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승격팀들 "내리면 밀린다"…'공격축구'로 승승장구

이의진 2023. 4. 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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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1·4위 대전·광주, 초반 상위권 랭크…'지키는 축구'에 모두 반대
환호하는 대전 (대전=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지난 1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와 대전 하나 시티즌의 경기에서 승리한 대전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3.4.16 psykims@yna.co.kr

(대전=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내려서지 말라고 했죠. 지더라도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라고 했습니다. 밑에서 상대에게 주도권을 다 내주고 경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대전하나시티즌의 이민성 감독은 지난 1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7라운드 울산 현대와 홈 경기에서 2-1로 이긴 뒤 하프타임 때 선수들에게 '지키는 축구'를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번 7라운드에서 대전은 개막 6연승을 달리던 선두 울산에 시즌 첫 패배를 안겼다.

앞선 6경기에서 4실점에 그치는 '짠물 수비'를 자랑하던 울산은 올 시즌 처음으로 2골 이상을 허용하며 이번 시즌 K리그1으로 승격한 대전에 일격을 당했다.

두 팀 사이에는 분명한 체급 차가 있다.

지난 시즌 기준 울산은 전북 현대(197억1천399만3천원)에 이은 K리그 전체 연봉 총합 2위(176억8천525만6천원)였다.

대전도 K리그2에서는 가장 많은 87억6천890만6천원이었지만, 울산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었다.

리그에서 위상만 봐도 그렇다. 디펜딩 챔피언 울산은 몇 년간 전북과 '양강' 체제를 구축한 강호지만, 대전은 2015년 K리그1에서 최하위에 그쳐 강등된 이후 8년 만에 1부 복귀에 성공한 팀이다.

앞서가는 대전 (대전=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지난 1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와 대전 하나 시티즌의 경기. 대전 이진현이 선취골을 넣고 있다. 2023.4.16 psykims@yna.co.kr

그러나 전방 압박 강도나 볼을 소유하면 전방으로 쇄도하는 공격수들의 움직임은 대전도 울산 못지않았다.

울산은 16개 슈팅 가운데 8개를 유효 슈팅으로 만들며 대전을 압박했다.

이에 맞서는 대전 역시 10차례 슈팅 가운데 4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했다. 유효 슈팅 4개 중 2개가 울산의 골그물을 흔들었다.

대전 이민성 감독은 오히려 라인을 내릴수록 수비에서 고전한다고 봤다.

그는 "우리가 라인을 내릴 때 플레이가 제일 좋지 않았다. 나쁜 결과가 오더라도 맞붙어 싸워야 한다"며 "공격적으로 해야 상대도 내려앉는다. 울산이 결정력이 좋은 팀이라 공격해야 기회를 열 차례 내줄 것을 다섯 차례로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베테랑 미드필더 주세종 역시 "울산을 상대하는 팀들은 모두 라인을 내리니 울산 선수들이 공을 편하게 받는다. 우리 홈이기도 하고 선수들끼리 '한번 부딪쳐보자'고 약속한 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울산의 홍명보 감독 역시 '내려서지 않은' 대전의 투지를 높게 평가했다.

"강한 팀을 만나 내려서기만 하면 결과적으로 강팀이 주도하는 경기가 된다"고 꼬집은 홍 감독은 "오늘 경기가 K리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할 방향이다. 대전이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연승 마감한 홍명보 감독 (대전=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지난 1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와 대전 하나 시티즌의 경기에서 울산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3.4.16 psykims@yna.co.kr

대전처럼 공격을 전면에 표방한 또 다른 팀이 광주FC다.

대전과 나란히 1부로 올라온 광주의 이정효 감독은 지난 2월 열린 K리그 미디어 데이 기자회견에서 잔류에 급급했던 이전의 승격팀들과 달리 강팀과 맞서 싸우는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지키는 축구는 배격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것이다.

이 감독은 "울산, 전북, 제주, 수원, 서울 등과 경기에서 지키는 축구를 해서 결과가 나쁘면 더 억울하다. 용기 있게 도전하다가 실패도 맛볼 텐데 그런 과정에서 방법을 찾게 된다"며 "1골 넣으면 2골째를 위해 노력하고, 2골을 넣으면 3골을 넣으려 노력하는 그런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승격 동지인 대전이 울산을 꺾은 날 광주는 대구FC와 맞붙었는데, 이 감독은 경기 전 방송 인터뷰에서 "어떻게 하면 기회를 더 많이 만들지, 골을 넣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페널티박스 내 움직임을 개선하려 했다"고 했다.

광주는 대구를 상대로 난타전 끝에 4-3 승리를 거뒀다.

대전과 광주는 시즌 초반 각종 공격 지표에서 K리그1을 선도 중이다.

각각 16, 12골로 팀 득점 1, 4위에 올랐다.

K리그 공식 부가 데이터 생산업체인 비프로일레븐에 따르면 유효슈팅 비율에서도 대전이 1위(47.14%)다.

K리그 미디어데이서 기자회견 하는 이정효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은 어시스트도 12개를 만들어내며 1위에 올랐다. 광주·울산·포항 스틸러스(8개)가 뒤를 이었다.

광주는 '전진 드리블'에서 강점을 보인다. K리그1 12개팀 중 유일하게 매 경기 두 자릿수(10.3회) 전진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고, 드리블 성공 횟수도 1위(4.3회)다.

개막 전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던 두 팀 모두 첫 7경기에서 4승을 챙겼다.

대전(4승 2무 1패·승점 14)은 3위, 광주(4승 3패·승점 12)는 5위에 올라 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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