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대학 혼돈 부추기는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디지털 동서남북]
차준호 기자 2023. 4. 17. 10:00
교육부 ‘라이즈’ 사업으로 수도권 대학-지자체 혼돈·불만
“교육 형평성에 어긋나 수도권 역차별” 볼멘소리 쏟아져
“지리적으로 수도권에 있지만 우리 대학은 지방대다. 정부 시범사업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우리만 낙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수도권 사립대 관계자)
정부가 지난달 8일 위기의 지방대를 살리기 위한 취지로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시범 운영 시도 7곳을 선정해 발표하면서 사업대상에서 제외된 수도권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교육부는 경남, 경북, 대구, 부산, 전남, 전북, 충북을 라이즈 시범 운영 지역으로 발표했다. 모두 13개 지방자치단체가 라이즈 사업에 지원했는데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은 사업 대상에서 제외됐다. 세종은 아예 지원을 하지 않았다.
라이즈 사업은 정부가 지역대학에 투자·지원할 2조 원 규모의 교육부 권한을 지자체에 대폭 이양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지역이 주도하는 대학 지원 모델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번에 발표한 시범 지역에서 우수 모델을 만들고 필요하면 제도개선과 법령 개정사항을 찾아 정비한 뒤 2025년 17개 시도로 확대·시행한다.
문제는 2조 원이 걸린 라이즈 시범 운영 지역에서 제외된 수도권 대학과 지자체는 혼란 속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것이다.
“100m 달리기 하는데 우리만 출발선에 서 있고 이번에 선정된 7곳의 시도는 벌써 출발한 거잖아요…. 위기의 지방대 살리려는 취지는 좋지만 이러다 수도권 비명문대가 몰락하는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7일 열린 한국사립대학 총장협의회에서는 “라이즈를 둘러싼 성토장 같았다”고 한 참석자는 분위기를 전했다.
라이즈 시범 운영지역 제외지역인 경인지역 사립대 총장들은 “올해로 라이즈 시범지역 선정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내년에 수도권역 등으로 확대해 사전에 준비할 시간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 지역은 어떤 형태로 라이즈 사업을 진행하는지 정부가 모델을 제시해 줘야 한다는 요청도 있었다. 수도권은 지방에서 추진되는 모델과 같은 모델로 추진되는 것인지, 아니면 수도권의 특성을 감안한 별도의 수도권 라이즈 모델을 제시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교육부가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지역 대학들은 라이즈 사업의 관할 구역이 어떻게 나뉘는지 등 교육부가 실시 계획을 정확하게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또 경기도 단일 지자체의 관할 하에서 라이즈 사업을 진행하는지, 아니면 권역별로 나눠서 진행할 계획인지 등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라이즈 사업과 함께 진행되는 글로컬(글로벌+로컬) 대학 육성사업에서도 수도권 대학이 제외되면서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15년간 등록금이 동결돼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 입장에서 5년간 최대 1000억 원의 정부 예산을 받을 수 있는 글로컬 대학 선정은 대학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기회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의 대학은 ‘그림의 떡’인 셈이 됐다.
경인지역 대학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에 포함되지만 서울지역 대학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지방 거점 국립대학과 비교하면 오히려 국가 지원이 절실한데 글로컬 대학 대상에서 제외 됐다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수도권 지자체의 불안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 한 지자체의 교육담당자는 “교육부의 보도자료나 시범지역 시도(市道)의 자료를 보고 라이즈 사업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실정인데, 세부 계획이 없으니 답답하다”며 “진짜 수도권 ‘차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간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역할에 맞는 조화가 필요하다는데 모두가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마다 규모, 산학 협력 정도, 특성화 및 중점 육성 분야가 다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을 무 자르듯 구분해 정부의 정책의 시행의 우선순위를 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수도권 대학과 지자체의 입장이다.
정부는 내년에 수도권을 포함 전국으로 라이즈 시범 지역을 확대해 대학과 지자체가 사전 협의를 통해 보완점을 마련하는 등 정책을 시행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더 이상의 혼란을 막아야 교육 정책에 대한 불신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장 경쟁을 통한 대학구조조정 및 개혁, 대학 경영 전문성 제고, 사회적 책임 강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학 접근성 확대 등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대학 개혁이 눈앞에 산적해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해 11월 취임식에서 지역 대학의 허브 역할과 관련해 대학의 강도 높은 규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렇다. 대학 규제 개혁이라는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는 라이즈와 글로컬 대학 육성 사업으로 인한 혼란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 대학은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국가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교육 형평성에 어긋나 수도권 역차별” 볼멘소리 쏟아져
동아일보 사회부에는 20여 명의 전국팀 기자들이 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지역의 생생한 목소리를 찾기 위해 뛰고 있습니다. 전국팀 전용칼럼 <동서남북>은 2000년대 초반부터 독자들에게 깊이있는 시각을 전달해온 대표 컨텐츠 입니다. 이제 좁은 지면을 벗어나 더 자주, 자유롭게 생생한 지역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디지털 동서남북>으로 확장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지면에 담지 못한 뒷이야기, 잘 알려지지 않은 따뜻한 이야기 등 뉴스의 이면을 쉽고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주 |
“지리적으로 수도권에 있지만 우리 대학은 지방대다. 정부 시범사업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우리만 낙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수도권 사립대 관계자)
정부가 지난달 8일 위기의 지방대를 살리기 위한 취지로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시범 운영 시도 7곳을 선정해 발표하면서 사업대상에서 제외된 수도권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교육부는 경남, 경북, 대구, 부산, 전남, 전북, 충북을 라이즈 시범 운영 지역으로 발표했다. 모두 13개 지방자치단체가 라이즈 사업에 지원했는데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은 사업 대상에서 제외됐다. 세종은 아예 지원을 하지 않았다.
라이즈 사업은 정부가 지역대학에 투자·지원할 2조 원 규모의 교육부 권한을 지자체에 대폭 이양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지역이 주도하는 대학 지원 모델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이번에 발표한 시범 지역에서 우수 모델을 만들고 필요하면 제도개선과 법령 개정사항을 찾아 정비한 뒤 2025년 17개 시도로 확대·시행한다.
문제는 2조 원이 걸린 라이즈 시범 운영 지역에서 제외된 수도권 대학과 지자체는 혼란 속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는 것이다.
“100m 달리기 하는데 우리만 출발선에 서 있고 이번에 선정된 7곳의 시도는 벌써 출발한 거잖아요…. 위기의 지방대 살리려는 취지는 좋지만 이러다 수도권 비명문대가 몰락하는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7일 열린 한국사립대학 총장협의회에서는 “라이즈를 둘러싼 성토장 같았다”고 한 참석자는 분위기를 전했다.
라이즈 시범 운영지역 제외지역인 경인지역 사립대 총장들은 “올해로 라이즈 시범지역 선정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내년에 수도권역 등으로 확대해 사전에 준비할 시간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 지역은 어떤 형태로 라이즈 사업을 진행하는지 정부가 모델을 제시해 줘야 한다는 요청도 있었다. 수도권은 지방에서 추진되는 모델과 같은 모델로 추진되는 것인지, 아니면 수도권의 특성을 감안한 별도의 수도권 라이즈 모델을 제시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교육부가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지역 대학들은 라이즈 사업의 관할 구역이 어떻게 나뉘는지 등 교육부가 실시 계획을 정확하게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또 경기도 단일 지자체의 관할 하에서 라이즈 사업을 진행하는지, 아니면 권역별로 나눠서 진행할 계획인지 등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라이즈 사업과 함께 진행되는 글로컬(글로벌+로컬) 대학 육성사업에서도 수도권 대학이 제외되면서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15년간 등록금이 동결돼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 입장에서 5년간 최대 1000억 원의 정부 예산을 받을 수 있는 글로컬 대학 선정은 대학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기회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의 대학은 ‘그림의 떡’인 셈이 됐다.
경인지역 대학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에 포함되지만 서울지역 대학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지방 거점 국립대학과 비교하면 오히려 국가 지원이 절실한데 글로컬 대학 대상에서 제외 됐다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수도권 지자체의 불안과 불만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 한 지자체의 교육담당자는 “교육부의 보도자료나 시범지역 시도(市道)의 자료를 보고 라이즈 사업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실정인데, 세부 계획이 없으니 답답하다”며 “진짜 수도권 ‘차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간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역할에 맞는 조화가 필요하다는데 모두가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마다 규모, 산학 협력 정도, 특성화 및 중점 육성 분야가 다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을 무 자르듯 구분해 정부의 정책의 시행의 우선순위를 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수도권 대학과 지자체의 입장이다.
정부는 내년에 수도권을 포함 전국으로 라이즈 시범 지역을 확대해 대학과 지자체가 사전 협의를 통해 보완점을 마련하는 등 정책을 시행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더 이상의 혼란을 막아야 교육 정책에 대한 불신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장 경쟁을 통한 대학구조조정 및 개혁, 대학 경영 전문성 제고, 사회적 책임 강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학 접근성 확대 등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대학 개혁이 눈앞에 산적해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해 11월 취임식에서 지역 대학의 허브 역할과 관련해 대학의 강도 높은 규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렇다. 대학 규제 개혁이라는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는 라이즈와 글로컬 대학 육성 사업으로 인한 혼란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 대학은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국가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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