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미중 고래 싸움에 사라지는 한국 일자리…이번 위기엔?
<앵커>
친절한 경제의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오늘(17일)은 수출 이야기군요. 한국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 추이 그래프를 보니까 최근에 계속 수출이 부진했던 게 눈에 띕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IMF와 WTO가 전 세계 교역에서 각 나라들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이 보시는 것처럼 888조 원 정도, 전 세계 수출에서 2.74%를 차지하는 데 그친 걸로 나타났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이렇게 낮았던 적이 없습니다.
이게 왜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수치인가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때 타격을 받긴 했지만, 그 위기를 가장 잘 빨리 극복한 나라 중에 하나로 꼽혀왔습니다.
유럽의 오랜 선진국들 중에 오히려 금융위기 이후로 지금까지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들이 있는 반면에요.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이후로 다른 나라들이 더 휘청일 동안 도약한 면이 있습니다.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수출에서 우리의 점유율은 2.6% 정도에 그쳤는데요.
회복기였던 2010년에 처음으로 3%선을 넘으면서 오히려 약진했거든요.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죠. 이 정도면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이때 구조적으로 늘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후로 보시는 것처럼 2014년까지 3%선 안팎을 왔다 갔다 하다가 2014년 이후로는 3%를 계속 넘었는데요.
그러다가 3%선이 다시 깨진 게 2019년입니다. 1년 만에 상당히 가파른 기울기로 떨어집니다.
세계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기 때문에 1년 만에 0.2% 포인트 차이는 큰 겁니다.
이때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는데 코로나 기간에 다소 회복하는 듯하다가 지난해에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세계에서의 수출 점유율이 0.1% 포인트 떨어지면 일자리가 14만 개씩 감소한다는 게 무역협회의 추산입니다. 그냥 숫자의 문제가 아닌 겁니다.
<앵커>
권 기자 말씀하신 대로 우리나라가 전통의 수출 강국이었는데 최근에 이렇게 저조한 상황이 이어지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역시 중국, 대중 수출이 문제입니다. 지금 보시는 표는 중국의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변화해 온 추이를 보여줍니다.
우리의 세계 수출 점유율 3%선이 깨진 2019년이 중국의 수입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8.4%로 내려앉은 해였습니다.
이후로 계속 줄어들다가 7.4%선까지로 떨어지게 됩니다.
사실 우리가 중국의 수입국 중에서 비중 1위를 차지한 것도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일본을 제치면서 처음으로 중국이 가장 수입을 많이 해가는 나라로 올라선 게 2013년입니다.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 점유율이 급격히 커진 시기와 일치하죠.
사드 문제가 불거진 2016년 하반기 이후로 한창 커가던 비중이 다시 줄어들긴 하지만, 그래도 9% 후반대를 계속 유지했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부터 확실히 빨간 신호등이 켜진 겁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2019년이 우리 수출의 어떤 중요한 기점이었다는 건데, 그러면 구체적으로 이 시기에 어떤 일이 일어났습니까?
<기자>
구체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이 확산하기 시작한 시기, 그리고 더 넓게 보자면 보호무역이 확산하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우리가 중국에 가장 많이 파는 게 중간재입니다. 대중 수출의 80%가 중간재입니다.
그러니까 중국이 완성품을 만들어서 자기들도 수출하는 물건에 들어가는 그 부품, 반도체란든가 플라스틱 같은 합성수지 이런 걸 중국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사갑니다.
그런데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수출과 생산이 타격을 받다 보니 중간재를 사갈 필요 자체가 줄어드는 겁니다.
그런 데다가 중국은 자기네 입장에서의 국산화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본격적으로 저지하니까 전에는 우리나라 같은 외국에서 사 올 수 있던 좋은 물건들에 대해서 어떻게든 자기들이 만들어서 대체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더 큰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본 모든 상황 올해보다 수출이 그나마 훨씬 나았던 지난해까지 얘기고요.
올해는 수출 타격과 무역 적자가 훨씬 심각해질 게 확실한 상황이죠. 단기간에 해결될 일도 아닙니다.
중간재 수출은 미중 무역분쟁이 계속되는 한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를테면 고급 화장품 같은 소비재들,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를 좀 덜 받을 수 있는 수출 품목들을 키워나가는 게 이런 구조 속에서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돌파구 중의 하나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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