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키워준 ‘하비 파머들’… K-농기계 수출도 쑥쑥
중소형 트랙터 등 인기 힘입어
공급확대·공격적 마케팅 승부수
대동, 승용잔디깎이 등 본격 판매
올해 시장 점유율 7% 돌파 목표
TYM, 조지아 대규모 시설 투자
내년 2분기 준공… 생산량 확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북미를 중심으로 집에 머물며 소규모로 취미 농사를 짓는 ‘하비 파머’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K-농기계’ 업체들이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하비 파머는 ‘취미(Hobby)’와 ‘농부(Farmer)’를 합친 말로, 취미로 농장을 가꾸는 사람들을 뜻한다. 국내 농기계 기업들은 이들 고객층을 주력 타깃으로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농기계 업계 양대 기업인인 대동과 TYM은 해외 실적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나란히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대내외 경제여건이 크게 악화했지만,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며 실적 향상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북미 지역에서 농장을 가꾸는 하비 파머가 늘었고 이에 따라 중소형 트랙터 판매도 급증했다”며 “이후로도 농업용 외 다목적으로 쓸 수 있는 트랙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1위 대동은 지난해 전년(1조1792억 원) 대비 24% 늘어난 1조4637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2억 원에서 122% 급증한 849억 원을 기록, 1년 만에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2017년 전체 매출의 49%(2931억 원)였던 해외 매출 비중이 지난해는 69%(1조30억 원)까지 대폭 확대됐다.
대동은 북미 시장에서 60마력 이하 트랙터를 중심으로 한 선택과 집중 판매 전략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하비 파머가 증가한 점에 주목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기회로 판단했다. 대동 관계자는 “많은 글로벌 농기계 업체들이 영업·마케팅 활동을 축소했지만, 이와 반대 행보로 승부수를 띄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북미 시장에서 대동의 트랙터와 다목적 운반차의 소매량은 2019년 1만1900대에서 지난해는 2만300대로 급증했다. 대동은 올해 북미에서 100마력 이하 제품 시장에서 7% 후반대의 시장 점유율을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주력인 20∼60마력대 CK·DK 트랙터 신모델과 디젤 승용 잔디깎이·소형 건설장비인 스키드로더의 현지 판매를 본격화한다. 100마력 이상 대형 트랙터 시장 공략도 강화할 계획이다. 대동 관계자는 “올해 제품·부품의 적기 공급을 위해 캐나다 물류 창고를 이전해 보관 용량을 늘리고, 서부 지역에 신설 창고도 구축해 영업망을 동부에서 서부로도 확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업계 2위 TYM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출이 1조1661억 원으로, 전년(8415억 원) 대비 39%가량 급증했다. 영업이익 역시 353억 원에서 1220억 원으로 246% 뛰어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1000억 원 이상 영업이익은 국내 주요 농기계 업체 가운데 TYM이 유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TYM 역시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 매출 증가가 급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해외 매출액이 2020년 3940억 원에서 2021년 5233억 원, 지난해는 8191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해외 매출 비중은 2020년 55.2%에서 지난해는 70.2%까지 크게 올랐다. 해외 농기계 박람회에 꾸준히 참석해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고 북미 딜러 미팅을 통해 고객 수요를 파악하는 데 주력한 결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TYM도 중소형 트랙터인 T25 모델을 주축으로 하비 파머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T25는 글로벌 시장 맞춤형 스마트 트랙터로, 다양한 편의기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 회사는 시장 트렌드에 발맞춰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최근 고마력·고사양 트랙터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115·130마력 신형 트랙터 제품군을 갖췄다. 이들 제품을 포함한 75마력 신제품을 지난 1월 공개해 1분기 사전 주문 예약이 조기 마감되기도 했다.
TYM은 내년 2분기 준공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2000만 달러(약 264억8600만 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북미 내 생산량이 현행 대비 2배 확대된 약 5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탄탄한 자체 생산 능력과 뛰어난 기술력, 서비스와 사후관리 경쟁력 등을 통해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TYM 관계자는 “올해 고객 중심 제품 개발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부품 관리 시스템 도입, 고객 만족 서비스 역량 확대 등을 집중 추진한다”며 “이를 통해 앞으로 3년 내에 북미시장 톱3 농기계 브랜드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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