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질문 형식에 따라 아이의 대답이 달라집니다

칼럼니스트 정효진 2023. 4. 1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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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서교육개발원에서 초등학생 1000명에게 '담임 선생님 어땠어?'라고 질문했다.

부모가 추상적으로 질문해도 아이의 답변은 추상적이다.

'오늘 유치원에서 어땠어?'라고 질문하면 아이는 구체적으로 답변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부모가 구체적으로 질문하면 아이의 대답도 구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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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아이의 표현력과 생각의 크기를 키워주는 대화법
추상적인 질문은 추상적인 대답을 얻고, 구체적인 질문은 구체적인 대답을 얻는다. ⓒ베이비뉴스

한국독서교육개발원에서 초등학생 1000명에게 '담임 선생님 어땠어?'라고 질문했다. 질문이 구체적이지 않다 보니 답변도 크게 '외모', '성격', '수업'으로 나눴다. 외모에는 '못생겼어, 예뻐, 멋있어', 성격에는 '착해, 재미있어, 무서워', 수업에는 '공평하셔, 능력 있어, 국어 선생님이야'라는 표현이 있었다. 세부 답변도 아이들이 깊이 생각하고 판단해 답변한 것이 아닌 대부분 추상적이다. 이처럼 질문 형식에 따라 답변 내용과 범위는 달라진다.

부모가 추상적으로 질문해도 아이의 답변은 추상적이다. '오늘 유치원에서 어땠어?'라고 질문하면 아이는 구체적으로 답변하기가 쉽지 않다. 질문의 내용이 광범위하고 분명하지 않아서이다. '어땠어'는 어떠한 상태를 묻는 말일뿐 어떤 부분의 상태를 말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부모는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오늘 별로였구나'라고 자문자답하면서 어벌쩡하게 넘어간다. 구체적인 답변을 기대했지만, 아이는 '재밌었어', '그냥 그랬어', '힘들었어'라고 짧게 대답할 때도 있다. 이때 후속 질문을 통해 아이가 보충 설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다행이지만, 듣고 싶은 대답이면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그렇지 않으면 별다른 반응 없이 '그래?'라고 답한 후 대화를 마무리한다. 이러한 대화 패턴이 반복되면 아이는 성장한 후에도 지극히 방어적인 태도로 나올 수 있다. '귀찮게 왜 자꾸 물어, 혼자 있고 싶어'와 같이 짜증 섞인 대꾸를 할 수도 있다.

반면, 부모가 구체적으로 질문하면 아이의 대답도 구체적이다. '오늘 유치원에서 어떤 특별한 일이 있었어?'라고 질문하면 아이는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떠올린다. '오늘 가장 크게 웃었던 때는 언제야?'라고 질문하면 아이는 가장 크게 웃었던 순간의 기억을 되살린다. '오늘 지키기 힘든 규칙이 있었어?'라고 질문하면 아이는 제대로 지키지 못한 규칙으로 힘들었던 경험을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내면의 말(interior word)이다. 내면에서 형성된 말은 밖으로 표현된다. 아이는 내면의 외현화 과정을 거쳐 생각과 감정 그리고 이미지 등을 선명하게 말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앞서 언급한 3가지 구체적인 질문은 '오늘 유치원에서 어땠어?'로 대체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막연한 질문을 했을 때 아이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다. 질문에 맞는 적절한 답변이 무엇인지도 찾기 어렵다. 그에 반해 구체적으로 질문했을 때 아이는 부모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쉽게 알아채고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다.

질문은 마치 거울과 같다. 추상적인 질문은 추상적인 대답을 얻고, 구체적인 질문은 구체적인 대답을 얻는다. 질문의 질은 답의 질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유아기는 아직 추상적 사고가 어려운 시기이다. 4세 이전의 아이는 불명확하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언어로 어떠한 대상을 생각하기 어렵다. 4세부터 7세까지는 직관적 사고가 발달해 보거나 들은 것을 근거 삼아 쉽고 빠르게 생각한다. 부모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아이의 표현력과 생각의 크기를 키워줄 수 있는 좋은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말하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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