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둥지 튼 아트…서울식물원과 LG아트센터의 조화로운 시너지 [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일기]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 2023. 4. 1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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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건축가 안도 다다오, 자연과 연결된 아트센터 건축에 성공
다채로워진 한편, 티켓 가격 등 장벽 해소 과제도

(시사저널=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

지난해 10월 개관한 LG아트센터 서울. 서울식물원 초입 광장에 위치해 있다. ⓒ김지나

서울식물원이 문을 연지 거의 만 4년이 돼 간다. 그 시간만큼 식물원의 꽃과 나무도, 식물원을 찾는 사람들의 삶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공모전을 거쳐 선발된 정원 디자인들이 식물원 한 켠에서 실제로 꽃을 피우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러닝크루를 만들어 식물원의 호숫가와 습지를 누볐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와중에도 드넓은 야외 공간을 가진 식물원은 지친 시민들의 탈출구가 됐다. 오히려 코로나19 덕분에 도시에 이런 탁 트인 녹지, 비워져 있는 오픈스페이스가 왜 필요한지를 비로소 실감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최근 서울식물원에서 즐길 거리가 한 가지 더 늘었다. 식물원 초입 광장에 LG아트센터가 들어선 것이다. 이곳에서 열린 첫 공연은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의 스타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런던 심포니의 협연이었다. 티켓은 오픈한 지 40초 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조성진의 엄청난 티켓파워를 새삼 느낄 수 있었던 동시에, 역삼동을 떠난 LG아트센터의 새 출발을 화려하게 세상에 알린 순간이었다.

LG아트센터 서울의 건축 콘셉트 중 하나인 '튜브(TUBE)'. 지상층을 관통하는 원형 통로다. ⓒ김지나

자연 속에 세워진 자연을 닮은 건축

LG아트센터는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빛의 건축'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그의 디자인은 지하와 지상, 건물 안과 밖이 연결되며 자연의 빛을 실내 곳곳으로 끌어온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노출 콘크리트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빛의 역동성을 자연스럽게 담아내기에 가장 적합한 소재다. 안도 다다오의 작품 중 유독 주목을 받고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건축물은 대부분 교회나 미술관인데, 건축가의 이런 독특한 설계 방식 덕분에 더욱 몰입감 있고 신비한 분위기가 연출되곤 한다.

LG아트센터는 사방이 막혀 있을 수밖에 없는 공연장이 주된 공간이다. 때문에 안도 작품에서 으레 나타나는, 동선을 따라 극적으로 바뀌는 장면이라든가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빛이 사용되는 놀라움을 제대로 경험하기는 어려웠다. 여러 가지 기능을 담아내야 하는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점에서도 건축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그러나 자연을 닮은 건축을 지향해오던 안도 다다오에게 식물원 바로 옆에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꽤나 고무적이었듯 하다. 실제로 그는 지난 3월말 LG아트센터를 직접 방문해,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자연과 연결된 공연장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이 이례적인 동거는 서울시와 LG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졌던 덕분에 성사된 것이었다. 서울식물원과 LG아트센터 모두 마곡도시개발사업의 일환이었다. LG아트센터는 서울식물원이 만들어진 공원 부지에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세워졌다. 그러니 굳이 이야기하면 LG아트센터는 서울식물원의 일부다.

LG는 기업 내부 이슈로 공연장을 옮겨야 할 사정이 생겼고, 마침 마곡지구에는 LG의 주력 사업들이 집적된 대규모 연구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게다가 그 옆에는 서울의 대표 식물원을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었던 것이다. 계획에 따르면 마곡지구는 도시와 자연, 기술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그림이었다. LG로서는 그 한가운데 독보적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기회였다. 고 구본무 회장은 새로운 아트센터의 디자인을 맡길 건축가를 직접 물색했을 정도로 애정과 관심을 쏟았다. 서울시 입장에서도 이렇다 할 랜드마크가 없는 마곡지구에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한 문화시설이 들어온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LG아트센터 서울은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곳으로, 그가 즐겨 사용하는 소재인 노출 콘크리트와 자연의 빛을 끌어오기 위한 거대한 창이 인상적이다. ⓒ김지나

LG 앞에 놓인 기회와 도전…모두에 열린 공간 될까

해외에서는 이렇게 공원 안에 대규모 예술문화공간이 들어서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파리의 폐'라 불리는 불로뉴숲의 루이비통 미술관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루이비통, 디올, 티파니 등 화려한 자회사를 거느린 LVMH 그룹의 후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미국 시카고의 밀레니엄파크에는 도시 최고의 부자인 프리츠커 가에서 상당한 공사비용을 부담했던 야외공연장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이 있다. 두 사례 모두 빌바오 효과로 유명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작품으로, 기업가의 재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공원'이라고 했을 때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는 아마도 나무와 잔디, 그리고 산책로로 채워진 풍경일 것이다. 서울식물원에 둥지를 틀게 된 LG아트센터 앞에는 그만큼의 기회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LG아트센터는 공원에서의 경험을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한편, 공연티켓 가격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배타적인 공간으로 남겨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년 간 운영을 맡은 LG연암문화재단의 사용수익권이 종료될 때까지 서울식물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으로 남아 있게 될지, 앞으로 계속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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