 고객들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며 “향후 면접 때 교우관계 등을 중점적으로 물어보면서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력자 채용 때 직장 내 괴롭힘 여부부터 확인하겠다는 기업도 있었다. C은행 관계자는 “경력직 합격자 대상으로 평판 조회를 의무화해 전 직장에서의 징계 사실을 검증할 것”이라고 했다.

취업 컨설턴트 이모(50)씨는 “직장 내에서 괴롭힘, 폭력 등 문제가 불거진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리스크가 크다”며 “지금까지 기업들의 인성검사는 ‘친(親)기업적’인 사람인지를 중점적으로 봤다면, 최근에 학교폭력 관련 이슈들이 크게 불거졌던만큼 인성검사의 성격도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기업이 입사 지원자의 학폭 기록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범죄경력 조회는 형실효법에서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채용 때 ‘해외여행 결격사유’를 통해 전과 여부를 간접적으로 확인해왔다.

특히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남는 중대한 학교폭력 처분 결과의 경우 보존 기간이 현재 2년까지라 기업에서는 요구하는 곳이 드물다. 공무원 시험 중에선 경찰공무원이 유일하게 2020년까지 학생부를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국민권익위원회 권고로 폐지된 상태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필요한 경우’에만 학생부 제출을 요구할 수 있어, 관련 정황이 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굴지의 IT기업인 D기업 인사담당자는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인성검사를 강화하는 추세에 사회적으로도 학교폭력을 엄중하게 다루는 분위기라 검증이 필요하긴 하지만, 기업이 확인할 길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당초 정부와 교육부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6호(출석정지) 이상의 중대한 학교폭력 처분 결과 보존 기간을 최대 10년까지 늘려 취업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지난 12일 심의‧의결된 대책에 따르면 보존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데 그쳤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정 협의 과정에서 이야기가 나온 바 있지만 민간의 영역이라 강제할 수는 없고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는 게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