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이 "으이구, 또 나빠"한 배우의 인생 역전

양승준 2023. 4.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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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살인을 저질렀다.

공교롭게 1월부터 4월까지 연달아 방송된 화제의 두 드라마에서 소름 끼치는 악역으로 똑같이 나와 시청자에게 그는 광기 가득한 배우로 각인됐다.

'일타 스캔들'에서 신재하에게 죽을 뻔한 전도연도 '모범택시' 시즌2에서 독기 어린 그의 모습을 보고 "으이구, 또 나빠"라고 농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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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일타 스캔들' '모범택시' 시즌2서 섬뜩한 악역
데뷔 10년 만에 이름 알린 신재하
"20대 불안감 심했는데" 고용불안 '미생' 탈출
드라마 '일타 스캔들'과 '모범택시' 시즌2 속 신재하의 모습. 쇠구슬 총과 무력으로 사람을 죽이는 섬뜩한 악역 연기로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tvN·SBS방송 캡처

사내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살인을 저질렀다. 살해 도구는 쇠구슬과 독. 그는 평소엔 입시 학원에서 자상한 실장(드라마 '일타 스캔들')으로 학생을 반기고, 그 외 시간엔 싹싹한 택시 기사(드라마 '모범택시')로 일하며 정체를 숨겼다.

두 드라마에서 신재하(30)는 사이코패스 같은 배역을 앳된 얼굴로 섬뜩하게 보여줬다. 그는 시청률 20%를 오르내린 '일타 스캔들'과 '모범택시' 시즌2의 '신스틸러'였다. 공교롭게 1월부터 4월까지 연달아 방송된 화제의 두 드라마에서 소름 끼치는 악역으로 똑같이 나와 시청자에게 그는 광기 가득한 배우로 각인됐다. '일타 스캔들'에서 신재하에게 죽을 뻔한 전도연도 '모범택시' 시즌2에서 독기 어린 그의 모습을 보고 "으이구, 또 나빠"라고 농담했다고 한다. 15일 '모범택시' 시즌2 종방 직전 서울 강남구 소재 카페에서 만난 신재하는 "동생이 '너희 오빠 집에선 괜찮지'라고 친구들이 자주 묻는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신재하는 드라마 '일타 스캔들'과 '모범택시' 시즌2를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 초까지 동시에 찍었다. 그는 "촬영 기간이 겹친 데다 두 배역 모두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 소모가 커 체력적으로 부담도 되고 스트레스도 받아 2월 한 달을 앓았다"고 말했다.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드라마 '모범택시' 시즌2에서 범죄조직 금사회의 온하준(신재하·왼쪽)이 복수대행서비스를 하는 김도기(이제훈)와 싸우고 있다. SBS 방송 캡처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지실장(신재하·왼쪽)이 학원을 찾아온 행선(전도연)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tvN 방송 캡처

신재하는 그간 작품에서 두 드라마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에선 공시생으로 돈을 벌기 위해 막일을 하는 청년으로 나왔고, 같은 해에 방송된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선 구김살 없는 고3을 연기했다. 지난해 봄 전역 후 그의 연기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2014년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로 데뷔한 뒤 오랫동안 소년의 틀을 깨지 못했던 그는 제대 전후에 잇달아 들어온 '일타 스캔들'과 '모범택시' 시즌2 대본을 받고 변화에 용기를 냈다. "어린 이미지를 벗는 게 숙제였다"는 신재하는 "병역 공백이 변화를 준비하는 시간이자 계기가 됐다"며 "배우로 활동하며 얼굴보다 이름을 각인시키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절감했는데 두 악역을 맡은 뒤 시청자들이 이제 내 이름을 불러 주더라"고 고마워했다.

배우로 이름을 찾기까지 그는 카메라 뒤에서 묵묵히 노력했다. '일타 스캔들'에서 학원 실장 역을 연기하기 위해 신재하는 직접 학원가를 찾아갔다. 드라마에서 색깔별 분필 준비를 확인하는 장면은 그가 낸 아이디어였다. '모범택시' 시즌2는 기독교복음선교회(JMS) 등 사이비 종교 파문과 '버닝썬 사태' 등을 연상케 하는 소재를 다뤄 그 현장에 접근하는 게 불가능했지만 그는 "(드라마에 쓰인 내용이) 얼마만큼 현실이 반영됐는지, 실제 사건이 어떻게 벌어지고 끝났는지 등을 확인한 뒤 연기했다"라고 했다. 그는 새 드라마 '악인전기'로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드라마 '일타 스캔들' 속 지실장의 모습. tvN 방송 캡처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은 신재하는 2016년엔 무려 7개 작품에 출연했다. 그는 "불안감 때문"이라고 했다. "냉정하게 봤을 때 전 스타가 될 수 있는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오랫동안 연기하는 걸 목표로 삼았죠. 바로 이어서 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일이 끊어질 것 같았거든요." 불안감이 심해 그는 20대엔 마음 편히 놀러 가지도 못했다. "언제 오디션 통보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버틴 신재하는 "늘 쫓기면서 일했는데 이젠 좀 편안하게 작품과 내 삶에 집중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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