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 중국 약진, 미국 일극시대 끝나가고 있다

박형기 기자 2023. 4.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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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로고.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중국이 약진하면서 미국 일극 시대가 끝나가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 OPEC+(OPEC+러시아)가 미국의 반대에도 전격 감산을 단행, 미국의 국제원유 시장 패권이 흔들린데 이어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대만 문제와 관련, 중국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발언,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단일대오를 형성했던 구미세력이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조장하지 마라”고 경고하는 등 중강대국 정상들이 잇달아 미국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13일 방중한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15일 중국을 떠나기 직전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조장을 중단하고 평화를 모색해야 한다"며 "EU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시 주석이 14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룰라 브라질 대통령 환영식에 참석, 악수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앞서 그는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 "브라질은 공정하고 공평한 국제질서를 형성하는 전략적 관점에서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뿐 아니라 달러 패권을 무너트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미국 보란 듯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 연구개발센터를 방문하는 등 시진핑 주석의 손을 들어 주었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부인 호잔젤라 다시우바 여사가 13일 화웨이 R&D센터 방문, VR(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앞서 중국을 방문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대만 문제와 관련, 중국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며 "유럽이 미중 패권전쟁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친중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이 7일 광저우 성장 관저 정원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산책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에 대해 유럽에서 거센 반발이 나오자 그는 “프랑스는 미국의 동맹이지 속국이 아니다”며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룰라 대통령은 원래 중립외교를 펼쳤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서방의 일원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일탈은 서방세력의 적전분열로 해석될 수 있어 미국 패권에 심각한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미국이 에너지의 패권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일 OPEC+는 미국의 반대에도 일일 116만 배럴의 깜짝 감산을 단행했다.

특히 이번 감산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잡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격 단행된 것으로 미국을 골탕 먹이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이는 미국이 원유시장의 패권을 잃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원유 시장에서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 같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있다"며 "사우디는 원유시장이 더 이상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고 싶어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사우디는 미국과 멀어지는 대신 중국과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사우디는 2차 대전 이후 맹방이었다. 미국은 사우디에 '안보'를, 사우디는 미국에 '원유'를 제공했다.

그러나 미국이 2018년 사우디계 언론인으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였던 자말 카슈끄지 피살 배후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한 것이 계기가 돼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미국과 사우디 사이에 틈이 벌어지자 중국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고 있다. 최근 중국의 중재로 그간 견원지간이었던 사우디-이란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중국이 중동에 빠르게 침투하면서 미국의 대중동 패권을 무너트리고 있는 것이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이와 관련, "중국과 중동, 러시아 등 반미동맹이 확장되고 있다"며 "이는 미국에 큰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그는 "우리는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과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저항으로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 있지만 다른 편의 국가들이 점점 더 뭉치고 있어 우리가 약간 외로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에너지시장에서 미국 패권 약화는 뼈아프다는 것이 지정학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세계의 패권을 잡기 위해서는 먼저 에너지 패권을 쥐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석탄 수급을 장악했기 때문이고, 미국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2차 대전 이후 원유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에너지 패권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약진으로 미국 일극 체제가 균열되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도청 문제가 불거졌다. 도청이 미국 언론의 보도로 알려진 직후 김태효 안보실 제1차장은 “상당수 문건이 조작됐다”며 “악의적인 도청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제1차장. 2023.4.1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도청을 당한 쪽이 오히려 도청을 한 쪽을 두둔한 꼴이다. 도청(盜聽)의 도(盜)자는 '도둑 도'자다. 세상에 선의의 도둑이 있을까? 미국에 정당한 항의를 해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미국을 두둔한 셈이다.

미국이 계속 패권을 유지한다면 이 같은 외교는 큰 문제가 없을 터이다. 그러나 중국이 무섭게 올라오면서 미국 패권이 곳곳에서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계속 미국 일변도 외교를 펼칠 경우, 그 후과를 감당할 수 있을까?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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