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삼 세븐브로이 대표 "하루아침에 곰표 밀맥주 뺏겼다"
"진흙탕 싸움은 피하고 싶어…맥주 맛으로 승부" 上>
(서울=뉴스1) 한지명 이주현 기자 = "350억원짜리 공장 짓고 직원도 뽑고 생산 준비까지 다 마쳤는데…. 하루아침에 맥주를 만들지 말라니 다 죽으라는 것 아닙니까. 밥을 먹고 있는데 수저를 뺏는 거나 다름없죠."
이달 13일 만난 김강삼 세븐브로이 대표는 인터뷰 중간 고개를 떨궜다. 그는 3년간 밤낮없이 '곰표 밀맥주'만을 보고 달려왔다. 하지만 올해부터 더는 '곰표' 이름을 단 맥주를 생산할 수 없다. 세븐브로이와 계약을 끝낸 대한제분(001130)이 다른 수제 맥주회사와 '곰표 밀맥주 시즌2'를 내기로 했다.
곰표 밀맥주는 2020년 첫선을 보였다. 수제 맥주 기업 1호 세븐브로이와 밀가루 회사 대한제분이 협업해 만든 곰표 밀맥주는 마니아층이 형성될 만큼 인기를 얻었다. 현재까지 5800만캔이 판매된 스테디셀러 제품이다.
콜라보의 대표로 불렸지만 상표권을 가진 대한제분이 세븐브로이와 3년간의 계약을 끝내고 다른 제조사와 손을 잡자 업계에선 뒷말들이 생겨났다. 제조사 변경 이유에 대해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와의 상표권 사용 계약이 3월 말부로 종료된 것에 따른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한제분의 계약 종료에 세븐브로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표는 "재계약 시점이 다가올 때까지 별다른 얘기가 없어 당연히 계약이 연장될 줄 알았다"며 "익산에 공장도 증설하고, 전쟁으로 배편이 막히자 3억원을 들여 비행기로 맥아를 수입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세븐브로이는 곰표 밀맥주를 제조할 우선 협상 대상자를 뽑는 입찰을 진행하면서 경쟁에 들어갔지만 고배를 마셨다.
김 대표는 "곰표 밀맥주는 20년간 사업을 하면서 대중에게 처음으로 알려진 맥주이자 세븐브로이의 상징이기도 하다"며 "곰표 밀맥주는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한다"며 "다른 제품을 만드는 공간까지 전부 곰표 밀맥주에 투자했다. 공장을 짓고 이제 생산을 늘리려던 시기에 이런 일이 벌어져서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재고 처리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곰표 밀맥주의 재고는 70만캔. 곰표 밀맥주 2탄으로 불리는 '썸머 에일' 포함하면 전체 재고는 약 100만캔에 달한다. 여기에 공장 탱크에 담겨 있는 술은 48만L로 500㎖ 캔으로 환산하면 썸머에일 100만캔을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재고에 대한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입장도 엇갈리고 있다.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에 3월31일까지 만들어놓은 맥주까지를 재고로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한제분은 당초 제시한 기간과 달리 일본에 수출할 물량은 4월 이후까지도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김 대표는 "계약서에는 맥주 잔량에 대해 9월까지 판매하기로 되어 있지만, 대한제분 측은 맥주 산업을 이해 못 해서인지 캔의 주입을 3월 말로 한정했다"며 "6개월 동안 재고를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있어 이미 만들어놓은 술을 캔에 주입만 하면 되는데 맥주를 만들지 말라고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결국 세븐브로이는 곰표 맥주를 이어가기 위해 '대표 밀맥주'를 내놨다. 이와 관련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가 내놓은 대표 밀맥주의 패키지를 카피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세븐브로이가 사용한 대표밀맥주에 곰 이미지가 곰표 밀맥주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세븐브로이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상표권과 부정경쟁방지법 등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제분 측은 유사성을 문제 삼아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세븐브로이는 소비자가 헷갈릴 수 있다는 의견을 수용해 출시 계획을 밝힌 지 9일 만에 곰 캐릭터를 호랑이로 변경했다.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것은 캐릭터가 아닌 '맥주 본연의 맛'이라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대한제분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었는데, 카피 논란은 기사로 접했다"며 "법적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원조인데 짝퉁 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캐릭터를 호랑이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적 판결을 해도 우리가 이기겠지만, 혹시라도 소송 기간 가처분 금지 신청을 받게 되면 회사 매출에 타격이 생길 것"이라며 "수제맥주 시장이 가라앉은 상황에서 진흙탕 싸움이 오가는 것은 피해 가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븐브로이는 자체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고 맥주 맛도 검증받았는데 큰 기업이 계약 해지를 하면 기술력 있는 작은 기업이 큰 기업과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고 상생을 방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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