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북한의 4월…'죽은 권력'보다 '산 권력' 업적 부각
집권 10년인 작년에도 업적 공개 집중, 국방·경제 병진노선 성과 과시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북한의 4월이 선대 수령 김일성 주석의 생일잔치 모드에서 '살아있는 권력'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업적을 부각하는 모드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10년을 넘긴 것을 기점으로 이러한 변화가 더욱 두드러졌다.
김 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2011년 12월 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되면서 사실상 권력을 잡고, 이듬해 4월 11일과 13일 노동당 제1비서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잇따라 추대되며 노동당과 정부의 최고자리에 오르면서 권력승계를 마무리했다.
북한에서 4월의 의미가 집권 10년을 지나면서 무게추가 김 주석에서 김 위원장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금수산태양궁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일성 생일날 참배하지 않은 것은 2020년 이후 두 번째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태양절인 15일을 전후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현장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 준공식 현장을 찾았다.
지난 13일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 여사와 딸 주애, 여동생 김여정 등 일가를 대동하고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ICBM인 '화성포-18'형 시험발사 현장을 찾았다.
김 위원장은 "'화성포-18' 형 개발은 우리의 전략적 억제력 구성 부분을 크게 재편시킬 것"이라며 "핵반격 태세의 효용성을 급진전시키고 공세적인 군사전략의 실용성을 변혁시키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16일에는 야간에 화려한 조명과 축포 속에 진행된 화성지구 1단계 1만 가구 살림집(주택) 준공식을 직접 찾아 테이프를 잘랐다.
김정은 위원장은 "수도에 5만세대의 현대적인 살림집을 건설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보다 안정되고 문명한 생활조건을 제공해주기 위하여 우리 당과 국가가 최중대사항으로 추진하고 있는 숙원사업"이라며 평양시를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성격이 다른 두 행사 참석을 통해 김 위원장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국방·경제건설 병진노선'을 과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작년에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김일성 주석의 110회 생일이어서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리고 15일 밤에는 평양에서 축포 발사와 야회가 있었지만, 4월의 중심에는 김 위원장의 국방·경제건설 병진노선 성과물을 보여주는데 집중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8차 당대회의 '5년간 매년 평양 1만호 주택 건설' 목표에 따라 조성된 첫 주택지구인 송화거리 준공식에 참석했고 평양 보통강변에 조성한 고급 주택구역인 '경루동' 완공 현장을 직접 찾았다.
이와 함께 전술핵 운용이 가능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현장을 직접 찾았고 25일 밤에는 '항일빨치산' 90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열고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다양한 전략무기들을 공개했다.
특히 작년에는 김 위원장의 집권 10년을 맞아 중앙보고대회가 열렸고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보고를 통해 "총비서 동지께서는 새로운 병진 노선을 제시하시고…국가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을 끝끝내 실현하셨다"며 "지난 10년간은 자주의 혁명노선을 틀어쥐고 자력으로 부강번영의 길을 열어나가는 우리 국가의 막강한 저력과 불굴의 진군 기상이 힘있게 확증된 나날"이라고 추켜세웠다.
북한의 4월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에 무게가 실리면서 앞으로도 북한의 국방과 경제 분야에서 중요한 성과물이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선대 수령'의 정통성을 자연스럽게 현재 권력과 오버랩함으로써 김정은 체제를 더욱 공고화하려는 북한의 의지가 읽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10년 차를 지나면서 나름 국정 운영에 자신감을 가지는 것 같다"며 "선대보다는 자신을 중심으로 북한을 통치해 나가는 행보를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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