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드라마’ 상반기 국내 증시 이끄는 키워드는 ‘B·B·C’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해 코스피·코스닥 시장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 탓에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저조했다 하반기에 회복)’를 점쳤던 증권사들의 예측은 기대 이상의 연초 증시 활황에 단숨에 깨졌다. 여기에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대다수 증권사의 예상 밴드 상단마저 돌파하며 강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2차전지(배터리·Battery) 관련주다. 여기에 업황 반등 기대가 최고조에 이른 반도체(Chip)주와 호실적을 바탕으로 쾌속질주 중인 자동차(Car)주가 뒷받침을 하는 형국이다.
최근 2~3년간 시장의 외면을 받아 왔던 바이오(Bio)주마저 대장주 ‘셀트리온 3형제’의 호조를 바탕으로 기지개를 켜면서, 상반기 코스피·코스닥 지수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다르면 14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8% 오른 2571.49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연중 고점을 넘어선 것은 물론, 2022년 6월 10일(2595포인트)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이 수치는 국내 대다수 증권사들이 제시한 4월 코스피 밴드 상단을 이미 뚫은 결과기도 하다.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은 2200~2500포인트, 신한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2250~2550포인트, NH투자증권은 2260~2540포인트, 현대차증권은 2300~2520포인트, 키움증권은 2300~2550포인트 등을 4월 코스피 지수 예상치로 내놓은 바 있다. 현재 코스피 지수는 상단을 2600포인트로 제시한 KB증권(2360~2600포인트), 한국투자증권(2400~2600포인트)의 밴드 상단 돌파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코스닥 지수 역시 14일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07% 오른 903.84포인트로 900포인트 선을 가뿐히 돌파했다. 코스닥 지수가 900포인트 선을 넘어선 것은 작년 5월 4일(900.06포인트) 이후 346일 만이다. 이 또한 삼성증권이 제시한 4월 코스닥 밴드(700~900포인트)를 넘어선 결과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수차례 깨고 치솟고 있다. 올해 1월 한 달 만에 코스피 지수는 8.96%, 코스닥 지수는 10.27% 상승하며 한목소리로 ‘상저하고’라 올해 국내 증시 흐름을 예측했던 증권사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일제히 연간 예상 밴드를 상향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코스피·코스닥 지수 상승세를 맨 앞에서 이끈 것은 단연 2차전지주다. 국내 증권정보 플랫폼 ‘인포스탁’ 분류 기준 2차전지주의 연초 대비 상승률은 40.04%에 이른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2차전지주의 강세는 더 두드러진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2위 종목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완성품 제조사가 대거 포함된 ‘2차전지(생산)’ 섹터의 연초 주가 상승률은 52.99%에 달한다. 여기에 올해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코스닥 시총 1·2위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 등이 포함된 ‘2차전지(소재/부품)’ 섹터의 상승률은 무려 61.55%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고점 대비 1% 정도 낮은 수준인 미국 증시에 비해 코스피 지수가 1월 고점을 3.5% 상회하며 강세를 보인 데는 2차전지의 힘이 절대적”이라며 “코스피 시장에서 2차전지를 제외할 경우 2450포인트 선으로 추정되며, 글로벌 증시 흐름과 유사한 정도”라고 평가했다.
국내 산업 구성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과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체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 대비 저평가된 것으로 보이는 각종 부품사들이 포함된 ‘자동차’ 부문의 반등세 역시 주가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KRX 반도체’ 지수와 ‘KRX 자동차’ 지수가 각각 연초 대비 30.21%, 26.33%씩 올랐기 때문이다.
‘에코프로 그룹주’를 중심으로 ‘과열’ 논란이 있지만, 2차전지 관련주 전체를 봤을 때는 여전히 전기차(EV) 시장 확대에 따른 확실한 수요 확대 기대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법안 발표에 따른 수혜가 분명한 섹터란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셀 업체(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의 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IRA 중 생산세액공제(AMPC) 수혜로 소재주보다 향후 주가 상승률은 더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2차전지 소재 관련 종목 중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 폭이 작았던 곳을 중심으로 상반기 중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감산 조치로 업황 ‘바닥론’에 힘이 실리고 반등 기대가 커진 반도체 관련주도 2분기 증시 강세를 이끌 섹터로 평가된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가는 업황을 선행하는 만큼 향후 글로벌 반도체 업황 개선에 더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들은 주가가 가벼운 종목이 대부분인 만큼 상승 국면에서 그 폭도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상반기 국내 증시 강세를 이끌 ‘다크호스’로는 바이오·헬스케어 섹터가 꼽힌다. 4월 들어 ‘코스피 200 헬스케어’ 지수는 14.50% 상승하며 코스피 관련 지수 중 ‘비금속광물(18.14%)’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의약품(9.20%)’ 지수 역시 4위로 오름세를 보였다.
바이오주의 상승세엔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힘이 밑바탕에 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셀트리온에 대해 기관(1906억원)·외국인(524억원) 투자자 모두 순매수세를 기록했고, 한미약품 역시 기관(433억원)·외국인(74억원) 투자자의 순매수세가 돋보였다.
역대급 저평가로 주가 상승 동력이 크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위 6개 제약사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평균은 약 23배 수준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2016년 말 이후 최저 수준”이라며 “올해는 역대급으로 저평가된 헬스케어 주가 살아날 것이다. 다만, 개별 기업별로 바이오 임상 실험 실패 등 위험 요소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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