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m 지하동굴서 500일 지낸 50살 여성, 웃으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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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20일(현지시각) 스페인 출신 익스트림 산악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50)는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 외곽의 지하 70m 아래 깜깜한 동굴로 내려갔다.
500일이 지난 4월14일 오전 9시, 그는 다시 땅 위로 올라왔다.
그는 왜 땅 속으로 내려갔고, 500일 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플라미니의 500일은 동굴에서 그를 관찰한 두대의 카메라를 통해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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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20일(현지시각) 스페인 출신 익스트림 산악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50)는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 외곽의 지하 70m 아래 깜깜한 동굴로 내려갔다. 500일이 지난 4월14일 오전 9시, 그는 다시 땅 위로 올라왔다. 그는 취재진에게 “나와서 샤워를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렇게 관심이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왜 땅 속으로 내려갔고, 500일 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17일 영국의<가디언>, <비비시>(BBC) 방송 등을 보면, 그는 인간의 정신과 신체가 극도의 고독과 박탈감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동굴로 내려갔다고 한다. 스페인 알메리아, 그라나다, 무르시아 대학 소속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이 그를 모니터링했다.
플라미니는 라이트가 달린 헬멧과 책, 종이와 연필, 뜨개질 도구를 가지고 동굴에서 지냈다. 연구팀은 플라미니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했고, 식재료를 배달했으나 특별한 소통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 버튼’이 있었으나 누르지 않고 미리 약속한 500일을 채웠다.
긴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가디언>은 그가 땅 위로 올라온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나 자신과 아주 잘 지냈다. 힘든 순간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매우 아름다운 순간도 있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책을 읽고, 쓰고, 그림을 그리고, 뜨개질을 했다. 500일 동안 60권의 책을 읽었다.
로스트 치킨과 감자를 먹고 싶어서 힘들었지만 고독은 문제 될 것 없었다고 한다. 처음 65일은 빠르게 시간이 지났지만 그 뒤로는 시간 감각이 흐려졌다고 했다.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때 그는 “160∼170일 정도 지났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물론 비상 버튼을 누르고 지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순간이 몇 차례 있었다. “파리! 파리!…파리들이 들어와서 애벌레를 낳았고, 곧 파리에 둘러싸여 버렸습니다. 복잡한 일은 아니었지만 건강한 상황도 아니었어요.” 지정된 장소에 용변을 버리는 것으로 화장실 문제는 해결했으나 샤워는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동굴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한듯했다. 사람들이 그를 지상으로 데리고 오려 했을 때 그는 “‘벌써요? 벌써요? 말도 안 돼.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는데…’라는 생각을 당시에 했다”고 전했다. “저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는 사람이에요. 500일은 더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꿈’을 이룬 것에 만족했다. 취재진이 동굴에서 나온 그의 표정이 행복해 보였던 것에 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만약 당신이 꿈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이룬다면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울면서 나올래요?”
<가디언> 등은 플라미니의 ‘500일’이 사람이 동굴에서 혼자 보낸 최장 기록인 것으로 보이지만, 기네스 기록에 관련 항목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플라미니의 500일은 동굴에서 그를 관찰한 두대의 카메라를 통해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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