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성패여부 첫 성적표 ‘2030년 NDC 달성’, 8년도 안 남았다
2023년 3월 21일 정부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이 발표되었다. 사실 정부가 발표한 기본계획안에 일반 국민들이 깊은 관심을 가질 리 없다. 하지만, 올해 3월에 갑자기 만개한 벚꽃, 4월인데 꽃망울을 터뜨려버린 성급한 수수꽃다리, 극심한 봄가뭄과 인왕산 산불 등 기후변화가 우리 코앞에 바짝 다가왔다고 느껴지는 요즘, 기본계획안에 쏠리는 관심은 뜨겁다. 그럼 지금부터 ‘탄소중립 녹생성장 기본계획안’을 한번 살펴보자.
기본계획이란 근거 법령에 따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정기관이 정책을 종합 조정하여 수립하는 중장기적 계획을 말한다. 즉, 우리나라가 향후 20년 동안 탄소중립 녹색성장을 위해 어떤 방향과 원칙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제시한 계획이다. 근거 법령은 2022년 3월 시행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 제10조 2항이다.
기본계획안은 2050 탄소중립을 위한 총 4대 전략 12대 과제를 담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기본계획안이 발표된 후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기본계획 전체 내용이 아니라 국가 및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목표, 즉,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였다. 감축 목표는 우리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NDC 상향안인 2018년 대비 40% 감축을 그대로 준수하고 있으나 부문별 감축 목표를 2021년 10월 발표된 기존안과 다르게 구성하였다.
공청회 및 이해관계자 간담회에서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은 단연 산업 부문 감축목표의 축소다. 기존 NDC가 2018년 배출량 대비 2030년까지 14.5% 감축이었는데, 수정안에서는 11.4%로 축소되었다. 이 이유를 산업 부문은 특히 석유화학 분야의 원재료 공급의 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산업 부문의 축소량을 보완하기 위해 특히 국제 감축사업 및 CCUS 사업을 통한 감축량을 증가시켰다.
또한 전환 부문도 기존안에 비해 감축 비율이 상승하였는데, 이는 태양광 수소 등 청정에너지 확대로 400만톤 이산화탄소를 추가 감축하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2022년 12월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안과 일관되게 무탄소 전원으로서 원전 활용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감축목표치는 어디까지나 좌표일 뿐, 우리나라는 발표된 수치에 너무 연연하기 보다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통한 RE100,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국제사회의 흐름에 대응하고 이미 제출한 NDC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유지하는 의미도 있지만 어찌보면 우리나라의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계획안 발표 후 총 15차례의 이해관계자 공청회가 진행되었다는 점만큼은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를 비롯한 각 부처의 노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청회의 관심이 온실가스 감축목표 쪽에 집중되다 보니 부문별 감축대책 이외의 내용에 그만큼 관심이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 지금부터는 다른 어떤 내용들이 기본계획안에 들어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기후변화에 미리 대응하여 피해를 감소시키는 선제적 행동을 적응이라 이해할 때, ‘미리’ 대응하기 위해 필수적인 기후변화 정보를 감시하고 예측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다음으로는 극한 기후에 안전한 사회를 위한 적응 인프라 확충과 대응체계 개선이다.
2022년 여름, 인명피해로까지 이어진 서울 침수 사태를 기억해 보자. 지역별 강수량에 대한 예측 및 주의보 발령이라는 대응체계, 그리고 초단시간에 너무 많이 내린 강수를 저류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추어졌어야만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우리는 그 두 가지 모두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음으로는 보건, 생활환경, 농수산업의 변화를 극복한 지속가능한 사회 실현이다. 여기에는 폭염 한파대비 응급실 감시체계 강화와 생태계 및 농수산업에 대한 모니터링, 그리고 기후적응형 생산기술 개발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적응은 온실가스 감축에 비해 목표를 정량적으로 설정하기 어렵고, 적응의 효과 또한 평가하기 모호한 경우가 많다. 적응을 재난대비 만으로 생각해서도 안된다. 그래서 기본계획안에 포함된 마지막 내용은 시민사회, 청년 등 모든 주체가 참여하는 투명하고 철저한 이행관리 체계가 포함되어 있다.
2022년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당사국 총회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기금 조성’이었다. 이는 이제,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정량화하고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여 사회적 합의를 거쳐 보상해야 하는 시점이 왔음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과 피해, 리스크를 파악하고 저감할 수 있는 제도 및 기술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내용이 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이외에 포함되어 있는 기본계획안 목차로는 녹색산업 성장, 정의로운 전환, 지역주도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확산, 인식제고 및 국제 협력이다. 이중 정의로운 전환은 탄소중립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근로자, 기업 및 지역에 지원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다양한 주체의 소통을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의 주요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탄소중립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고집해서는 달성할 수 없는 난제이며, 이를 위해 우리 사회는 몇 번의 중요한 ‘전환’을 해야한다. 올해 3월 발표된 IPCC의 6차 종합보고서에서도 단순한 완화와 적응이 아니 심층(deep) 완화와 적응을 언급하였다. 여기서 심층이란 전환을 의미한다.
즉, 2050년, 나아가 2100년을 바라보는 중장기적 첫걸음을 지금이라도 혁신적이고 책임감 있게 내디뎌야 한다. 2050 탄소중립의 성패여부의 첫 성적표는 2030년 NDC 달성이다. 2030년까지는 8년도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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