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수출 10년 증가율, 대만의 '5분의 1'…흔들리는 '수출 한국'
세계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의 수출액 증가율이 최근 10년 간(2012년 대비 2022년) 24.3%에 그친 반면, 같은 기간 중국과 대만의 수출액 증가율은 각각 75.8%, 120.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만의 수출액은 4779억달러로 증가, 한국(6836억달러) 턱밑까지 쫓아오고 있다.
한국의 지난 10년 간 수출액 증가율이 세계 1위 수출국 중국의 약 절반, 제조업 분야 경쟁국 대만의 5분의 1 수준이라는 점에서 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과의 기술력 격차도 최근 급격히 좁아지고 있어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통해 타국과의 산업 초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韓, 중국-대만 수출점유율 늘릴 때 혼자 뒷걸음질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동아시아 4개국(한국·중국·일본·대만)의 수출 경쟁력을 비교·분석한 결과 지난 10년 간 한국의 수출액은 5479억달러에서 6836억달러로 24.3%늘었다. 중국은 2조501억달러에서 3조6045억달러로 75.8%, 대만은 2167억달러에서 4779억달러로 120.5% 증가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의 활력이 경쟁국보다 크게 떨어진 것이다.
특히 한국 수출의 가장 큰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이 중국과 대만에 크게 따라잡힌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2012년 대비 2021년 반도체 수출액이 164.6% 증가하며 1093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중국과 대만은 191.1%, 330.7% 증가하며 각각 1559억달러, 1566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점유율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 10년 간 전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수출 점유율은 0.2%포인트 하락해 2.8%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기간 중국은 3.3%포인트 상승해 14.6%를 기록했고, 대만은 0.7%포인트 상승해 1.9%를 기록했다. 동아시아 4개국(한국·중국·일본·대만) 중 일본과 한국만 수출 점유율이 하락했다.
한국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자기기(반도체 포함)의 한국 수출점유율은 같은 기간 고작 0.4%포인트 상승해 5.9%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의 점유율은 4%포인트 상승해 26.6%로 집계됐고, 대만의 점유율은 3.2%포인트 상승해 6.5%를 기록하며 한국을 제쳤다.
가격 경쟁력 높은 中, 이젠 기술력까지 ’턱밑 추격‘
전문가들은 한국 수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간 반도체 업황이 좋았던 덕에 가려져 있었던 문제가 이제야 부각됐을 뿐이란 얘기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한국은 인건비 상승 등을 감안했을 때 중국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약하다”라며 “기술 경쟁력 역시 경쟁국인 대만이 치고 올라오면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한국과 중국 간 기술력 격차도 급격히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무역협회가 지난 10년 간(2011~2021) 양국의 산업 경쟁관계 변화를 분석한 결과, 첨단산업에 있어서 중국 대비 '상대적 경쟁우위'를 점했던 한국이 최근엔 '경합' 수준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중고위 기술수준의 산업에 있어서도 10년 전만 해도 한국이 중국 대비 ‘상대적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이 역시 최근 ‘경합’ 수준으로 경쟁력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특히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한국 제조업 수출 경쟁력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대대적으로 지원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기업들이 더 활발히 기술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각종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백화점식 투자 아닌 집중 투자해야”
전문가들은 한국이 수출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혁신산업을 선별해 과감하게 지원하는 한편 규제 완화를 통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유망산업이 보인다고 하면 정부가 ‘이렇게까지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크게 선행투자를 해야 나중에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이같은 필요성을 인지하고 대규모 투자안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지난 10일 정부가 반도체 등 11대 핵심투자분야에 2030년까지 13조5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그 일환이다. 다만 이런 ‘백화점식 투자‘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나치게 여러 분야에 정부가 투자하려고 하면 한 분야에 돌아가는 투자금이 적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이도저도 아닌 결과만 나오게 된다”며 “전략적으로 필요하거나 향후 20년 유망할 것 같은 산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큰 자금을 몰아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특히 투자자금 지원은 중소기업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은 자금보다는 세금 혜택이나 각종 규제 완화로 지원해 주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경상수지 흑자 유지 위해선 수출 외 활로도 모색해야
일각에선 한국이 경상수지를 안정적으로 흑자 유지하기 위해선 수출 외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진국으로 갈 수록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 보다 해외투자나 관광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한국 경제가 선진국화되면서 다국적 기업이 해외에 활발히 진출하는 등 상품수지 개선이 더 쉽진 않은 상황”이라며 “선진국들이 서비스수지를 개선해 경상수지 흑자 구조를 가져가는 것처럼 한국 역시 금융 등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서 선진국형 경상수지 구조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2012년 대비 2022년) 수출 점유율 하락은 한국(-0.2%포인트)보다 일본(-1.4%포인트)이 더 심각했다. 일본은 2011~2015년 5년 연속 상품수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1981년 이후 41년 동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자회사들에서 나오는 배당과 쌓아 놓은 자산을 통해 얻는 본원소득수지에서 큰 흑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대적인 관광 캠페인으로 서비스수지가 대폭 개선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서비스수지는 2010년 초중반만 해도 연간 300~400억달러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코로나 이전(2018~2019년)엔 연간 100억달러 미만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일본 정부는 경상수지 개선을 위해 방일 관광객 유치에 힘써왔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상품수지 의존도가 높은 경상수지 흑자구조 변화를 위해 서비스수지 적자를 개선하는 한편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여행수지와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에서 대규모 흑자를 지속하고 있는 일본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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