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누구나 쓰는 보행로라면 사유지여도 재산세 면제”

김혜리 기자 2023. 4. 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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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우철훈 선임기자

사유지라 하더라도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이용하는 통행로라면 재산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단독 김정웅 판사는 기업은행이 서울 중구청장을 상대로 낸 재산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서울 중구청은 2018년 9월 기업은행이 소유한 을지로 일대 대지 4곳에 재산세와 지방교육세 등 약 17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기업은행은 그 중 일부가 시민을 위한 보행로로 쓰이는 만큼 과세 대상이 아니라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지방세법에 따르면 ‘일반인의 자유로운 통행을 위하여 제공할 목적으로 개설한 사설 도로’는 재산세 비과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조세심판원은 이를 받아들여 일부 대지에 대한 과세를 취소하라고 판단했지만, 기업은행은 나머지 대지에 대해서도 세금 부과를 취소해달라며 2020년 6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기업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조세심판원이 과세 처분해야 한다고 본 대지도 비과세 대상인 ‘사설 도로’이니 재산세를 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문제의 대지 인근에는 원고 소유의 건물들 외에도 각종 고층건물들과 업무시설들이 밀집돼 있고, 주변에 지하철역 입구와 버스정류장,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어 불특정 다수인들이 아무런 제한없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통행로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인근 보행도로엔 화단, 가로수, 안내표지판 등 보행에 방해가 되는 시설물들이 설치돼 있어 일반 보행자들이 기업은행 소유 대지를 주된 통행로로 이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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