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대신 수트…피아니스트 아브제예바 "음악 본연에 더 충실"

2010년 쇼팽콩쿠르 1위…아르헤리치 이후 45년 만의 여성 우승자
5월 12일 예술의전당서 '올 쇼팽' 프로그램 리사이틀

율리아나 아브제예바 [ⓒChristine Schneider / 마스트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분위기에 걸맞은 복장을 갖추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게 꼭 드레스여야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각적으로 불필요한 요소는 없애는 게 음악 본연에 더 충실하게끔 한다는 생각입니다."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율리아나 아브제예바(39)는 보통의 다른 여성 피아니스트와 달리 무대에서 드레스를 입지 않는다. 그 대신에 늘 바지 정장을 차려입고 무대에 선다. 화려한 드레스보다 심플하고 단정한 바지 정장이 연주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서다.

그는 17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15년 전쯤 한 공연장에서 아주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연주한 적이 있는데, 공연 2부쯤에서 입고 있던 드레스가 그날 연주하는 작품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 이후로는 드레스 대신 바지 정장을 입는 것이 자신만의 원칙이 됐다.

내달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올 쇼팽' 프로그램을 들고 8년 만에 솔로 리사이틀을 갖는 아브제예바는 2010년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마르타 아르헤리치 이후 쇼팽 콩쿠르에서 여성 우승자가 나온 것은 무려 45년 만의 일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아브제예바는 당시 결선 무대에서 갑자기 조명이 꺼지는 사고에도 흔들리지 않고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잉골프 분더(공동 2위)와 다닐 트리포노프(3위)를 제쳤다.

"아르헤리치와 같은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사실에 매우 행복하고 항상 감격스럽죠. 특히 제가 쇼팽 콩쿠르에 참가했을 당시 그녀가 심사위원이었기에 더 특별한 감정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승 후 그녀와 함께 대화하고 음악에 대한 생각을 공유할 기회들이 주어져 큰 영감을 받았어요."

2014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 내한 솔로 리사이틀을 여는 아브제예바는 이번에는 '올 쇼팽'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1부에서는 폴로네즈 2곡, 뱃노래, 전주곡, 스케르초 등을, 2부에서는 마주르카와 소나타 제3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무리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손꼽히는 그지만 리사이틀을 '올 쇼팽'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것은 13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율리아나 아브제예바 [ⓒChristine Schneider / 마스트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올 쇼팽 프로그램 리사이틀을 결정하기까지 저 스스로 많은 성장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공연으로 쇼팽 음악의 비전을 제시하고, 제가 요즘 느끼는 쇼팽의 음악은 어떠한지 한국 관객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요. 그래서 더더욱 다양한 쇼팽의 음악을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아브제예바는 작년 1월에도 내한해 피에타리 잉키넨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과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한 바 있다. 한국에 호감이 크다는 그는 조성진, 김봄소리 등 한국 연주자들과도 친분과 음악적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클래식 음악가들 사이에서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연주자로는 제가 여러 차례 만나기도 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있어요. 김봄소리는 제가 아주 좋아하고 또 친분이 있는데, 언제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연주자예요."

추구하는 음악 세계를 색깔로 정의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에게 음악은 살아 움직이는 존재와 같아서, 마디마다 다른 색감을 느낄 수 있어요. 세상을 둘러싼 분위기에 따라 음악의 색이 변할 수도 있고요. 음악은 놀랍고 즐거운 발견으로 가득 차 있으며, 제게 음악은 이제 막 시작된 새로운 모험입니다."

yonglae@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