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치고 싶었으면' 타격 부진과 악플에 시달린 오그레디..'쉬지 않고 빈스윙'

박재만 2023. 4. 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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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곳에서 빈 스윙을 돌리며 타격 부진에서 탈출하려 애쓰는 한화 오그레디.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얼마나 치고 싶었으면..' 시즌 초반 1할대 타율에 머무르며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고 있던 외국인 타자 오그레디는 더그아웃에서 타격폼을 취한 뒤 스텝을 밟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 이글스는 장타력을 보강하기 위해 연봉 7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 등 총액 90만 달러에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를 영입했다. 지난 시즌 효자 소리를 들었던 외국인 타자 터크먼과 결별은 아쉬웠지만 한화에 필요한 장타력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오그레디는 빅리그 통산 3시즌을 뛰며 62경기 114타석 18안타 타율 0.184 4홈런을 기록했다. 표본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정확도는 다소 떨어지고 장타력만큼은 확실한 타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18개 안타 중 2루타 6개 3루타 1개 홈런 4개로 장타 11개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는 228경기 타율 0.284 51홈런 152타점 출루율 0.36, 장타율 0.551 OPS 0.913을 기록했다. 2019시즌 28홈런, 2021시즌 15홈런.

지난 시즌에는 일본프로야구 세이부에서 뛴 오그레디는 123경기 타율 0.213 15홈런 46타점을 기록했다. 미국과 일본 야구를 모두 경험한 오그레디. 정교함은 떨어지지만, 한화가 오그레디에게 원한 건 장타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 달리 결과는 더 아쉬웠다. 오그레디는 시범경기 12경기 타율 0.114 4안타 3홈런을 기록했다. 4개 안타 중 3개가 홈런일 정도로 파워만큼은 좋았지만, 불리한 카운트에서 들어오는 낙차 큰 변화구에 속수무책이었다.

시범경기 당시 홈런 치고 기뻐하는 오그레디. 그를 반기는 채은성

시즌 초반 13경기 중 5번의 연장을 치른 한화. 타선을 이끌고 있는 채은성의 방망이가 뜨겁지만, 그 뒤를 받쳐줄 타자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그레디는 홈런 없이 타율 0.160 8안타 7타점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주말 3연전 첫 경기였던 지난 14일 수원kt위즈파크. 6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오그레디는 6타수 1안타 4삼진 1득점을 기록했다. 7회 선두타자로 나와 안타로 출루한 뒤 대타 문현빈의 안타 때 역전 득점을 올린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이날 한화는 연장 12회 혈투 끝 무승부를 기록했다. 모두가 외국인 타자에게 바라는 시원한 한방이 절실했던 경기였지만 끝내 터지지 않았다.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진 외국인 타자를 향해 일부 극성팬들이 오그레디 SNS에 악플을 다는 일까지 벌어졌다. 오그레디는 직접 SNS를 통해 "내 딸 사진에 집에 가라는 댓글이 엄청나게 달렸다. 다시 말하지만 나보다 내가 더 잘 뛰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래도 내게 손을 내밀고 응원해주신 팬들에게는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시즌이 많이 남았다. 이글스가 이길 경기도 아직 많다"고 말했다.

마음처럼 풀리지 않아 답답해하는 오그레디 '정말 열심히 준비하는데...'

실제 현장에서 지켜본 오그레디는 성실한 선수였다. 수비를 마치고 돌아온 오그레디는 글러브를 벗고 곧바로 타격폼을 취한 뒤 상대 투수 타이밍에 맞춰 연신 스텝을 밟았다. 보통 대기 타석에서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춰보기 위해 취하는 동작이지만 오그레디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마운드 위 투수를 보며 빈 스윙을 돌리고 또 돌렸다.

야구 중계는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친 타구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경기 후 기사도 결과론적인 내용을 정리한 것들이 많다.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진 탈출을 위해 애쓰고 있는 오그레디. 시즌 초반 결과는 따라주지 않고 있지만 야구를 대하는 태도만큼은 모범적인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부진을 날려버리는 결승타를 날린 오그레디. 타율은 아직 1할대지만 노력의 결과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외국인 타자로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숙명이다. 하지만 도를 넘는 비판과 악플은 한화 오그레디를 떠나 프로야구에도 좋지 못하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구슬땀을 흘려가며 노력하고 있는 오그레디가 시즌 막바지에는 웃으며 야구하고 있길 바란다.

마운드 위 상대 투수를 보며 타이밍을 맞추고 있는 오그레디 모습
타석에 들어서기 전 투수별 피칭 유형까지 체크하는 오그레디
팀 분위기를 위해 열심히 박수까지 치는 외국인 타자
부진에서 탈출해 웃으며 야구하는 오그레디를 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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