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사실관계 다르다" 한국만? 프랑스 · 이스라엘도…왜?
21세 주방위군이 용의자로 검거되면서 미국의 기밀 문건 유출 파동은 새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다만, 유출자가 있다는 건 SNS를 떠돈 문건들이 기밀이 맞다는 이야기여서 배후 세력 개입설이나 문건 위조설은 뭔가 추가 설명 없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이쯤 되면 '미국이 도청한 게 맞고 문건 조작설은 동맹국 감시 비판에 물타기를 하려는 미국의 기만전술 아니냐'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겠지만 아직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프랑스도 이스라엘도 "사실 아니다"
이렇게 우리 정부가 문건 내용이 위조됐다는 데 동의한 걸 두고 비판이 적지 않지만 문건 내용을 부인하는 건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닙니다. 먼저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동맹국이면서도 미국에 대해 누구보다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는 프랑스도 문건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문제가 된 내용은 나토 회원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라트비아의 특수작전 요원들로 구성된 소규모 특수부대가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프랑스 국방부는 대변인을 통해 "우크라이나 작전에 연관된 프랑스군은 없다"며 "출처가 불분명한 문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영국 국방부도 이런 문제에 대응하지 않는다는 정책에 따라 별도 논평을 내지는 않았지만 트위터를 통해 "널리 보도된 유출 의혹 기밀 문건 내용이 심각한 수준의 부정확성을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동맹국은 아니지만 미국과 그 어느 나라보다 가까운 이스라엘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스라엘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가 정부의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지지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유출된 것과 관련해, 이스라엘 총리실은 즉각 성명을 내고 "모사드와 그 고위 인사들은 시위 문제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강력 부인했습니다.
왜 아니라고 할까…3가지 추정
문건 위조설은 이렇게 문건에 등장하는 나라들이 자국 관련 내용을 부인하면서 힘을 받았었는데 앞서 말씀드린 대로 문건을 유출 용의자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됐습니다. 미국이 조사를 진행 중이라니 결과를 기다려 봐야겠지만 현 단계에서 3가지 정도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미국 정보기관의 판단이 틀렸을 수 있습니다. 각종 첩보를 수집한 뒤 정보화 하는 과정에서 틀린 첩보가 들어갔거나 작은 부분이 크게 해석 됐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보 내용이 틀렸다는 지적이 한 두 곳이 아니고 보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둘째, 실제로 문서가 조작됐을 수 있습니다. 형식은 미국 비밀 문건과 비슷하나 내용이 틀린 내용이 담겼다는 미국 측 반응이 이런 추정을 뒷받침합니다. 유출된 내용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내용이 많았던 만큼 한 때 러시아가 기밀 문건 조작과 유출의 배후로 지목되기도 했는데 다만, 유출 용의자까지 등장한 만큼 이런 주장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실 확인과 함께 관련 증거가 제시돼야 합니다.
셋째, 피해 당사국들의 정치적 판단입니다. 딱히 현재까지 드러난 근거가 없어 제일 마지막에 적긴 했지만 가장 개연성 있는 추정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앞서 언급한 내용을 살펴보면 아시겠지만 각국이 부인한 내용은 대부분 해당 국가에게 상당히 민감한 내용들입니다. 나아가 그 내용을 부정하지 않을 경우 국내외적 논란이 불가피한 사항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이스라엘의 경우 정권 차원에서 추진했던 사법개혁에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반대 시위 참여를 독려했다면 이건 이스라엘 국내 정치적으로 이만저만 타격이 아닙니다. 설사 사실이었다고 해도 숨기고 싶은 사안인 겁니다. 프랑스 역시 마크롱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 중재자로 적극 나섰던 마당에 자국 특수작전 요원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건 사실 여부를 떠나 인정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사고 친 미 정부, 뜻밖의 소득?
이번 문건 유출로 문건에 언급된 국가들은 국내외적으로 한바탕 소동을 겪었습니다. 물론 미국의 타격이 가장 클 겁니다. 하지만 돌아가는 양상을 보면 미국에게 악재만은 아닌 듯 보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부가 해외 도·감청의 근거 법률인 해외정보감시법 시한 연장을 추진하는 데 탄력이 붙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도·감청으로 수집됐다는 의심을 받는 기밀이 유출돼 외교적 파문은 일긴 했지만, 이로 인해 기밀의 막대한 범위와 중대성이 공공연하게 확인된 되면서 오히려 정부가 의회를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겁니다. 해외정보감시법 702조는 애초 테러 용의자를 감시하기 위해 마련된 조항으로 미 정보기관이 영장없이 해외에 있는 외국인의 이메일이나 통신기록 등을 영장없이 수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702조는 의회가 재승인하지 않으면 올해 연말에 효력이 만료될 예정이어서 정부 관리들은 그간 이 조항 연장을 위해 일부 정보의 기밀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걸로 알려졌습니다. 도·감청으로 수집된 정보가 얼마나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보여주자는 취지였다고 하는데, 공교롭게 이번 유출 파문으로 전세계가 발칵 뒤집히면서 이 조항으로 수집하는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굳이 따로 공개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겁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미국의 소위 '동맹국들'에게 정말 더 없이 황당한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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