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태양절에 할아버지 참배 대신 '민생' 챙겨…어려운 경제 상황 반영

최소망 기자 2023. 4. 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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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북한의 최대 정치적 명절이자 할아버지의 생일인 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 대신 '민생 행보'를 챙겼다.

김 총비서는 지난 2월16일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광명성절' 81주년 때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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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강조 기조 의도…대규모·야간 준공식으로 선전 효과 제고
지난 2월 광명성절에도 참배 대신 건설 현장 착공식 참석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지난 16일 화성지구 1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이 성대히 진행됐다"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북한의 최대 정치적 명절이자 할아버지의 생일인 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 대신 '민생 행보'를 챙겼다. 지난 2월 아버지의 생일인 광명성절 때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어려운 경제 상황이 반영된 의도적 행보로 보인다.

17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인 16일 저녁에 평양 화성지구 1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을 개최했다. 김 총비서가 직접 참가해 준공테이프를 끊고 완공된 살림집과 새로 조성된 거리를 둘러봤다.

이번 준공식은 지난 15일 김 총비서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 111주년 바로 다음날에 개최됐다.

김 총비서는 이번 태양절에 선대들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20년에도 태양절에 금수산궁전을 찾지 않았는데, 당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때여서 이번과는 사정이 달라 보인다.

북한은 이번 준공식 행사를 기존의 다른 건설사업의 성과를 보여 주는 방식과는 다르게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처음으로 '야간 행사'로 성대하고 화려하게 진행된 것인데, 노동신문은 불꽃놀이는 물론 화려한 조명이 새로 조성된 건물과 거리를 수놓은 모습을 다양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마치 군 열병식을 화려하게 진행하며 결속을 다지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준공식 행사에는 고위 간부들도 총출동했다. 또 새 살림집에 물론 입사하는 주민들도 모두 참가하며 대규모 인파가 동원됐다. 북한이 이번 준공식을 대내외적인 선전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 진행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총비서는 연설을 하진 않았지만 새로 입주하는 주민들에게 "온 나라 인민의 축복 속에 경사를 맞이했다"라며 "새 살림집들에서 자자손손 행복하며 화목하고 보람 넘친 생활을 누리기를 축원한다"라는 메시지를 내며 '애민행보'를 선보였다.

그는 또 건설에 동원된 군인들에게도 "수도 평양에 변혁의 새 전기를 펼쳐나가고 있다"라며 이들의 성과를 치하했다고 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지난 16일 화성지구 1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이 성대히 진행됐다"라고 전했다. 김 총비서는 준공식에 참석한 뒤 완공된 살림집과 거리를 둘러봤다고 신문은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김 총비서의 이번 행보는 이처럼 주민들, 또 가장 말단에서 일하는 일꾼들을 향해 있다. 이는 북한이 올해를 지난 2021년부터 진행한 경제 발전 5개년 계획의 최대 분기점으로 삼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그는 북한의 정치적 명절 때 간부들을 대동해 선대지도자들을 찾아 참배하는 것을 핵심 의식 중 하나로 삼아 왔는데, 경제난 상황에서는 이같이 선대를 우상화하는 보여주기식 '의식'보다 인민들의 경제나 생활에 도움이 되는 행보에 나서 '민심'을 잡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살림집이 들어선 화성지구는 평양식 북동쪽, 금수산태양궁전과 가깝기도 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준공식을 태양절과 맞춰 진행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김 총비서는 지난 2월16일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광명성절' 81주년 때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았다. 대신 2월15일 평양 화성지구 2단계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및 강동온실농장 건설 착공식에 참석하며 '민생'을 챙기는 행보로 광명성절 공개행보를 갈음했다.

다만 북한은 선대 지도자들의 업적과 '은덕'을 부각하는 것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어가고 있다. 내부적으로 가장 시급한 현안인 먹고사는 문제에 해결책을 찾는 것이 오히려 선대 지도자들의 뜻을 더 잘 이어가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을 수도 있다. 이같은 기조로 봤을 때 올해는 주요 정치 기념일에 금수산궁전을 찾지 않는 행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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