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콜 쏟아지는 ‘글로리 빌런들’ … “우리 되게 신나”
차주영, 주말극서 비서실장 열연
김히어라 악귀,임지연은 경찰역
박성훈, OTT ‘선산’ ‘남남’ 출연
김건우는 내달개막 뮤지컬 무대
“욕망·실리 긍정하는 현상 반영”
“나 되게 신나.” 넷플릭스 TV쇼 글로벌 1위에 오른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송혜교)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문동은 복수의 대상이었던 학교 폭력(학폭) 가해자들이 이렇게 말할 법하다. 작품 속에서는 온갖 악행으로 손가락질 받았지만 작품 밖에서는 찬사가 쏟아지며 숱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악역이 더 주목받는다?
한때 악역을 맡은 배우들은 “길거리 가다가 등짝을 맞았다”고 털어놓곤 했다. 드라마에 과몰입한 동네 아주머니들의 손가락질깨나 받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악한 이미지 탓에 차기작을 고르기 어렵고, 광고 시장에서 외면받는다는 건 옛말이다. 요즘은 잘 키운 악역 하나가 밋밋한 선역보다 낫다.
4월 드라마 배우 평판 1위(한국기업평판연구소 조사)에 오른 임지연은 이미 광고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뷰티 의료기기, 게임 등 다양한 브랜드의 모델로 발탁됐다. ‘더 글로리’에서 남다른 패션센스를 보인 터라 관련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비슷한 사례는 다른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방송된 후에는 악행을 일삼던 주단태 역의 엄기준, 천서진 역의 김소연이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를 받았고, ‘왔다 장보리’에서도 악역 연민정을 연기한 이유리가 주목받았다. 이 외에도 ‘카지노’의 차무식, ‘나의 해방일지’의 구씨와 같이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 기존 권선징악이라는 천편일률적인 구도를 깨며 콘텐츠 시장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여기에는 ‘욕망을 긍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한다. 대외적 이미지를 고민하며 손해 보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며 실리를 챙기는 것이 낫다는 것이 MZ세대들의 특징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요즘 세대는 무조건 선을 추구하기보단 적절히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는 것을 더욱 선호한다”면서 “단선적인 선악 구분보다는 단단한 서사를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차차차기작까지 결정…잇단 러브콜
‘더 글로리’ 악역 5인방 중 배우 차주영이 출발선을 끊었다. 극 중 최혜정 역을 맡았던 그는 KBS 새 주말극 ‘진짜가 나타났다’에서 오너 일가의 총애를 받는 그룹 비서실장 장세진 역을 맡았다. ‘더 글로리’의 허영기 가득한 최혜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연히 이 드라마는 ‘차주영의 차기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방송 전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더 글로리’에서의 모습은 안 보일 것”이라며 “장세진은 최혜정과 아주 다르게 준비하고 있다. 외형적 부분부터 전작과는 조금의 공통점도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의 열연에 힘입어 ‘진짜가 나타났다’는 18일 방송 분량의 시청률이 21.7%(닐슨코리아 기준)로 자체최고기록을 썼다.
학폭 무리 가운데서도 우두머리 격이었던 박연진을 연기한 임지연은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한 tvN ‘마당이 있는 집’에서 가정폭력 피해자로 분한다. 또한 동명 웹툰을 드라마로 옮긴 SBS ‘국민사형투표’에도 출연한다. 사이버안전국 경위 역이다. 학폭 가해자에서 각각 가정폭력 피해자와 경찰로 180도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셈이다.
박성훈은 넷플릭스에 이어 또다시 OTT 드라마로 승부수를 띄운다. 연상호 감독이 집필한 ‘선산’(넷플릭스)과 휴먼 드라마 ‘남남’(디즈니+)에 참여했다. ‘남남’과 ENA ‘유괴의 날’에서는 나란히 경찰 역을 맡아 ‘더 글로리’의 안하무인 전재준과 거리두기를 시도한다.
비슷한 결을 이어가는 이도 있다. 마약중독자 이사라를 연기했던 김히어라는 5월 첫 방송 되는 tvN ‘구미호뎐 1938’에 이어 ‘경이로운 소문 시즌2’에서 악귀 역을 맡았다. 여기에 차차차기작인 ‘정년이’까지 출연을 결정했다.
또한 손명오 역을 맡았던 김건우는 5월 개봉하는 뮤지컬 ‘빠리빵집’으로 무대에 오른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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