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가격경쟁 시작···3000만원 안팎 ‘보급형 소형차’ 주목”

김상범 기자 2023. 4. 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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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보급형 전기차 ID.2ALL 예상 이미지. 폭스바겐 제공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달아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향후 몇년 안에 ‘3000만원대 전기차’까지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전기차 경쟁이 신기술과 성능에 관심이 많은 ‘얼리 어댑터’들을 주로 타깃으로 이뤄져 왔다면, 앞으로는 소비자 외연 확장과 대중화를 위한 중저가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미국 내 전기차 판매 가격을 2~6% 또 인하했다. 모델3는 1000달러(약 133만원), 모델Y는 2000달러 인하했다. 고급형인 모델S·X 가격은 각각 5000달러 인하했다.

올해 들어서만 다섯 번째 인하다. 이미 테슬라를 따라 포드도 ‘머스탱 마하-E’의 가격을 최대 8.8% 인하했으며,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도 가격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 비야디(BYD)도 주력 차종인 ‘씰’의 할인에 나섰다.

2만달러대 전기차, 한화로 약 3000만원대의 ‘반값 전기차’도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20년부터 보급형 전기차인 이른바 ‘모델2(가칭)’를 내놓겠다고 공언해 왔다. 주행성능을 일부 양보하는 대신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업체 폭스바겐도 지난 15일(현지시간) 보급형 전기차 ID.2올(all)의 콘셉트카 실물을 공개했다. 소형 해치백인 ID.2올은 폭스바겐이 2만5000유로(약 3500만원) 이하 가격으로 내놓은 첫번째 전기차다. 폭스바겐 전기차 중 가장 저렴한 ID.4(3만5000달러·약 4515만 원)보다 1만달러 더 싸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반값 경쟁’에 가세할 예정이다. 기아는 내년부터 3000만원대의 소형 전기 SUV를 양산할 예정인데 ‘EV3’라는 이름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준중형 전기차 EV4도 내년부터 광명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현재 기아가 생산 중인 EV6는 준중형, EV9는 대형인데 여기에 소형과 준중형 라인업을 추가하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줄여 나가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가격 인하를 통해 소비자 수요에 부응하려는 모양새다.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17일 ‘전기차 가격경쟁 시대의 시작’ 산업분석 보고서에서 “가격경쟁력 확보를 통해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동시에 유럽 주요국과 중국 등의 전기차 구매보조금 폐지·삭감 계획에 선제 대응하려는 목적”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국내외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 여부를 결정할 때 가격, 구매보조금 등 경제적 요소를 핵심 고려사항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시판 초기 단계에서는 소비자가 환경 친화성을 우선 고려한 반면, 현재는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비교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봤다.

물론 메르세데스벤츠가 오는 18일 ‘2023년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프리미엄 전기차 ‘마이바흐 EQS SUV’ 공개를 예고하는 등 1억원이 넘는 초고가 전기차 모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보조금이 축소되고 있어서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저가형 볼륨 모델을 확충하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한편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전기차 시장은 소수의 주도 기업을 위주로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는 “생산비용의 구조 개선 없이 가격경쟁이 심화되면 개별 완성차 업체들이 취할 수 있는 마진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더욱 확대되고, 일부 전기차 스타트업은 존폐 위기에 처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다만 임현진 한자연 선임연구원은 “가격 전략만이 기업의 장기 생존을 담보하기는 어려우므로 완성차업체들이 각종 비가격 경쟁요소에 집중하면서 정교한 제품 차별화로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SW) 관련 기반 기술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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