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예타

김재근 선임기자 2023. 4. 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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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예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요사업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예타 수행기관인 KDI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7년까지 685건, 323조 규모의 사업에 예타를 실시하여 141조원을 절감했다고 한다.

유력 정치인이나 특정 집단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선심성 사업도 버젓이 예타를 통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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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선임기자

1999년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대형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거름장치를 만든 것이다.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으로 국비가 300억원 넘게 들어가는 건설공사와 사회간접자본(SOC) 구축 등은 의무적으로 예타를 거치게 했다.

'예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주요사업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경제성과 정책적 분석, 지형균형발전 분석을 토대로 종합평가를 진행하는데 대개 경제성이 가부를 가름한다. 투자 대비 편익(B/C)이 1보다 크면 경제성이 있고, 1보다 낮으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종합평가는 3가지 항목의 분석 결과를 계층화분석(AHP)하여 수치가 0.5 이상이면 바람직한 것으로 인정한다.

예타는 그동안 대규모 사업에 대한 정밀한 사전 분석과 평가를 통해 혈세 낭비를 막았다. 예타 수행기관인 KDI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7년까지 685건, 323조 규모의 사업에 예타를 실시하여 141조원을 절감했다고 한다.

예타가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1조원이 넘게 들어간 용인경전철은 10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의정부경전철은 파산했으며, 인천국제공항 KTX 노선도 4년만에 폐지됐다. 2조 6,759억원이 들어간 경인아라뱃길(서울~김포~인천 서해)은 황당한 예산낭비 사업으로 손꼽힌다. 유력 정치인이나 특정 집단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선심성 사업도 버젓이 예타를 통과한 것이다.

반면에 지방의 수많은 현안 사업이 예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인구가 적고 인프라가 미흡해 경제성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충남의 서산공항과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KTX세종역, 충북의 첨단패키징 플랫폼 구축 등이 그러하다.

국회 기재위가 지난주 예타 면제 기준을 현행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예타 도입 24년만에 골격을 크게 바꾼 것이다.

다행스런 일이지만 더 손봐야할 게 많다. 소멸 위기의 지방을 살릴 수 있도록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배점을 높이고, 환경과 생태보전의 가치도 반영해야 한다. 예타가 21세기 새로운 요구와 변화에 걸맞게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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