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회장은… 덕수상고 출신 · 日유력인사 인맥 두터운 ‘일본통’[Leadership]

이관범 기자 2023. 4. 1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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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없이는 시장도 없다."

진 회장은 역자 서문을 통해 직접 번역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책 전반에 걸쳐 도덕이 전제된 경제를 설명하며, 이윤의 크기가 아닌 과정의 의미를 일관되게 강조한다"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검약과 근면, 공감, 정직 등 윤리 시간에 배웠음 직한 개념의 틀로 경제적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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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더십 - 다독보다 심독 선호… 일본 금융서적 직접 번역도

“도덕 없이는 시장도 없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신한은행장 시절 모리타 켄지의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2020년 9월 출간)을 번역, 국내에 출간하면서 역자 서문에 적어 넣은 첫 문장이다.

이 책은 동양의 애덤 스미스로 불리는 18세기 일본의 상인 철학 창시자인 이시다 바이간의 사상을 다루고 있다. 책 표지에 적힌 낯선 옮긴 이 이름(한원)은 다름 아닌 진 회장의 필명이다. 본인의 딸 이름에서 한 글자씩 가져왔다고 한다.

진 회장은 역자 서문을 통해 직접 번역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책 전반에 걸쳐 도덕이 전제된 경제를 설명하며, 이윤의 크기가 아닌 과정의 의미를 일관되게 강조한다”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검약과 근면, 공감, 정직 등 윤리 시간에 배웠음 직한 개념의 틀로 경제적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지속가능한 성장’ ‘회복탄력성’ 같은 새로운 가치들이 기업과 조직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면서 “업의 본질을 고민하고 도덕적인 과정을 거쳐 창출한 이로움을 세상과 함께 나누는 것, 이시다 바이간의 깊은 성찰이 시대와 공간을 관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진 회장은 1년에 걸쳐 이 책을 직접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독(多讀)보다는 심독(深讀)을 선호하고, 책을 읽을 때는 줄을 치고 메모하며, 사물을 관찰할 때는 연필로 스케치하는 것을 즐기는 꼼꼼한 성향이 번역으로 이어졌다. 직원들과 ‘과정의 정당성과 중요성’을 공유하기 위해 이 책의 번역을 결심했다고 한다.

진 회장은 일본통답게 일본 금융계 유력 인사들과의 인맥이 두텁다. 나카지마 준이치 금융청장관과 히미노 료조 일본은행 부총재 등을 비롯해 금융청장관을 역임한 엔도 도시히데와 모리 노부치카, 국세청장을 지낸 가토 하루히코 등 전·현직 관료와 교류가 깊다. 금융인으로는 일본의 3대 은행인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의 사토 야스히로 전 회장과 기하라 마사히로 사장을 비롯해 기타오 요시타카 SBI홀딩스 사장, 고카 노부유키 전 노무라홀딩스 회장 등과 가깝다. 한·일 관계가 불편해진 상황에서 중간에서 종종 조언을 하거나 다리를 놔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덕수상고’ 동문도 진 회장의 주요 인맥 중 하나다. 덕수상고 동문은 은행지점장을 지낸 졸업생만 해도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금융권 유력 인맥 중 하나로 꼽혀 왔다. 김동연 경기지사, 조재연 전 대법관,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수 전 한국수출입은행장 등도 덕수상고 출신이다. 선린상고 출신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에 이어 신한금융그룹의 ‘두 번째 고졸신화’로 꼽히지만, 방송통신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는 등 배움에 대한 열정도 불태워왔다. 좌우명은 ‘지속이 힘이다’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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