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을 택한 김연경' 흥국생명, "전폭적인 지원" 약속 지켜야 한다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 '배구 여제' 김연경(35·192cm)이 원 소속팀 흥국생명에서 다시 우승에 도전한다.
김연경은 2022-2023시즌을 마친 뒤 흥국생명에서 FA 자격이 주어지는 6시즌을 채웠다. 선수 생활 대부분을 일본, 튀르키예, 중국 등 해외에서 보낸 그는 프로 데뷔 이래 처음으로 FA로 풀렸다.
시즌 중 은퇴 고민을 드러냈지만 팬들의 성원과 본인의 우승에 대한 염원을 저버릴 수 없었다. 김연경은 최근 시상식에서 현역 연장을 공식화했다. "통합 우승을 이룰 수 있는 팀을 선택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밝히며 FA 시장으로 나왔다.
이에 김연경의 차기 행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올 시즌 흥국생명은 정규 리그 1위에 올랐지만 챔피언 결정전 트로피를 놓쳐 통합 우승에 실패했다. 김연경이 직접 이적 가능성을 시사해 원 소속팀 흥국생명과 동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다.
김연경을 올 시즌 건재를 과시했다. 정규 리그에서 득점 5위(669점)와 공격 종합 1위(45.76%)로 활약, 베스트7 아웃사이트 히터 부문 수상과 동시에 만장일치로 정규 리그 MVP(최우수 선수)를 거머쥐었다. 이런 김연경을 향한 수많은 러브콜은 당연했다.
올 시즌 정규 리그 2위에 오른 현대건설이 김연경의 유력한 차기 행선지로 떠올랐다. 리그 최고의 미들 블로커 양효진과 2년 연속 베스트7을 수상한 세터 김다인 등 정상급 선수들이 즐비한 현대건설은 김연경이 원하는 우승 전력을 갖춘 팀이었다.
현대건설 역시 올 시즌 개막 후 15연승을 달리는 등 상승세를 달렸지만 뒷심 부족으로 아쉽게 트로피를 놓친 만큼 김연경 영입을 통해 우승 염원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이번 FA 시장에서 김연경에게 가장 적극적인 구애를 펼친 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연경은 고심 끝에 흥국생명과 동행을 선택했다. 흥국생명은 16일 김연경과 여자부 보수 상한선인 총액 7억7500만 원(연봉 4억7500만 원, 옵션 3억 원)에 1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김연경은 해외 진출 시기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일단 모두 흥국생명과 함께 하게 됐다.
김연경은 계약 후 "생애 처음 맞이하는 FA라 생각이 많았다"면서 "쉽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결정을 하고 나니까 홀가분하고 다음 시즌이 많이 기대가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번에 아쉽게 놓친 우승컵을 다음 시즌에는 꼭 들어 올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보통 FA는 3년 계약을 맺지만 김연경의 계약 기간은 단 1년이다. 김연경은 시즌 중 은퇴 고민을 드러냈던 만큼 장기 계약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상식에서 그는 FA 계약 기간에 대해 "3년까진 생각하지 않고 있다. 매년 연장 여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여러 구단의 제의를 뿌리치고 흥국생명과 동행을 택한 이유로는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의 영향이 컸다. 김연경은 "감독님과 대화에서 많이 흔들렸다. 감독님의 다음 시즌 구상을 듣고 흥국생명의 미래에 기대와 흥미가 생겼다"면서 "또 한 번의 도전을 흥국생명에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연경은 아본단자 감독과 인연이 깊다. 2013-2014시즌부터 4시즌 동안 튀르키예 리그 페네르바체에서 두 차례 리그 우승과 준우승, 유럽배구연맹(CEV)컵 우승 등을 함께 일궜다. 아본단자 감독이 2016-2017시즌을 마치고 이탈리아 리그로 돌아간 뒤 두 사람은 올 시즌 흥국생명에서 6년 만에 재회했다.
다음 시즌에도 김연경과 함께 하게 된 아본단자 감독은 "김연경은 배구 선수로서 기술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 등 많은 부분에 있어서 팀에 좋은 영향을 주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이런 선수와 앞으로도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본단자 감독이 김연경에게 설명한 구단의 비전에 대한 궁금증이 따른다. 다음 시즌 통합 우승을 위한 전력 보강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FA로 풀린 미들 블로커 김수지가 흥국생명과 강하게 연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경과 김수지는 원곡중과 한일전산여고(한봄고)에서 함께 배구를 하며 성장한 절친한 사이다. 최근 시상식에서는 김연경에게 김수지 등 친분 있는 선수들과 함께 뛸 생각이 있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김연경은 "같이 뛰어보자고 이야기를 나눈 선수들이 몇몇 있다"고 조심스레 답한 바 있다.
전력 보강을 하는 과정에서 급여 총액을 제한하는 샐러리캡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시즌 여자부 샐러리캡은 28억 원인데 김연경은 이번 FA 계약에서 여자부 보수 상한선인 총액 7억7500만 원을 받았다.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 가운데 흥국생명이 어떻게 전력 보강을 해낼지 관심이 쏠린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감독 및 단장 경실 사태로 극심한 내홍을 겼었다. 특히 팀의 상승세를 이끌던 권순찬 전 감독을 부임 8개월 만에 돌연 경질해 큰 충격을 안겼다. 이 과정에서 김연경은 선수단과 코칭 스태프를 감싸기 위해 윗선의 선수 기용 개입에 대한 구단의 거짓 해명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등 리더십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김연경도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였을 터. 이에 흥국생명에 애증을 느꼈을 법 하지만 결국 친정 팀을 향한 애정을 택했다. 다시 한 번 흥국생명을 믿고 우승을 향해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이제 전력 보강 등 우승에 대한 흥국생명의 의지에 관심이 쏠린다. 흥국생명은 약속했다. 이날 김연경과 FA 계약을 마친 뒤 "앞으로도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명문 구단으로서 팬들에게 우승컵을 선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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