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직격 야구] 피치 클록, 경기시간 30분 이상 단축시킨다

권정식 2023. 4. 1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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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가 올해부터 경기시간 촉진을 위해 전광판 옆에 설치한 피치 클록. 사진=AP 연합뉴스

올시즌 혁신적인 규칙을 도입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시즌 초반부터 기대 이상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피치 클록(Pitch Clock)과 (수비)시프트 금지, 베이스 크기를 확대한 2023 메이저리그는 예년보다 '타고투저' 현상이 강화되면서 팬들의 흥미를 엄청나게 끌고 있다. 게다가 평균 경기 시간은 무려 32분이나 단축됐다.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각) 개막된 메이저리그는 14일까지 15일 동안 178경기를 치른 결과 리그 평균 타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0.233에서 0.249로 1푼6리나 향상됐다.

시프트 금지 효과를 더 크게 누릴 것으로 예상된 좌타자들의 타율이 지난해 0.228에서 올 시즌 0.240으로 올랐고 우타자들은 0.236에서 0.255로 더욱 많이 올랐다. 1,2,3루 베이스 크기가 각 측면 기준 종전 15인치(38.1cm)에서 18인치(45.72cm)로 커진 덕분에 도루는 46%나 증가했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 1.0개였던 도루는 1.46개로 늘었고 성공률 또한 74.0%에서 81.3%로 크게 올라갔다.

개막후 15일간 피치 클록(피치 타이머) 위반은 178경기에서 156번 발생해 경기당 0.88개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메이저리그가 새 규칙을 도입한 가장 큰 목적인 경기 시간은 크게 단축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시간 9분에서 올해는 2시간 37분으로 무려 32분이나 줄어들었다(1984년 2시간 35분 이후 가장 짧은 기록). 시즌 개막전에서는 종전의 7이닝 시간 보다도 더 짧은 2시간 14분 짜리 경기가 두차례(디트로이트-토론토, 클리블랜드-시애틀)나 있었다.

피치 클록은 투수가 잘 보이는 곳에 전자시계를 설치하고 이에 투수가 초시계에 따라 제한시간내 투구를 할 수 있게 하는 기계를 말한다. 주자가 없을 시에는 15초, 주자가 있을 땐 20초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투수가 제한시간내 던지지 않으면 볼이 선언된다. 타자가 투수의 제한시간 8초 이내 타격 준비를 마치지 않으면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경기 시간이 혁신적으로 단축된 덕분에 경기당 평균 관중은 2만827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6796명 보다 5.5% 증가했다. 애초 피치 클록과 시프트 금지 규정 도입을 반대했던 MLB 선수와 감독들도 이제는 효과를 수긍하는 분위기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에도 피치 클록에 시간이 표시되고 있다.  

테리 프랑코나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감독은 "새 규칙들이 경기하는 데 별다른 방해가 되지 않는다"며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면 새로운 규칙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1루수 C.J. 크론은 "이런 경험은 처음인데 수비할 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며 "항상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KBO 리그에 피치 클록이 내년 도입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도입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KBO 사무국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지 않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검토하지 않는 이유는 '정통 야구'를 훼손하는 탓이라고 한다. 어쨌든 플레이를 위축시키므로 야구 본래의 재미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필자에게는 KBO의 다소 부정적인 분위기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야구의 본고장에서 획기적인 발상으로 만든 방안에 대해 도입을 꺼려하는 것은 '쓸데없는 고집'으로 여겨진다. MLB가 수년간의 검토 끝에, 거기에다 그 힘든 선수노조의 합의까지 이뤄내 만든 결과물을 시큰둥하게 바라보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KBO 리그에도 MLB와 같이 올시즌 도입됐으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을듯).

한국의 2030 팬들은 너무 경기가 지루하게 진행돼 '직관'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도 빠르고 화끈한 장면을 기대하는 젊은 야구팬들에게 3시간이 넘는 경기 시간은 진입 장벽이 된다는 통계가 있었다. KBO 리그에서도 혁신적으로 경기 시간이 30분 넘게 단축된다면 야구장을 찾는 발걸음이 크게 늘지 않을까.

KBO 리그는 16일 현재 경기 평균 시간이 3시간 19분(연장전 포함)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4분이 늘었다. 코로나 방역 완화로 마스크를 벗고 '함성 응원'이 가능해진 덕분에 관중은 경기당 평균 1만1259명으로 지난해 시즌 평균(8439명)보다 33.4%가 증가했다.

그러나 경기시간 단축 노력을 않는다면 개막초기 활황이 오래 가지 않을 수 있다. 또 시즌을 앞두고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3연속 1라운드 탈락, 장정석 KIA 단장의 어이없는 뒷돈 요구, 롯데 서준원의 아동 성착취물 동영상 제작, 사상 초유의 KBO 압수수색, LG 이천웅의 인터넷 도박 사건 등 악재가 연이어 터져 '관중 썰물 현상'은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

이를 일시에 만회할 수 있는게 피치 클록 도입 등 경기 시간 단축 조치다. KBO 실행위원회(단장 모임)와 이사회(구단 사장단 모임)에서 순차적으로 내년 도입을 위한 절차를 밟는게 바람직해 보인다. 팬들 상대로 여론조사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본지 객원기자

김수인 객원기자

 

스포츠한국 권정식 jskwo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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