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안전 평가 2위 에어프레미아, 객실 승무원 교육 현장 가보니
14일 오전 11시 경기도 안양시 연성대학교에 마련된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 B-787 드림라이너 안전 훈련장. 에어프레미아 객실승무원 훈련생들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승무원 탈출” 구호를 외치며 비상탈출 슬라이드로 뛰어내렸다. 내려오는 시간은 3초가 채 되지 않지만, 가파른 경사 탓에 반동이 생겨 훈련생들은 착지 후에도 몇 걸음 앞으로 달려나가 중심을 잡았다.
에어프레미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뉴욕, 파리 등 장거리 비행을 하는 신생 항공사다. 최근 4호기를 도입했으며, 조만간 5호기를 들여올 예정이다. 보유 항공기 대수가 적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 설립된 탓에 업계에서는 에어프레미아의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에어프레미아는 최근 국토교통부 안전평가에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이날 교육을 진행한 강진선(37) 에어프레미아 객실사무장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필수 훈련 130시간 이상… “능동적인 대처 능력 기른다”
이날 만난 신입 객실승무원들은 5주 차 훈련생들이다. 교육이 끝나면 에어프레미아 5호기에 투입된다. 현행 항공법에 따르면 객실승무원들은 필수 안전교육을 120시간 이상 이수해야 한다. 에어프레미아 승무원들은 현재 130~14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고 있다. 객실 서비스 훈련은 약 3주, 안전 훈련은 6주 정도 받는다. 지상 훈련이 끝나면 선배 승무원들과 함께 비행기에 탑승해 현장 경험을 쌓는다.
이날 훈련생들은 비상 착륙, 기내 화재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비상 착륙시 승무원들은 모든 승객을 90초 안에 대피시킨 뒤 필요한 장비를 챙겨 기장과 함께 마지막에 탈출한다. 승무원들은 12초 안에 벨트를 풀고 비상문을 열어야 한다. 이날 훈련생들은 손전등을 흔들며 “이쪽으로, Come this way(이쪽으로 오세요)”를 외쳤다. 탈출하는 승객에게는 “양팔 앞으로, 뛰어, 내려가”라고 지시했다. 이후 낮은 자세로 기내를 살피며 “승객 계십니까, 승객 계십니까”를 반복한 후에 비행기에서 탈출했다.
기내에 화재가 발생하면 발화지점을 확인하고 불을 끄는 것도 승무원의 임무다. 이날 훈련은 기내 오버헤드빈(선반) 안 승객의 라이터에서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했다. 선반에서 연기가 나오자 훈련생들은 승객들에게 낮은 자세를 유지할 것을 안내하고, 불이 붙은 선반을 확인했다. 이후 선반을 살짝 열어 소화기로 수차례 불을 끈 뒤 수화물을 꺼내 불이 난 라이터를 처리했다.
훈련생들은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승객이 있을 때 대처하는 교육도 받았다. 이날 훈련생 한 명은 만취한 승객, 두 명은 이를 제압하는 승무원 역할을 맡았다. 비행 시 승무원들은 사법경찰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난동 승객을 포승줄로 묶는 등 물리적 제재를 가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 코로나로 막혔던 객실승무원 채용… “승객 안전히 모실 때 성취감”
항공업계는 코로나19 기간 불황에 빠지며 채용길이 막혔다. 상장된 6개 항공사를 떠난 직원만 해도 지난 3년간 3000명이 넘는다. 올해부터 항공사들이 다양한 노선 재취항에 나서고, 신규 기재를 도입하며 객실승무원 채용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훈련장에서 만난 이준희(24) 훈련생 역시 취업을 준비하며 불안감이 있었지만, 승무원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훈련생은 “훈련 초기에는 안전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멋진 제복도 멋있지만, 거듭 훈련을 받으며 승객의 안전을 위한 내면의 책임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만 4년 차의 ‘중고신입’인 정혜림(28) 훈련생은 장거리 비행에 나서기 위해 다른 저비용항공사(LCC)에서 이직했다. 정 훈련생은 “비행 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사고 발생 확률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숙지하고 있다. 승객들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실 때 큰 성취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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