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유람 "흥행 자신 있었던 '모범택시2', '눈눈이이' 매력 통했죠"

조은애 기자 2023. 4. 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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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유람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스토리제이컴퍼니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SBS '모범택시2'(극본 오상호·연출 이단, 장영석)는 다크 히어로의 사적 복수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드라마였다. 매번 중심 사건만 바뀔뿐,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이 승리하기까지의 과정도 반복됐다. 하지만 '모범택시2' 모든 에피소드의 밑바탕엔 '인간애'가 있었다. 각자의 상처를 딛고 한 팀이 된 무지개 운수 5인방 사이엔 가족 못지않은 사랑이 있었고, 이들이 돕는 약자들과는 강한 연대가 있었다. 이 드라마가 어둡고 잔혹한 범죄 문제를 다루면서도 시즌2에 이르기까지 뜨거운 사랑을 받은 것은 무엇보다 소중한 이 인간 사이의 온기를 허투루 다루지 않은 까닭이다.

여기엔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공이 컸다. 그중에서도 박주임 역의 배우 배유람(37)은 독보적인 매력과 탄탄한 연기로 자칫 평범하게 흘려보낼 법한 모든 장면들에 반짝이는 윤기를 더했다. '모범택시2'의 종영을 앞둔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포츠한국 사옥에서 배유람과 만났다.

"어느 때보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했고 마음이 많이 쓰이는 작품이에요. 어차피 사건을 해결할 거라는 걸 아는데도 '모범택시2'가 재밌었던 건 감독님, 작가님이 '밀당'을 잘해주신 덕분인 것 같아요. 진지할 때는 진지하고, 웃길 때는 웃기고. 시즌1에서 달릴 수 있는 힘을 얻었고, 그 에너지가 시즌2까지 잘 이어진 덕분에 시청자 분들의 응원 속에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배유람이 연기한 박진언 주임은 무지개 운수 정비실 엔지니어다. 유명 항공사 항공기 정비원 출신으로 남다른 손재주의 소유자다. 최주임(장혁진) 곁에서 정비, 수리, 세차, 운전 등 온갖 일들을 하다 장대표(김의성)에 의해 해고된 이후 로켓 개발팀에 입사, 러시아로 발령난다. 하지만 결국 최주임과 함께 무지개 운수로 돌아온다.

"바보 같은데 착하고 귀도 얇고, 일 시키면 구시렁거려도 다 하는 인물이죠. 어떻게 보면 뻔한 감초 캐릭터로 보일 수 있지만 결코 진부하지 않게 가려고 노력했어요. 박주임의 바가지 머리도 사실 요즘 스타일은 아닌데 분장팀이 신나서 만들어주셨어요. (웃음)"

'모범택시2'는 전반적으로 경쾌한 리듬 속 웃음 포인트들도 많았지만 사기, 아동 학대, 사이비 종교, 의료 사고, 성범죄, 마약 등 내내 가볍지 않은 소재를 다뤘다. 이처럼 한 회차 안에서도 극과 극의 텐션을 오가야 했기에, 배우들은 캐릭터가 동동 뜨지 않도록 균형감을 유지해야 했다. 배유람은 범죄 피해자 유족이라는 개인적 서사와 무지개 운수의 일당백 엔지니어까지 여러 얼굴을 가진 박주임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호평을 얻었다.

"도기에게 필요한 걸 만들고 다 세팅도 해야 하는, 도기의 손발 역할이죠. 긴장감 있는 스토리 안에서도 약간 코믹해야 하니까 그 균형을 잡아야 했어요. 작가님이 워낙 좋은 글을 써주신 덕에 몰입하기 어렵진 않았어요. '주임즈'도 도기 못지않게 '부캐'가 많았는데요, 사이비 종교에 위장 잠입했을 때, 클럽 블랙썬 앞에서 '입뺀'(입구 뺀찌) 당한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힙합룩을 입은 제 모습을 보면서 '이겨내야 한다'고 되뇌었죠.(웃음)"

사실 박주임은 당초 시즌1에서 목숨을 잃는 설정이었다. 하지만 장대표 역을 맡은 김의성이 '현실도 힘든데 피해자 가족까지 죽는 건 너무 암울하지 않냐'고 제안, 박주임 캐릭터를 살려냈다. 극적으로 살아남은 박주임은 한층 커진 존재감으로 시즌2의 핵심 캐릭터로 활약하며 무지개 운수의 팀플레이를 완성한 주인공이 됐다.

"누군가 무지개 운수팀을 '유사 가족'이라고 표현했는데 딱 맞는 것 같아요.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눈빛만 봐도 알고, 무지개 운수는 진짜 가족 같아요. 피해자 가족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우리 사건은 해결 못 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의뢰를 해결해주면서 각자 대리만족도 있었을 거예요. 박주임에게도 돈이나 직업 안정성을 떠나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가족 같은 존재였겠죠. 만약 저였어도 무지개 운수를 택했을 것 같아요."

촘촘한 서사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 한층 확장된 세계관에 힘입어 15일 방송된 '모범택시2' 최종회는 최고 25.6%, 수도권 21.8%, 전국 21.0%, 2049 8.2%로 올해 방영된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꽉 닫힌 '사이다' 엔딩에 시즌3를 암시하는 장면까지 등장, 마지막까지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처음엔 시즌1만큼만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소재가 무궁무진하고 통쾌해서 자신감은 있었어요. 시즌1이 캐릭터들의 전사를 풀어내느라 어두웠다면 시즌2는 앞만 보고 달릴 수 있어서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나쁜 놈들한테 복수하는 '눈눈이이'(눈에는 눈 이에는 이) 스토리도 통했던 것 같고요. 물론 세상이 당장 변하진 않겠지만 드라마로 조금이라도 위로받은 분들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조선시대에도 민중이 힘들 때 풍악을 울려서 달래주는 분들이 계셨다잖아요. 우리 사회에 어두운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바뀌어야 한다고 한 번 더 목소리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죠."

'모범택시2'의 흥행을 이끈 배유람은 알고보면 내공이 남다른 배우다. 건국대 영화과 2기 출신인 그는 스무 살 때부터 수백편의 단편, 독립영화들을 통해 '독립영화계 아이돌'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제 주목할 만한 배우를 넘어 한국 영화·드라마계를 이끄는 배우로 우뚝 선 배유람은 지난해 쿠팡플레이 시리즈 '유니콘', 티빙 '욘더'에 이어 '모범택시2', 영화 '킬링 로맨스'까지 연달아 흥행을 터트리며 다시 한번 저력을 과시했다.

"독립영화계에서 활동하면서 주목받는 배우들이 많았지만, 상업영화나 드라마로 넘어와서 그 힘을 유지하는 게 쉽진 않아요. 그래서 혼자 젖어있기보다 늘 스스로를 냉정하게 보려고 해요. 지금도 저는 그렇게 한국 영화계를 이끄시는 분들 옆에서 살짝 노 젓고 있는 조타수 정도죠.(웃음) 지금처럼 계속 좋은 작품들을 보여드리면서 주변 지인, 가족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배우 인생도 사람 인생 안에 있으니까, 열심히 또 즐겁게 연기해야죠."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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