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미술제 훈풍 이어갈까?… 양대 경매사 4월 옥션 전략은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상반기 한국 미술시장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화랑미술제가 16일 성료했다. 페어를 주최한 한국화랑협회측은 전년보다 5000명 늘어난 5만8000여명이 전시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오픈런은 없었지만 훈훈한 온기는 가득했던’ 화랑미술제의 훈풍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은 4월 경매를 각각 25일과 26일에 나란히 개최한다. 이번 경매는 2차시장의 활력도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옥션은 제 172회 미술품경매를 4월 25일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개최한다. 105점 약 63억원이 출품됐다. 조선 후기 문인 연객 허필의 금강산도를 포함해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동해도 53 역참을 담은 판화집, 청대 문인 24명의 작업에 오세창의 화제와 제문이 더해진 ‘이박암추향도제영’ 등 고미술에 집중한 모습이다.
허필의 금강산도는 헐성루에서 조망한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모습을 담았다. 허필이 직접 남긴 제발과 남백당 권항언과 미상의 인물이 남긴 화제가 함께 전한다. 금강산을 조망하면서도 부감시보다 실제 풍경에 가깝게 그렸다. 바위 형태들을 의인화해 바위 이름과 맞추어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일제강점기 유명수장가였던 박창훈 박사의 구장품이다. 낮은 추정가는 1억 8000만원.
우타가와 히로시게의 ‘동해도53경’은 일본 동남부에서 에도, 나라, 도쿄, 오사카등을 연결하는 간선도로에 위치한 도카이도의 53개 역참에서 본 풍경을 55점의 연작으로 엮은 유키요에다. 에도 말기의 다양한 생활상이 펼쳐진다.
이외에도 한국근대문학사상 가장 널리 읽힌 시집으로 꼽히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판(중앙서림본)이 나온다. 대표작인 ‘진달래꽃’을 비롯, ‘먼 후일’, ‘초혼’, ‘엄마야 누나야’ 등 127편작품이 수록된, 저자가 생전에 유일하게 출간한 시집이다. 출품작은 등록문화재와 같은 판본으로 희귀본이다.
근현대 작품으로는 이강소의 400호 대작 ‘무제-89010’를 포함해 이우환의 관계항과 박서보의 1995년 후기묘법 시리즈 작업이 출품된다.
케이옥션은 서울옥션보다 하루 늦은 26일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4월경매를 개최한다. 총 79점, 71억원어치의 작업이 나온다. 중국 현대미술 대표작가로 꼽히는 쩡판즈의 대형 회화 ‘초상(Portrait)’ 연작 2점을 비롯 지난해 한국미술시장에서 낙찰총액 7위를 기록한 아야코 록카쿠의 작업, 치하루 시오타, 밀로 매튜, 피카 레온, 아키브 빌만사 등 독특한 개성으로 국내 팬들을 확보한 해외작가의 작업이 다양하게 출품된다.
쩡판즈의 초상 연작은 지난 2007년 완성한 작품으로 정장을 입은 남자와 앞섶을 헤친 여자가 주인공이다. 큰 손과 탄탄한 외형을 보이나 머리와 다리가 흐려지며 본질은 사라지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전통과 성장, 자본주의 사회와 섞이는 중국 체제에서 혼돈의 모습을 잘 담아낸 독특한 표현으로 많은 이를 매료시키고 있다. 낮은 추정가는 11억 5000만원.
근현대부문에서는 한국 단색화 4인방 윤형근,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의 작품과 이건용, 이배, 전광영, 심문섭의 작품이 경매에 오르고, 보기 드문 박수근의 정물화 ‘백합’도 새주인을 찾는다. 백합은 박수근이 생전에 좋아했던 꽃으로, 그의 탄생 100주년 기념식때 묘소에 헌화되기도 했다. 박수근 특유의 거친 표면 위에 그려진 두 송이 백합꽃이 무척 인상적인 이 작품의 낮은 추정가는 2억원이다.
또 3미터에 달하는 김종학과 이왈종의 대작도 눈길을 끈다. 오색찬란한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는 김종학의 작품 ‘여름 개울’ 속에는 할미꽃, 산수유, 개나리, 호박꽃, 수세미 등 기운생동하는 꽃들이 가득 찼다. 이왈종의 ‘제주생활의 중도’ 역시 거대한 화면 가득 화사하고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한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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