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문동주, 혹사 피했기에 160㎞ 던졌다

김경윤 2023. 4. 1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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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성장 느렸던 문동주, 고2 때 투수 전향
해머던지기 감독인 아버지 가르침 따라 하체 훈련 전념
"앞으로도 차근차근 성장할 것…욕심내지 않겠다"
한화 이글스 문동주 [한화 이글스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화 이글스의 우완 투수 문동주(19)는 올해 프로야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다.

문동주는 12일 KIA 타이거즈전 1회말 박찬호를 상대로 시속 160.1㎞의 공을 던져 한국 야구 최초로 '160㎞'의 벽을 깼다.

선동열도, 고(故) 최동원도,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도 넘지 못한 큰 벽을 2년 차 젊은 투수 문동주가 뛰어넘었다.

문동주는 단순히 빠른 공만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수준급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 능력을 앞세워 KBO리그를 장악하고 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탈락으로 좌절했던 한국 야구는 문동주로 인해 자신감을 얻었다.

문동주가 어떻게 한국 야구의 희망이 됐을까.

문동주는 어린 시절 또래 친구들보다 신체적 성장이 느렸던 것이 도리어 좋은 영향을 줬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16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160㎞ 직구'와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포즈 취하는 문동주 (수원=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화 이글스 문동주가 16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4.17. cycle@yna.co.kr

혹사 피한 문동주, 160㎞를 향한 첫걸음

어린 시절 문동주는 성장이 느렸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 또래 친구들보다 훨씬 키가 작았다.

다른 신체 조건도 그랬다. 문동주는 유독 어깨 힘이 약했다. 그래서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내야수로만 활동했다.

야구에 소질이 있는 대다수 선수는 투수와 야수를 함께 보지만, 문동주는 그렇지 못했다.

이런 환경은 문동주가 정상급 강속구 투수가 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문동주는 혹사를 피할 수 있었고 어깨 근육을 다치지 않고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안전하게 신체 성장을 마친 문동주는 고교 2학년 때 투수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본격적인 투수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싱싱한 어깨로 시속 150㎞를 찍으며 단숨에 고교 특급 투수 반열에 올랐다.

투수 활동 기간이 짧은 터라 변화구를 익힐 시간은 부족했다.

고교 3학년 때 커브를 익혔고, 다른 변화구는 한화에 입단한 뒤 배웠다.

최근 결정구로 쓰는 체인지업은 최원호 한화 2군 감독에게 배운 구종이다.

문동주, 박찬호 상대로 160.1㎞ 강속구 (서울=연합뉴스) 1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한화 문동주가 역투하고 있다. 문동주는 이날 1회말 1사 후 KIA 박찬호를 상대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160㎞를 돌파하는 강속구를 던졌다. 2023.4.12 [한화 이글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상체 훈련보다는 하체 훈련…해머던지기 감독인 아버지의 가르침

문동주는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해머던지기 국가대표 선수를 거친 문준흠 장흥군청 육상팀 감독이다.

문준흠 감독은 성장이 느렸던 아들이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도록 애썼다.

문동주는 "키가 늦게 자라서 친구들보다 웨이트 훈련을 시작하는 시기가 늦었다"며 "그때 조급한 마음이 있었는데, 아버지는 신체적으로 완전히 성장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훈련해도 늦지 않다고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도 느리게 성장하는 내 모습을 보시면서 답답한 마음이 있으셨을 텐데 꾹 참고 기다려주셨다"며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의 교육이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전했다.

문준흠 감독이 강조한 건 따로 있었다. 바로 하체 훈련이었다.

'던지기 전문가'인 문 감독은 상체 힘이 아닌 하체 힘으로 공을 던져야 부상 위험이 덜하고 좋은 기량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문동주는 러닝 훈련 등 하체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문동주의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투구 폼도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완성됐다.

그는 느린 신체적 성장과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에 수술 이력 없이 프로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미국 전지훈련에서 인터뷰하는 문동주 [연합뉴스 자료사진]

욕심내지 않고 차근차근…문동주는 계속 성장 중

문동주의 직구는 깨끗하다. 큰 변화 없이 곧게 날아간다. 말 그대로 '직구(直球)'다.

사실 문동주의 직구는 세계적 흐름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나 일본 프로야구의 특급 투수들은 대부분 움직임이 심한 직구를 던진다.

투심 패스트볼, 컷 패스트볼 등 변종 직구로 상대 타자를 제압하는 경우가 많다.

궁극적으로 문동주가 KBO리그를 넘어 세계적인 투수가 되기 위해선 '무브먼트'가 심한 직구를 던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동주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옆자리에 놓여있던 배트를 들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문동주는 "모든 타자가 이 방망이를 똑같이 들지 않는 거처럼 나 역시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차근차근 부족한 점을 메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단시간 안에 움직임이 심한 직구를 장착하는 건 쉽지 않다"며 "새 구종 장착에만 몰두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지금 던지는 구종에 위력을 더하면서 천천히 발전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2년 차 프로선수 문동주는 차분하고 의젓했다. 그리고 겸손했다.

문동주는 여전히 KBO리그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생각한다.

당장 18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전이 문동주에겐 도전의 장이다.

문동주는 두산전에 등판한 뒤 23일 LG 트윈스와 홈 경기에 다시 나설 예정이다.

4일 휴식 후 선발 등판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건 처음이다.

그는 "일주일에 두 차례 선발 등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일단 두산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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