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메신저 메디TALK] 미세먼지로 시작된 봄, 알레르기 비염도 심해진다
미세먼지나 황사 같은 대기 오염 물질과 꽃가루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훨씬 작고(직경 10㎛ 이하) 가벼워서 공기 중에 잘 떠다닌다. 이것이 콧속에 들어가면 코 점막과 기도를 자극해 염증을 일으킨다.
꽃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는 비염 환자는 꽃가루를 흡입했을 때 콧속의 점막에서 과잉 면역반응이 일어난다. 이런 과민반응의 결과로 재채기나 콧물, 코막힘, 코나 눈 가려움증 등 불편하고 성가신 증상이 시작된다. 이것이 누적되면 코 점막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데 이게 바로 알레르기 비염이다.
그런데 미세먼지나 황사가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의 콧속에 들어갔을 때도 이와 거의 비슷한 반응이 일어난다. 이런 대기 오염 물질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단백질 성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코 점막의 염증 반응을 초래해 꽃가루를 흡입했을 때와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미세먼지나 황사를 비롯한 대기 오염은 또한 꽃가루 알레르기 비염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미 꽃가루를 흡입한 콧속에서는 알레르기 반응으로 염증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미세먼지나 황사의 공격까지 더해지면 염증 반응은 한층 강해진다. 간헐적으로 나던 콧물이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듯 줄줄 흐르고, 재채기가 연신 터지며, 코가 심하게 막혀 코로 숨쉬지 못할 지경까지 이르기도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 비염이 점차 악화되는 데는 지구 온난화라는 기후 요인도 작용한다. 기온이 올라가면 꽃이 피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꽃이 피어 있는 기간도 길어져 꽃가루의 양이 증가한다. 꽃가루가 많아지면 알레르기 비염이 더 쉽게 발병하는 것은 당연하다. 꽃가루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는 것을 ‘감작’이라고 하는데, 꽃가루를 많이 접할수록 알레르기가 없던 사람이 새로 감작될 가능성이 높고, 원래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던 환자도 다른 종류의 꽃가루에 감작되기 쉽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 꽃가루 알레르기 비염이 있다면 봄꽃 축제는 가지 말아야 할까. 그건 아니다. 다행히도 벚꽃이나 개나리, 목련, 복사꽃 같이 크고 화사한 꽃은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다. 봄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은 참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등 키 큰 나무의 꽃이다. 3월부터 오리나무와 자작나무가 꽃가루를 날리고, 4월이면 참나무가 뒤를 이으며, 5월에는 소나무 꽃가루가 기승을 부린다.
날씨에 따라서도 공기 중 꽃가루의 양이 달라진다. 꽃가루는 초속 2m 이내의 바람이 불 때 잘 퍼지고, 비 온 후 약한 바람이 부는 날 꽃가루 농도가 가장 높다. 비가 오면서 땅에 떨어졌던 꽃가루가, 빗물이 증발하면서 생긴 대류 현상으로 공기 중으로 떠오르고, 약한 바람을 타고 널리 확산되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독자 중에는 ‘나는 알레르기 비염이 없으니 별 상관없겠군’하고 안심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건 오해다. 미세먼지나 황사에는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중금속도 포함돼 있는데, 아주 작고 가벼워서 코에서 걸러지지 않고 기관지와 폐까지 들어가 차곡차곡 쌓인다. 또 일부 수용성 물질은 혈액에 녹아 혈관을 타고 온 몸 구석구석으로 퍼진다. 이런 물질은 암이나 치매 등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다.
지금까지 얘기한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꽃가루나 미세먼지, 황사가 날릴 때 되도록 외부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불가피하게 외출해야 한다면 마스크를 다시 꺼내 써야 한다. 덴탈 마스크나 비말 차단 마스크로는 부족하고, 좀 더 차단력이 뛰어난 KF94나 KF80이 필요하다. 외출 후에는 옷과 머리를 잘 털고 집으로 들어가며, 생리식염수로 콧속을 씻는 코세척을 하고, 가글액으로 목도 헹구는 것이 좋다. 마스크와 코세척, 가글, 이 세가지만 챙겨도 안심하고 봄바람을 즐길 수 있으며,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면 중금속 배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래저래 올 봄에도 마스크에서 벗어나기는 힘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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