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윤영철 주사위’를 알고 던졌다… 긴 호흡의 육성, 지금부터 시작이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지난해 이맘때 KBO리그 10개 구단 스카우트들 사이에서 가장 큰 화제로 떠오른 건 급부상한 좌완 윤영철(19‧KIA)의 구속이었다.
좋은 자질을 가진 투수라는 것은 이미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다. 윤영철은 고교 1학년 때부터 이미 상위 지명을 따놓은 재능이었다. 모든 구단들이 중학교 시절부터 윤영철의 투구를 지켜보며 데이터를 쌓았다. 고교 최고 수준의 제구력과 커맨드, 변화구 습득 능력, 경쟁력이 있는 투구 폼, 그리고 좋은 성향까지 합격점이 넘쳤다.
그런데 유독 ‘스피드’에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한 전직 스카우트는 “구단 전체의 결론도 있겠지만, 스카우트 개별적으로 내리는 판단들도 있다.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다”고 회상한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이 지난해 목동구장에서 열린 5개 전국단위 고교야구대회를 분석한 결과, 윤영철의 포심패스트볼 최고구속은 시속 145㎞, 평균은 140㎞ 수준이었다. 패스트볼 분당 회전 수(RPM)는 약 2160회. 패스트볼의 구속과 회전 수만 놓고 보면 사실 특별할 건 없었다. 그래서 관심을 모으는 건 프로에 가서 얼마나 향상될 수 있느냐였다.
한 구단 스카우트는 “프로에서 체계적인 몸 관리를 받고 선수가 노력하면 구속이 일정 부분 늘어나는 건 있다. 그러나 사례를 보면 체격 등 선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일부 구단 스카우트들은 “윤영철의 구속이 상당 부분은 늘어날 수 있다”고 본 반면, 일부 구단 스카우트들은 “몸의 탄력 등에서 김서현(한화)과 차이가 난다. 순탄한 과정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심준석(피츠버그)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면서 김서현의 1순위 지명은 확정적이었고, KIA는 윤영철을 전체 2순위에서 지명했다. KIA는 윤영철의 구속이 프로에서 충분히 늘어날 수 있다고 보는 쪽이었다. 이미 몇몇 좌완 투수들의 구속 향상을 이뤄낸 성과에서 자신감도 있었다는 풀이도 나온다.
그런 윤영철은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서 프로 데뷔전을 가졌다. 이날 상대적으로 좁았던 좌우 스트라이크존에 다소간 손해를 본 것에 이어 제구까지 흔들리며 1회에만 5실점하는 등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다만 2회부터는 실점을 막아내며 3⅔이닝 5실점의 기록으로 데뷔전을 마무리했다.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윤영철의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1.4㎞, 평균은 138.7㎞였다. 아무래도 카운트와 제구를 잡기 상대적으로 용이한 포심의 비율이 66.7%로 높았다. 구속만 보면 오히려 고교 시절보다도 못했던 셈. 하지만 김종국 KIA 감독은 16일 경기를 앞두고 “절반의 성공이었다”고 정의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선발 로테이션에서 기회를 줄 뜻을 시사했다.
애리조나 캠프 당시부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선수치고는 레벨이 많이 높다”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던 김 감독은 “1회를 빼고는 그래도 안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1회 적응을 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윤영철은 마운드에서 크게 긴장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는데, 김 감독은 “경기 후에도 똑같았다”면서 “배짱이나 그런 성격은 좋은 것 같다. 그런 성격이 나중에는 야구도 잘하는 것 같다”고 성향 또한 기대를 걸었다.
이제 막 시작한 이 선수를 놓고, 구속은 다시 논란 위에 올랐다. “고등학교에서는 충분한 구속일지 몰라도 프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비관론이 다시 새어 나온다. 물론 지금 현재로서는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KIA는 이미 그런 윤영철의 단점도 알고 주사위를 던졌다. 모르고 던진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이 선수를 잘 육성할 수 있을지 나름의 계획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긴 호흡의 육성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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