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반도체 때문이라는데…예전만 못한 中에 '상저하고' 안갯속

김유승 기자 2023. 4.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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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반도체' 부진이 경기둔화 원인"…하반기 中 리오프닝 효과 기대
무역 환경 변화로 對中 수출 회복은 '글쎄'…상저하고 전망 불확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반도체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3.4.7/뉴스1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최근 우리나라 경기 둔화 주요 요인이 '반도체 부진'이라는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대내외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올 하반기쯤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제자리를 찾으면서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으로서의 '중국 효과'가 예전만 못 할거란 관측에 이같은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17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최근 거시경제 관련 대내외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경기 둔화 주요 원인으로 제조업, 특히 반도체를 지목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최근경제동향 4월호'에서 우리나라 내수 경제가 일상회복 이후 대면 활동을 중심으로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다만 제조업 중에서도 특히 반도체 부진 탓에 우리 경제가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가 세계적으로 둔화세를 나타내면서 관련 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수출은 작년보다 13.6% 감소한 551억2000만달러였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 평균 수출액은 23억달러로 작년보다 17.2% 감소했다. 지난 2월 경상수지도 5억2000만달러 적자로, 1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경상 수지 두 달 연속 적자는 지난 2012년 1~2월 이후 11년 만이다.

기재부는 향후 우리 경기 회복 요건이 반도체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반도체 부진이 전체 광공업 생산 자체의 숫자를 끌어내리고 있고, 이게 우리나라 수출에도 굉장히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반도체가 현재로서는 수출과 전반적인 경기 회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라고 했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2023.4.1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국외에서도 우리나라 경기 둔화 주요 요인으로 '반도체 업황'을 지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1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보다 0.2%포인트 내린 1.5%로 전망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예상보다 나쁜 세계 반도체 사이클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올해 하반기까지 경제 전망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 하반기로 갈수록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고, 전체 경기도 이에 힘입어 반등하는 '상저하고' 전망을 지난해부터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1위 수출 대상국인 중국에 거는 기대가 크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로 하반기쯤이면 반도체 수출 성과와 전체 경기가 연달아 회복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무역 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이미 진행 중인 상황에서 중국 효과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01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미·중 신냉전과 이에 따른 공급망 위기, 중국의 기술적 추격으로 우리 수출 실적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가고 있다.

최근 저조한 수출 실적에는 비단 반도체 업황 부진뿐만 아니라, 변화한 무역 환경도 반영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조만간 중국이 우리나라 1위 수출 대상국 지위를 미국에 내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관세청 수출입실적에 따르면 올해 1~3월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대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19.5%로 지난해 24.3%보다 상당 폭 떨어졌다. 지난해 420억5000만달러에서 올해 295억1000만달러로 125억4000만달러 급감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7.7%로 지난해 15% 수준에서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지난해보다 9억1000만달러 늘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중 갈등으로 앞으로 우리와 중국 간 무역이 예전 만큼 활성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기술력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에서 우리를 많이 따라잡은 것도 요인"이라고 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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