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성과·신사업 지휘… 긍정에너지 전파하는 ‘OK Jean’[Leadership]

정선형 기자 2023. 4. 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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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더십 - 지난달 23일 취임… 신한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 역사 40년중 36년 함께… ‘조직의 DNA’ 깊숙이
작년 신한은행 순익 3조원… KB 넘어 ‘리딩뱅크’ 탈환
금융권 최초 배달앱 ‘땡겨요’, 상생형 플랫폼으로 호응
수행비서 없이 일정 소화… 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도

“신한이 ‘스몰뱅크(작은 은행)’이던 시절, 새로운 금융을 향한 기대와 설렘으로 몸담았습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진옥동 회장은 “40여 년 전 ‘고객 중심’과 ‘금융보국(金融報國)’의 가치 위에서 신한의 역사가 시작됐다”며 한국 금융사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성장사를 쓴 신한의 역사를 짚었다. 신한은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역사가 짧지만 창업과 성장의 역사는 가장 역동적이다. 1977년 이희건 신한금융 명예회장이 단기금융회사인 제일투자금융을 기반으로 1982년 7월 신한은행을 세운 것이 시작이다. 1900년대 초를 전후로 세워진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현재 국내 1등 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전정신에 기반한 제2의 창업 노린다 = 진 회장은 지난 3월 취임사를 통해 지난 2011년 작고한 이 명예회장과 설립 당시 자금을 지원한 재일교포 주주를 가장 먼저 언급하며 “성공의 역사를 쌓아주신 많은 선배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진 회장이 언급한 ‘성공의 역사’는 후발 주자로 출발해 선발주자에 도전하고 경쟁한 강인한 정신과 문화를 가리킨다. 앞으로 시대정신에 맞춰 ‘제2의 신한 창업 정신’을 이루는 것은 진 회장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진 회장을 일컫는 별명 중 하나는 ‘신한 문화 전도사’다. 진 회장은 1987년 당시 인력개발실 연수팀에서 근무했다. ‘금융의 삼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인함을 특징으로 하는 신한 문화가 본격적으로 내재화되기 시작할 때 조직문화 형성의 한복판에서 실무를 책임졌다. 누구보다 조직 문화에 애착이 큰 이유다.

이는 지난 2019년 신한금융지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가 진 회장을 은행장으로 추천한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신한금융그룹 이사회도 진 회장이 신한의 새로운 도약을 이룰 적임자로 보고 있다. 진 회장의 은행장 취임 당시 자경위는 진 회장에 대해 “신한 문화를 향한 열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안정화할 최적의 인물”이라 평했다. 실제로 신한 역사 40년 중 36년을 함께한 진 회장은 ‘신한 DNA’가 깊숙이 박혀 있다. 진 회장은 취임식에서도 “창업과 성장의 기반이 되었던 ‘고객중심’의 가치를, 신한과 함께하는 모든 고객이 ‘신한’을 자랑으로 여길 수 있는 ‘고객 자긍심’으로 확장시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어려울 때 힘을 준 ‘금융보국’ 가치 전승 =‘고객중심’과 함께 신한이 가진 또 다른 가치는 ‘금융보국’이다. ‘금융으로 조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뜻이다. 신한금융을 세운 재일교포들은 250억 원의 자본금을 모아 신한은행을 설립하고 조국투자 촉진, 중소기업 육성, 수출증대 등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1997년 불어닥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신한 주주들은 가구당 10만 엔씩 보내는 운동을 전개했다.

진 회장은 초대 주주들의 뜻을 이어 서민·중소기업 보호와 금융부담 완화에 기여하고자 다양한 취약차주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5000억 원 규모의 사회적 채권을 발행,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의 금융지원에 나섰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5% 초과분 일괄 감면, 주담대 12개월 이자유예 등 취약계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제도를 펴온 것도 신한의 가치가 바탕이 됐다.

신한금융이 정부 주도 정책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데도 진 회장의 판단이 자리했다. 평소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온 진 회장은 ‘금융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그룹의 미션을 실천하며 고객과 사회의 가치 증진에도 힘써왔다. 신한은행은 국가 주도의 스마트 시티 사업 2곳(세종·부산)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연구사업비 전담은행과 자원순환보증금 자금관리 전담은행을 맡아 정부 주도 사업에 안정적으로 금융업무를 지원하는 등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깜짝 회장 발탁 배경은 ‘신한 내공’= 진 회장은 회장 후보 발탁부터 금융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조용병 전 회장이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을 깨고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진 회장을 지난해 11월 차기 회장으로 낙점했다. 당시 회추위는 “SBJ 은행법인장,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신한은행장 등을 역임하며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통찰력과 조직관리 역량, 도덕성 등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추위의 판단에는 진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서 이룬 독보적 성과가 뒷받침됐다는 평가다. 임기 첫해인 2019년 신한은행은 2조3292억 원의 순익을 냈고, 이후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2020년에도 2조778억 원이라는 견조한 성적을 냈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21년 2조4944억 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말에는 3조450억 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1등인 KB국민은행을 추월한 것으로 ‘리딩뱅크 탈환’은 진 회장의 주요 업적이 됐다.

◇신사업 개척의 선봉에서 조직 지휘 = 은행에서 리딩뱅크 탈환에 성공한 진 회장은 신한금융지주 전체를 지휘하며 신사업 진출에도 나설 전망이다. 진 회장은 신한이 새로운 길을 찾을 때마다 선두에서 길잡이를 도맡았다. 2004년 일본의 기업재생전문회사 SH캐피탈을 설립한 진 회장은 2년 만에 배당이 가능했을 만큼 기록적인 성장을 이뤘다. 2007년에는 일본 정부가 외국계 은행에 은행업 면허를 부여하려 하자 지점에 그쳤던 신한은행의 일본현지법인 SBJ은행을 세웠다. SH캐피탈을 운영하며 일본 내 네트워크를 확립한 진 회장은 SBJ의 일본 내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일본 내 외국계 은행 가운데 현지 라이선스를 획득한 곳은 SBJ와 씨티은행뿐이다.

설립에 공을 들인 SBJ에 진 회장은 2015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 과정에서 ‘리테일 특화 은행’으로서 SBJ의 입지를 세웠다. 이 경험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어졌다. 2022년부터는 금융권 최초 배달 앱 ‘땡겨요’도 선보였다. 진 회장이 기획부터 출시까지 직접 챙겼다는 ‘땡겨요’는 지난해 회원 수가 100만 명 이상 급증하며 금융사업 확장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땡겨요’는 2020년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우리 동네 착한 배달앱’을 슬로건으로 한 상생형 플랫폼으로 가맹점과 고객, 라이더 등 모두에게 이로운 상생 경영을 추구하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두려움 없는 조직’ 추구 = 진 회장은 평소 와이셔츠 소매에 ‘OK’를 새길 만큼 ‘오케이’가 가진 긍정적인 이미지를 선호하며, 주말에는 청바지를 즐겨 입는 등 항상 젊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 직원들로부터 성의 ‘진’과 이름의 ‘옥’을 따서 ‘O.K.Jean(오케이 진)’이라는 별명을 받았다. 직원들로부터 별명을 얻을 정도로 격의 없는 소통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직원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직급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생각을 말하는 ‘두려움 없는 조직’이 진 회장이 추구하는 조직의 모습이다. 지위고하의 벽을 허물기 위해 진 회장은 수행비서 없이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퇴근 후 바쁜 영업점에 홀로 쿠키를 들고 깜짝 방문하는 등 소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 외에 진 회장은 개인의 기부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냈던 만큼 취약계층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한 2019년부터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1억 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2억2500만 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회장은 2020년에 이미 굿네이버스를 통한 개인 기부금이 1억 원을 넘어,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에게 주어지는 ‘더네이버스아너스클럽’ 대상이 됐지만 조용히 선행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에 가입하지 않았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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