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청이 순천에 있나요?”···울분 토한 속 시원한 한방 [서경 X파일]
우주발사체 순천 유치···적극행정 주효
“전남 유치” 강조했던 노관규 순천시장
전남도 마저 등 돌렸지만 결론은 판정승
정치력 높아지자 행정력은 시너지 발산
순천시민 조차 반신반의 했다. 유치전 과정에서 상급 기관인 전남도 마저 사실상 특정 지역을 염두 하는 뉘앙스를 풍기는 등 순천시는 뒷전에 밀리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국내 항공·우주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될 ‘한국형 우주발사체 단(段)조립장’(우주발사체) 설립이 지난 14일 순천시로 최종 확정 됐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유치전이 펼쳐질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남도의 전체적인 산업 지형과 지역의 사정을 고려해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글로벌 기업인 한화그룹의 판단을 존중하고 순천이든, 고흥이든 전남 유치가 중요하므로 지역 간 갈등 없이 하나로 협력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 발언이 새삼 뒤늦게 회자가 되고 있다. 순천시는 그동안 전남 갈등을 유발하는 메시지는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고, 선의의 경쟁자였던 고흥군과는 달리 지역구 국회의원의 지원사격도 받지 못했다. 오로지 노관규 순천시장의 리더십을 필두로 순천시 전 공무원들이 역량을 이곳에 집중했다.
이번 유치전은 국가 공모가 아니다. 기업에게 달콤한 유혹을 제시하는 지자체를 선택 하는 것은 당연한 ‘기업 논리’다. 순천시의 힘 ‘적극 행정’이 주효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전략 없는 道전략산업국···갈등 유발자 누구
이러한 악조건을 뚫어낸 순천시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일각에서는 갈등 유발에 대한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난 속 시원한 한방 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치전 당시 고흥군이 우주발사체 유치에 가장 적합한 곳인데, 괜한 집안싸움으로 엉뚱하게 창원시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허사였다. 그동안 속 얘기는 뒤로 하고 결과는 결론은 우주발사체 최종 유치 승자는 순천시이기 때문이다.
순천시는 이웃 사촌 격인 고흥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본사가 있는 창원시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자연스럽게 전남에서 2개의 지자체가 포진 되다 보니 전남도는 전략적인 선택이 불가피 했다는 명분으로 특정 지역에 힘을 실어주는 액션을 취했다. 그 과정에서 전남도와 순천시의 갈등마저 표출됐다.
갈등의 최고조는 전남도 입장을 대변하는 실무 국장인, 전략산업국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흥군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판단인지, 전략산업국 실무 국장의 자체 판단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선택은 결국 순천시다. 모든 과정을 떠나 결론을 놓고 보자면 전남도 브레인 부서를 자부하는 전략산업국을 향해 ‘전략 없는 전략산업국이’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다시 한 번 되풀이 하자면 이 사업은 공모가 아닌 기업 유치다. 즉, 수백억 원의 보따리를 들고 전남에 오겠다는 기업이 ‘기업 논리’를 따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마신 전남도는 우주발사체 유치를 놓고 ‘정치적 놀이판’을 만들 것이 아닌 중립을 지키면서 기업 유치에 대한 전남의 장점과 그 매력을 어필 하는 것이 우선 시 됐어야 했다.
현재 고흥군이 지역구인 김승남 국회의원은 ‘나로우주센터 폐쇄 이전’을 언급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애초부터 전남도가 중립을 지키지 못하면서 또 다른 전남 갈등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정원 이어 우주로 향하는 순천
수많은 뒷얘기가 많지만 결론은 순천시에 500억 원 규모의 우주발사체 단조립장이 설립된다.
그동안 두 차례 쏘아 올린 누리호는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단조립장 등에서 조립·제작됐지만 누리호 기술이 민간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넘어감에 따라 새로운 단조립장을 조성하게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주발사체 생산 시설에서 내년부터 2027년까지 세 차례 쏘아 올릴 우주발사체(누리호)를 제작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순천 율촌1산단에 2만 3140㎡(약 7000평) 규모의 우주발사체 단조립장을 비롯한 우주발사체 제조를 위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순천시는 율촌1산단의 해상 운송을 통한 나로우주센터 접근성, 전력·용수 및 연관 산업 인프라, 교육·쇼핑·편의시설 등 정주 여건에서 경쟁 지차체 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담화문과 환영문 ‘오묘한 시선’
순천시는 이번 우주발사체 유치 소식과 동시 환영문이 아닌 담화문을 발표 했다.
순천시는 “유치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고흥군, 창원시의 노고에 대해서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두 지역에서 제안하신 내용도 잘 참고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고 지역과 대한민국을 위해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담화문 발표와 동시 노관규 순천시장은 고흥군민들의 낙담을 의식해 유치 확정에 대해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 시장은 시 보도자료도 간소히 발표하고, 직원들에게도 경쟁 지자체를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한편 전남도는 고심이 많았는지 이틀 이 지난 16일 ‘전남 유치’ 환영문을 발표 했다. 지금껏 공모 사업 등 치적을 올리면 즉시 반응했던 전남도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금껏 과정에서 보여준 전남도의 모습에서 이번 환영문에 왠지 모르게 씁쓸함(?)도 묻어나 보인다.
전남도는 환영문, 순천시는 담화문을 보듯이 정치 호사가들은 상급 기관이 뒤바뀐 듯 것 같다는 오묘한 시선도 보낸다. 최근 정치적이나 공모, 기업 유치 시 프레임 선정 등이 뒤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전남도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 작가가 그린다 ‘전남 밑그림’
최근 전라남도와 관련해 ‘순천, 노관규, 정원, 경전선···.’ 등 대부분이 순천시에 대한 키워드가 이슈가 되고 있다. 키워드에서도 나타나듯이 노관규 순천시장의 정치력과 함께 행정력 마저 시너지 효과를 보이면서 순천시는 눈에 띄는 발전을 하고 있다.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연일 신기록 행진을 쓰면서 전국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고 있고, 기업 유치에 경제 효과는 화끈하다. 순천시의 가장 큰 현안 사업인 경전선 도심 통과 문제 해결은 물론, 최근 ‘애니메이션클러스터 조성사업’까지 청신호가 켜졌다.
이렇게 괄목할 만한 성과가 민선 8기가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다시 우주발사체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이번 우주발사체를 유치 하기 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도 노관규 순천시장은 이미 전남 발전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 나가고 있다.
“전남 동부 지역의 상생 발전을 위해 순천, 여수, 광양이 갖춘 산업 기반과 고흥 우주발사체 클러스터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남해안벨트 우주항공산업의 중심지로 만들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노관규 순천시장의 행보에 도민들의 시선도 하나둘씩 집중되고 있다.
순천=박지훈 기자 jhp9900@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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