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 말해요' 김영광이 생각하는 사랑 [인터뷰]

송오정 기자 2023. 4. 1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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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 말해요 김영광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한 사람에게 관심이 생기고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 그 사람을 바라보게 되는 게 사랑이구나. 사랑하기 때문에 될 수밖에 없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것에 무관심하던 남자가 누군가에게 집중한다는 것. 배우 김영광이 생각한 사랑이었다.

디즈니+ 시리즈 '사랑이라 말해요'는 복수에 호기롭게 뛰어든 여자 '우주'(이성경)와 복수의 대상이 된 남자 '동진'(김영광)의 감성 로맨스 작품. 주변에 사적인 관심을 전혀 주지도, 바라지도 않는 한동진으로 분한 김영광은 "남자 입장에서 봤을 때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기존의 방식과 다른 방법으로 표현되겠다 싶어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랑이라 말해요'는 기존엔 보이지 않던 새로운 방식의 사랑 이야기다. 이 사람이 힘들어하는 게 다르게 보이더라. (동진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포커스가 있는 게 아니라, 감추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있어서 해보고 싶었다. 내가 했을 때 어떤 모습으로 나올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며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감정적 표현이 극도로 적은 동진에 대해 김영광은 "많은 아픔에 닳고 닳아서 더 이상 닳을 게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표현이나 대화, 다가오는 것에 대해 이 관계가 앞으로 나에게 상처 줄 것이라 미리 예상하고 선을 긋고 표현을 절제하는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동진을 연기할 때 "누군가와 대화할 때 표정을 하거나 리액션을 하는데 이런 부분에 제한을 많이 뒀다.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그런 설정을 뒀다"고 설명했다. 또한 동진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배우들 간 밝고 친밀한 분위기를 피해 일부러 떨어져있기도 했다는 김영광은 "그러면 마음이 편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주는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의상 역시 동진의 담백함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였다. 무채색의 정장, 가방끈은 해져있고 구두는 2켤레 정도였다. 김영광은 "의상이 너무 적어서 몇 달 동안 편하더라.(웃음) 구두도 2개 준비했는데 거의 하나만 썼다"면서 "반응이나 자극을 많이 낮추려는 장치였다. 감독님이랑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만들어나갔다"고 덧붙였다.

'동진'은 매사 차분하고 남과 관계에 선을 긋고 외부 자극에도 잘 참는 캐릭터지만 '실제 김영광의 성격'에 대해서는 "잘 못 참는다. 끝까지 잘 참고 버티고 스스로 삭이는 것 같진 않다. 자극에 예민하고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 조금만 달라져도 확 올라오는 편이다. 동진이는 좀 덜한 거 같다. 저라면 못 참았을 경우도 많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한 템포 기다리는 것을 배웠다는 김영광. "당장의 무언가를 해결하려는 강한 욕구에 대해 한 템포만 쉬어도 확실히 나아지고 침착해지는 게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감정 표현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동진을 연기할 때 가장 큰 숙제였다. 특히 '동진'의 감정 연기에 있어 공들인 장면은 '우주'가 다치면서 병원에서 분노하는 장면이었다. 만사에 무미건조하던 남자가 한 여자 때문에 처음으로 요동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드러낸 순간이다.

김영광은 "화를 못 내는 사람이 갑자기 화를 내면 못 내지 않나. 감정은 머리끝까지 올라가있는데 어설픔이 있는,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초식동물이 육식동물을 따라하는 것 같은 느낌을 내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때 최선우 역(전석호)의 형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는데 성난 기린이 걸어오는 줄 알았다' 그러시더라. 공감한다고 했다"며 웃었다.

처음으로 동진이 언성을 높이며 감정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순간이다보니 직접 아이디어도 냈다고. "감독님이랑 '소리를 없애보면 어떨까요?' 아이디어도 내봤다. 여러 가지 감정 표현 정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우주'와 '동진'의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어려운 길이었다. 현실에서 같은 입장에 놓인다면 김영광은 어떤 선택을 할까. 그의 대답은 "충분히 사랑에 빠질 수 있다"였다. "결국 상대방의 모든 걸 인정하고 용서할 수 있는 게 사랑이니까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스며들어 사랑에 빠진 이유에 대해 김영광은 "서로를 지지하는 응원의 말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저도 대본을 읽을 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막상 상황에 놓이고 누군가 옆에서 응원의 말을 해주고 위로를 해주니까 감정이 확 올라오더라. 참 신기하게도 사랑이 그런 건가보다. 너무 고맙고. 그때 이후로 동진이가 우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봐야할 듯하다"고 말했다.

대사 중에서도 위기에 처한 동진에게 우주가 "당신은 망할리 없어"라고 말한 것을 듣고 김영광 자신의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고. 그는 "감정이 저절로 올라왔다.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연기지만) 실제로 그런 말을 들으니 고맙단 감정이 들었다"면서 "개인적으로도 인상에 많이 남은 장면이다"고 이야기했다.

'사랑이라 말해요'는 넷플릭스 '썸바디'에 이은 김영광의 두 번째 OTT 작품이다. '썸바디'로 임팩트있는 사이코패스 악역을, '사랑이라 말해요'로 무채색의 건조한 현대인과 차분한 로맨스를 연기한 것에 호평이 잇따랐다. 김영광은 "'썸바디' 이후 배우로서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여러가지 작품이 들어오고 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쁘고 즐겁다"고 말했다.

이전에 로맨스·로맨틱코미디물 등 다소 한정적이고 제한적인 역할로 스스로의 한계를 느꼈다는 그는 그걸 깨부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알을 깨고 나가는 것처럼 바뀌고 싶은,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그 돌파구는 악역이었다. 김영광은 "'썸바디'를 통해 표출돼 개인적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더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다고 얘길 드리는 거다. 한 작품 한 작품 반복되지 않는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다작을 하고 싶다"이라고 설명했다.

"정말 다양한 작품이 나오는데 '나도 저거 하고 싶다' 이런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생각이 '나도 저런 거 할 거야', '나도 저런 거 할 수 있어'로 바뀌었어요."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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