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작 베네치아 현지제작… 왜?

장재선 기자 2023. 4. 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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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예술감독들은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인간 문명이 지구 환경 위기를 가져온 '인류세(人類世)'의 상황에서 미래를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가꾸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함께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한국관을 운영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난 12일 만난 정 감독은 "박경 감독과 2010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함께한 이후로 예술에 대한 대화를 꾸준히 나눠왔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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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치아비엔날레 건축전 공동 예술감독 정소익·박경
“환경위기 문제 의식 담으면서
온실가스 내뿜는 선박 이용해
작품실어갈 순 없는것 아니냐”
‘미래 실험실’ 주제 아트 올림픽
내달20일 개막… 6개월간 열려
한국관, 현지작업 도전적 시도
‘2086 : 우리는 어떻게’ 주제로
국내 도시 3곳 사례 연구 선봬
관객 참여형 ‘퀴즈 쇼’도 준비
베네치아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프로젝트의 하나인 ‘이주하는 미래’, 종이에 디지털 프린트. N H D M Archtects 제공
정소익(왼쪽), 박경 감독이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베네치아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전시 포럼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흔히 예상하듯 건축 전시는 모형·도면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으나, 이번 한국관의 목적은 그게 아닙니다. 도시 건축은 인간의 이념과 욕망을 반영하는 것이며, 그래서 우리의 미래 모습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정소익)

“건축은 물리적 공간으로 나타나지만, 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영역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건축 전시가 미지의 미래 모습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겠으나, 우리가 선택을 통해 바꿀 수 있는 것들을 깨닫게 하고 앞날을 잘 준비해보자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을 것입니다.”(박경)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국관 예술감독들은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인간 문명이 지구 환경 위기를 가져온 ‘인류세(人類世)’의 상황에서 미래를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가꾸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함께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한국관의 군산 프로젝트 ‘파괴적 창조’, 종이에 디지털 프린트. SoA 제공

두 사람은 1995년 한국관 개관 이래 처음으로 공동 예술감독 체제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관을 운영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난 12일 만난 정 감독은 “박경 감독과 2010년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함께한 이후로 예술에 대한 대화를 꾸준히 나눠왔다”고 소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시각예술학과 교수로 있는 박 감독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정 감독과 소통해왔다. 이날도 영상 통화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두 사람은 오는 5월 20일 개막하는 베네치아비엔날레 건축전에서 ‘2086:우리는 어떻게?’라는 주제의 작품을 선보인다. 세계 인구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2086년을 상정해 지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시는 ‘장소 특정적 프로젝트’와 ‘관람객 참여형 게임’의 두 축으로 구성했다. 전자는 3개의 도시 사례 연구를 통한 미래 시나리오와 1개의 영상 작업으로 이뤄져 있다. 재개발 압력과 보존 의지가 충돌해 온 거대 도시 인천의 배다리 지역, 인구 절벽과 지역 쇠퇴에 직면한 중소도시 군산, 원주민과 이주민이 섞여 사는 경기도 일대 마을 등이 연구 대상이었다. 사례마다 지역전문가와 건축가들이 팀을 이뤄 탐구하고 디지털 콜라주와 프린트, 비디오 작품을 만들었다. 영상 작업은 이들 세 곳의 역사와 현실을 2086년 미래 도시의 무대로 치환한 것이다.

‘관람객 참여형 게임’은 TV 퀴즈쇼 형식으로 진행한다. 경제, 사회, 자원과 국토 등과 관련한 14개 질문에 응답하며 본인이 선택한 게임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게임 결과는 기온, 해수면 높이, 지니계수, 난민 수, 멸종생물 수, 탄소배출량 등으로 변환해 전시시간 매일 게시한다. 정 감독은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면서 상호 작용하는 전시를 의도했다”며 “직접 만지고 느끼며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으려면 작품의 물성(物性)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른 참가국들과 마찬가지로 한국관 전시 작품도 한창 제작 중인데, 실물은 모두 베네치아에서 만든다. 현지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매우 도전적인 시도이다. 한국에서 제작해 베네치아로 이동시켰던 기존 전시와 다른 점이다. 정 감독은 “환경 위기에 관한 문제 의식을 담으면서 온실가스를 내뿜는 선박에 작품을 실어갈 수는 없는 게 아니냐”고 했다.

한편, 128년 역사의 베네치아비엔날레는 국가관 경쟁을 해서 황금사자상 등을 수여하기 때문에 아트 올림픽으로 불린다. 홀수 해에 국제미술전, 짝수 해에 건축전을 열어왔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0년 건축전을 2021년에 개최하면서 그 반대가 됐다. 올해 건축전은 ‘미래의 실험실’이라는 주제로 오는 11월 26일까지 6개월간 베네치아 자르디니 공원 등에서 펼쳐진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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