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사라지는 시골 의사…농어촌·산간벽지 의료 공백 어쩌나
공보의 없는 보건·보건지소 수두룩…"의대 정원 늘려야 해결"
(전국종합=연합뉴스) 군 보건소, 읍·면 보건지소에서 활동하는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수가 점차 줄면서 농어촌, 산간 벽지의 의료 공백이 가시화하고 있다.
진료로 군 복무를 대신하는 공보의 신규 편입자 수가 복무 만료자 수를 밑돌면서 벌어지는 문제다.
보건복지부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공보의를 의료취약지에 우선 배치해 공백을 메운다는 구상이지만, 근본적으로 공보의 수를 늘리지 않으면 문제 해결은 어려운 실정이다.
경북도가 올해 배치하는 공보의는 168명(의과 70명·치과 35명·한의과 63명)으로, 지난해보다 25명 감소했다.
특히 의과 공보의는 지난해(107명)보다 37명이나 줄었다.
이 때문에 도내 36개 보건지소에 의과 공보의를 두지 못한다.
의과 공보의는 2014년 372명에서 거의 매년 감소해 2023년 250명으로 최근 10년간 32.8%(122명)나 감소했다.
강원도의 올해 공보의 수도 지난해보다 29명 줄어든 101명(의과 51명·치과 21명·한의과 29명)이다.
이는 도가 올해 복지부에 요청한 145명에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강원도 관계자는 "공보의가 전국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요청한 인원의 70% 수준밖에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농어촌 보건소 등 의료 취약지에 우선 배치하고 나머지 가용 자원으로만 운영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공보의 수가 11명에서 9명으로 줄어든 경기 용인시는 남사·원삼보건지소에 당분간 의과 공보의를 배치하기 어렵게 됐다.
충남의 올해 신규 공보의 역시 지난해보다 24명이 줄어든 340명(의과 150명·치과 61명·한의과 129명)이다.
또 115개 섬으로 이뤄진 인천 옹진군의 북도보건지소는 2명이던 의과 공보의가 1명으로 줄었다.
고령 인구가 많은 섬 지역은 공보의가 확보되지 않으면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공보의 수혈에 어려움을 겪는 전남도 관계자는 "현역 복무 기간이 1년 8개월인데 비해, 공보의 근무 기간은 3년이어서 의대생들이 현역 입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에 공보의 정원 미달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남 산청군은 공보의 복무가 끝나면서 1년 가까이 공백이던 산청군보건의료원의 내과의 자리를 최근에야 겨우 전문의로 채우기도 했다.
연봉 3억6천만원을 내걸었는데도 지원자가 없어 4차 공고 끝에 적격자를 찾은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올해 신규 편입한 공보의는 1천106명인데, 3년차 복무가 만료되는 인원은 1천290명이다.
전체 공보의 복무 인원은 3월 3천360명에서 4월 3천176명으로 줄어든다.
특히 의과 신규 편입 공보의 수는 2017년 814명에서 올해 450명으로 6년 만에 45% 감소했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 내 여학생·군필자 증가, 현역병보다 긴 복무기간에 대한 부담 등을 공보의 감소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중장기 추계를 바탕으로 한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보의의 보건지소 순회진료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지침을 개정하기로 했다.
실제로 전국의 지자체는 공보의 1명이 여러 보건지소를 도는 순회진료를 하는 중이다.
경북도는 가까운 보건소나 보건지소가 의과 공보의가 배치되지 못한 36개 보건지소를 순회 진료하도록 했으며 의료 취약지역을 방문하는 '의료원 행복 버스'의 운행 횟수도 주 2회에서 3∼4회로 늘리기로 했다.
경기 화성시도 공보의들이 보건지소 10곳을 요일별로 나눠 순회 진료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으로 의대 정원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시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며 "정부가 의사들 눈치를 보면서 정원을 너무 오랫동안 동결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급은 제한적인데, 병원이 급증하는 등 수요는 계속 늘었다"며 "전체적인 파이(공급)를 늘려야 국민에게 공공 의료서비스도 제대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창해 김소연 박정헌 박세진 최은지 이해용 최해민 허광무 전승현 임채두 기자)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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